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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BMW 타고 할인마트에서 장 본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여가나 여행을 줄이고 있다. 반면 집에서 다양한 디지털 제품을 활용해 가족, 지인들과 시간을 보낸다. 닌텐도의 게임콘솔 위(Wii)의 성공이 이를 증명한다. 가정에서 손쉽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고안된닌텐도위의전세계판매량은지난해4월~12월전년동기대비40% 증가한2천만대에이르렀다.

경제적인 큰 충격은 사회와 산업은 물론,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원인이 된다. 최근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국면으로 접어든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와 소비를 주도해온 선진지역의 충격은 이미 상당하다. 이는 지금까지의 소비자 트렌드에 변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도 이번 위기로 인한 소비 감소가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기존 행동이나 습관 자체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은 지금까지의 소비자 트렌드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메가트렌드 이동, 소득 및 자산의 감소, 제도와 시스템 변화라는 세 가지 경로로 소비자 트렌드를 변화시킬 것이다.

 
첫 번째는 메가트렌드의 변화가 소비자 트렌드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경로다. 먼저 가장 핵심적 메가트렌드인 글로벌화가 이번 위기를 기점으로 일시적으로 역행하거나 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직간접적 무역장벽이 늘어나고, 국제교역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가 퇴조하고, 세계 경제의 다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고령화의 흐름은 지속되겠지만 그 영향은 달라질 것이다. 고령자들의 자산가치 폭락으로 많은 나라에서는 고령자 부양, 복지, 실버산업 재편 등이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주거비용 등 생활비 절감을 위해 새로운 다세대(Multigenerational) 동거 가정도 늘어날 것이다. 가족적 가치와 이를 반영한 제품/서비스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친환경 기술, IT 인프라 투자에 확대를 하면서 관련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오히려 빨라질 수도 있다.

두 번째, 소득, 자산과 같은 경제력 위축은 소비 의사결정을 변화시킨다. 2009년 6월 현재 미국 실업률은 9%대에 이르고 있다. 대량 해고, 실직으로 많은 가정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와 대출 중심의 삶의 방식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자산 손실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장기 의사결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향후 자동차와 같은 내구재 구매는 물론 은퇴, 교육 등 삶의 여러 부문에서 장기에 걸친 의사결정의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한 은퇴자들이나 고소득층의 장기 소비가 크게 변할 것이다. 반면 보유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소비층의 경우는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한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다. 이처럼 소득과 자산 감소의 충격이 소득계층이나 세대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소비 트렌드 변화에 있어 중요하다.

세 번째, 제도나 시스템도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다. 막대한 재정지출을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세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세수 확보를 위해 모든 소득 계층에 적용되는 소비세(Sales tax), 그 중 특히 고가 사치품에 대한 세율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궁극적으로 소비 위축과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정치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보호무역, 애국주의 등이 소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다. 당분간 외국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배척과 불매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에 대한 외국인 취업 제한,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산 베터리 관련 의회발언 등으로 볼 때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트렌드 변화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첫째, 기존 소비자 트렌드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그 하부시장이 굴절돼 나타날 것이다. 일례로 과거 대규모 실버타운, 고령자를 위한 프리미엄 제품/서비스 등과 같은 고급 실버 트렌드가 쇠퇴하고, 은퇴자들의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맞는 자급과 비용절감이 향후 실버시장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건강/웰빙 시장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존의 관성을 탈피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전환해야한다.

둘째, 일부 소비자 트렌드의 경우 그 중요성이나 정도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먼저 가치소비, 즉 트레이딩 다운(편집자 주: trading down, BMW를 타고 다니며, 명품을 구매하지만 일상 생필품은 마트에 가서 구매하는 현상) 트렌드는 전반적인 소득 감소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미 선진 시장에서도 PB(Private Brand) 제품 매출 증대, 고가 제품의 할인폭 확대, 저가 유통점의 증가 등 절약과 검소함이 소득계층을 막론한 공통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강력한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시스템과 같은 외부 요인들이 변화하면서 기존의 트렌드가 한층 강화될 수도 있다. 친환경 제품/서비스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각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친환경 제품이 예상보다 빨리 시장화 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예를 들어, 자산 손실이 심한 고령자 시장의 상대적 중요성이 줄어들고, 비교적 타격을 덜 입은 밀레니얼 세대(혹은 Y세대, 현재 20~30대) 중심의 소비 시장이 향후 기업들에게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또는 특정 집단이나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소비 현상인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가 시장의 주류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경우에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코쿠닝(편집자 주: Digital Cocooning, 집 안에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 매달리는 현상)'이 좋은 예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여가나 여행을 줄이고 있다. 반면 집에서 다양한 디지털 제품을 활용해 가족, 지인들과 시간을 보낸다. 닌텐도의 게임콘솔 위(Wii)의 성공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가정에서, 손쉽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닌텐도 위의 전 세계 판매량은 지난해 4월~12월 전년 동기대비 40% 증가한 2,050만대에 이르렀다. 전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전년대비 8.8% 증가한 1조8,200억 엔, 순이익은 2,300억 엔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기존의 사고의 틀, 고정관념의 대변화가 생겨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기업들의 경우 단기적인 트렌드 변화 대응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사업환경 변화 속에서 시장의 주류 트렌드 역시 지속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인식하고, 전략과 조직문화를 혁신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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