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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선진경제 발목 잡는 눈 속임, '분식회계'를 막아라!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중장비업체인 미국 캐터필러사는 중국 광산장비회사인 ERA와 ERA의 자회사인 쓰웨이사를 인수했습니다. 향후 중국 시장에 엄청난 석탄 수요가 있을거라 예상했기 때문에 탄광 기계 및 관련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인수 가격은 총 7억달러. 하지만 인수한지 5개월 후. 캐터필러사는 인수한 두 회사의 재무상태를 다시 조사했는데요, 실제 가치는 1억 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ERA와 쓰웨이의 경영진이 수년간 매출과 순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회사의 가치를 속인 겁니다.

 

 

 

 

 

 

회계정보, 기업의 '속' 들여다보기


기업을 운영하고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자금이 충분치 않아 외부에서 조달 받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죠. 채권자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기업에 섣불리 자금을 지원할 수 없습니다. 기업이 부도 위험에 처하거나 사업 수익성이 생각보다 좋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요.

 

이때 채권자와 투자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제공되는,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활동에 관한 계량적 정보를 '회계정보'라고 합니다.

 

회계에 분칠을 하다, '분식회계'

    
사업이 잘 된다면 상관없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은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회계정보를 왜곡하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이렇게 기업이 회사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할 목적으로 회계정보를 왜곡시키는 행위를 '분식회계'라고 합니다. 회계에 ‘분칠’을 해 정보를 속인다는 뜻이죠. 반대로 비용을 부풀려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법인세를 감면받으려는 역(逆)분식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회계정보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 회계정보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외부감사인, 즉 공인회계사가 감사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식회계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데요. 어째서일까요?

 

 

 

상대적으로 덜 촘촘한 부분을 찾아 감시망을 피해가려는 일부 기업들의 움직임 때문입니다. 또한 회계법인과 기업이 주위의 눈을 속여 은밀하게 손을 잡기도 하고, 금융당국의 적발을 피해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쓰기도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미국 엔론은 텍사스 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에너지회사였습니다. 파산하기 전 엔론은 22,000여 명의 사원을 거느린 미국 내 7대 대기업 중 하나였고,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6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엔론은 그러나 특별한 비전없이 아무 기업이나 인수해 결국 지속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엔론의 경영진은 따라서 재무제표와 분리되어 있는 자회사 구조를 활용해 엔론의 손실과 부채를 자회사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재무 상태를 위장했습니다. 그러나 2001년 말 분식회계가 드러나 각종 소송 끝에 결국 파산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1967년 설립된 대우는 한 때 대한민국 3대 기업에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IMF 경제 위기와 무분별한 기업 인수로 자금난에 빠지게 되었고 1999년에는 부채비율이 400%에 달합니다. 경영진들은 악화된 경영 상황을 숨기기 위해 판매되지 않은 수출품을 유통업체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수출액을 부풀려 40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를 벌였고, 자금을 지원해준 금융기관과 국민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선진 경제의 필수 인프라, ‘정직한’ 회계를 위해
 

회계는 정보비대칭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죠.

 

하지만 빈번한 분식회계로 경제 전체의 신뢰가 깨진다면 아무도 기업에 투자를 하려하지 않을테고, 시중에 투입될 자금은 충분한데도 기업과 경제는 오히려 퇴보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한국은 15대 경제대국, 8대 무역강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낮은 회계 투명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 FDI(외국인직접투자) 유치 또한 어렵게 만들어 우리나라가 선진 경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한국이 선진 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기본 인프라인 투명한 회계가 필수 아닐까요? 모두가 믿을 수 있고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깨끗한 경제 환경, 한국의 잠재성을 생각할 때 충분히 조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