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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인도인이 말하는 한국에 들어오면 대박날 상품

-한-인도 CEPA 체결로 인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교수님이 보는 CEPA의 효과는?

한국과 인도는 이번 CEPA 체결을 통해 서로에게 중요한 파트너를 얻었다. 양국은 지난 2001년 기준 10억 달러의 무역교류가 이뤄졌었다. 그러나 현재는 160억 달러 이상의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16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미 삼성, LG, 현대 등 많은 기업들이 인도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 그 외에도 300여 개의 중소기업들이 인도에 들어가 있다. 이것이 두 나라가 CEPA를 맺게 된 이유일 것이다. CEPA 이후 양국의 무역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사업 진출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농업, 광업 등 일부 분야가 이번 논의에서 제외돼 있긴 하지만 이것 역시 점차 개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도 양국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눈에 보이는 이상의 발전 가능성? 무슨 뜻인가?

국가 간 교류에서 지리적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체결로 인도는 한국을 기반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교류를 추진하게 될 것이고, 한국 역시 인도를 통해 네팔,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등과 직접 연결되는 베이스캠프를 갖게 됐다. 한국과 인도가 각각의 제 역할을 해낸다면 양국의 미래는 훨씬 더 밝다고 본다.

-한국과 인도는 언제부터 교류 해왔나?

처음 교류가 있었던 것은 1962년경, 정식 대사가 파견된 것은 1973년이다. 그러나 실제 교류가 활발해진 것은 1990년대부터다. 특히 2004년 참여정부 때 인도의 IT산업간의 교류가 성황을 이뤘다. 인도에 한국의 TV, 컴퓨터, 휴대전화가 들어왔고, 한국에 인도의 엔지니어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도 수원의 삼성전자, LG전자 공장에는 상당수 인도인 엔지니어들이 있다.

-이번 CEPA로 한국에 들여왔으면 하는 인도의 산업이 있다면? 또, 한국인이 선호할 인도의 상품을 추천한다면?

인도의 농수산물은 싸고 품질도 좋다. 아직 개방이 안됐지만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인도는 한국에 비해 지역별로 전통문화가 발달해 있고 임금이 낮아 수공예품이 많다. 집에서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들이라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기성 제품과는 다르다. 그것자체로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인도를 방문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가는 것도 수공예품이다. 인도의 액세서리들이 한국인들에게 참 잘 어울리더라.(웃음) 인도의 제약산업이 한국에 진출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럼 한국이 인도에 진출했으면 하는 산업을 꼽는다면?

최근에는 인도 남부에서 유전이 개발돼 유럽 국가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한국도 이런 에너지 개발 분야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기, 전자, 자동차, 철강 등은 이미 진출한 것들이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한지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이 인도의 상류층에게 어필할 것 같다.

-인도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안타깝게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인도의 대표적인 IT지역인 뱅갈로는 한국인들이 대거 모여 사는 곳이다. 현대 공장이 여기 있다. 이곳 주민들과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문화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한국인을 무례하다고 했다. 또 낯가림이 심하다고 했다. 인도인들은 낯선 사람들과도 인사하고 이야기 하는데 익숙한데 반해 한국인들은 대화를 피한다. 더욱이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기 때문에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조금 다르다. 경제적으로 매우 발전해 있고 편리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체결을 통해 양국이 더 가까워지면 이런 이미지들은 바뀔 수 있을 거다.

-한국에서 꽤 오래 강의를 하셨다. 이번 학기에는 ‘한국문화와 기업경영’이라는 과목도 맡으셨다고 들었다. 역사를 전공한 분이 기업경영을 말한다니 의아한데?

외국에서 회사가 들어오려면 그 나라에 대한 문화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착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공식적인 언어만 20개가 넘는다.(나도 인도어만 서너 가지를 쓴다.) 영어를 쓰는 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다른 곳에서는 의사소통이 안 된다. 이런 걸 모르고 가면 적응할 수 없다.
몇 해 전 인도 내 한 한국 공장에서 때아닌 파업이 일어났다. 알고 보니 한국인 상사가 지시 중에 인도인 여직원의 팔목을 잡았다고 한다. 인도는 가족 외의 다른 여성과의 접촉을 금기시한다. 이걸 모른 한국인 상사의 실수였다. 처음에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던 상사도 분쟁이 점점 커지자 정식으로 사과를 해 마무리가 됐다. 보통 우리가 며칠 여행을 갈 때도 현지 문화를 익혀야 하는데 기업이 진출하려면 훨씬 더 생생한 현장 정보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맞는 말씀이다. 한국인이 미리 알고 있어야 할 인도의 문화나 습관을 소개 해달라.

어느 지역을 가느냐에 따라 미리 알아야 할 것들이 다르다. 보통 인도인들은 외식을 잘 안한다. 한국은 외식 문화가 많으니까 그냥 “밥먹고 갈게”하고 전화 한 통 하면 되지만 인도는 그렇지 않다. 대가족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 밥을 먹고 가려면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아내 모두에게 설명해야 한다. 술과 고기는 특별한 경우에만 먹는다. 채식주의자가 많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친해지면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하곤 하는데, 이 때 선물을 갖고 오는 것도 대가로 생각해 기분 나빠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 예민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오해하지 않을 수 있다.

-인도와 한국을 모두 살아본 나라연 교수가 생각하는 두 나라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처음 가장 놀란 건 명절 풍습이다.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게임을 즐기고 하는 게 인도와 아주 비슷했다. 특히 만들어 먹는 음식의 맛과 종류는 비슷한 게 아니라 똑같았다!! 공동체 생활도 비슷하다. 한국 사람들은 혼자 밥을 먹거나 술 마시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인도인들도 그렇다. 요즘도 인도인들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함께 나눠먹는다. 차이점은 사람들의 성격인데 이것은 한국의 경제 발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모든 일을 빨리빨리 해치운다. 제 시간에 약속이 진행돼야만 한다. 인도는 인구에 비해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서로 좀 늦어도 이해한다. 한국 같으면 전화하고, 항의하고, 난리가 날 거다.

-한국에 살면서 어려운 점,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겉모습만 보고 성급하게 사람들을 판단해 버린다. 가끔 지하철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내가 한국어를 모르는 줄 알고 뒤에서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어를 모를 때는 괜찮았는데 이젠 다 알아듣는다. 하하.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를 차별하는 것 같다. 그들을 대하는 태도 자체도 다르다.

-인도에 진출하려는 정부와 기업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은?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한국에 인도를 가르치는 전문 과정이 하나도 없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 인도에 대해 아는 것을 물으면 카스트 제도, 소, 신비한 나라, 덥다 등등의 대답이 전부다. 인도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이다. 정확한 정보도 거의 없다. 인도에 대한 모든 것들이 모여서 인도가 되는 것이지 어느 하나로 인도를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과 인도가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은 물론이고 학계가 자주 오고 가는 교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을 거다.

               *교수 소개


글/표초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