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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튤립 한 송이 = 집 한 채" 세계 최초의 투기 '튤립 버블'

지난 2008,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이로 인해 당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커다란 경제위기를 겪게 되었고, 그 때 시작된 위기는 아직까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주택을 담보로 장기 대출을 해주는 제도인데요. 신용등급이 낮아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규제가 덜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여기에 몰려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었고, 물가 상승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금리를 올리기에 이릅니다. 그러자 이자상환의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은 손을 떼게 되고, 거품이 빠지면서 집값이 폭락하였습니다. 집값이 폭락하면서 집을 팔아도 빚을 상환하지 못할 지경이 되자, 빌려준 돈을 못 받게 된 투자자와 서브프라임모기지 회사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영향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까지 미치게 된 것이지요. 결국 일부 투자자들의 투기목적이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게 만든 것입니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6년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여 2008년 2분기에 최저점에 달하였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주택에서 시작되었다면
,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튤립으로 인해 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소 엉뚱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당시 튤립의 가격이 한창 올랐을 때는, 튤립 한 송이로 네덜란드의 대저택을 사고도 남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정도가 매우 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당시 발생한 튤립 열풍은 세계 최초의 투기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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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유럽의 나라들은 새로운 부의 원천인 신대륙과 아시아로의 해상무역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자 일부 사람들은 이 자본을 모으기 위해 투자자들을 모집하면서, 나중에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 발생한 수익을 투자한 금액에 따로 나누어주기로 합니다.

이것이 바로 주식시장의 모태가 됩니다. 1602년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를 설립하여 주식을 발행하였고, 네덜란드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의 사람들까지 여기에 투자하게 됩니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이 네덜란드로 몰리자, 많은 네덜란드인들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유럽국가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았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엄청난 부를 얻게 된 네덜란드의 상류층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저마다 저택을 짓고 정원을 가꾸면서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6세기 후반부터 터키에서 유입이 시작된 튤립이 네덜란드의 상류층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게 됩니다. 당시 많은 상류층 가정에서 튤립을 가지고 있다 보니, 튤립을 소유하지 않으면 진정한 상류층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튤립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었고, 공급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은 자연스레 상승하게 됩니다.

수요 공급법칙에 따르면 수요가 증가하여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일정 기간이 지나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다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튤립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튤립에 대한 투자 차익을 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세력들이 생겨나면서 이 법칙이 깨져버립니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튤립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그 가격은 멈출 줄을 모르고 상승한 것입니다. 그런데 원래 튤립은 봄에만 꽃을 피워 다른 계절에는 현물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품입니다. 그러자 다른 계절에도 튤립을 거래하기 원한 사람들은 꽃이 피지 않았는데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거래를 한다는 계약을 하기에 이릅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선물거래'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렇게 선물거래까지 행해질 정도로 끊임없이 가치가 솟구치는 튤립에 대해 일반 서민들까지도 여기에 온 재산을 쏟아 부어 버립니다. 당시 튤립의 알뿌리인 구근 하나의 가격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싸고 가축 수십 마리의 값어치를 할 정도였으니, 튤립에 대한 투기 광풍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 튤립의 구근 하나를 저 많은 돈을 주고 구매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 이러한 현실을 사람들이 깨닫게 되자, 1634년부터 1637년까지 이어지던 튤립에 대한 열풍은 16372월에 한 순간에 사라지게 됩니다. 당시 현물을 인도하거나 결제해야 하는 봄이 다가왔고, 이렇게 비싼 가격으로 튤립을 살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은 너도나도 튤립을 다투어 팔게 되었고, 가격은 순식간에 폭락하며 거품이 사라져버립니다. 결국 이로 인해 당시 네덜란드의 경제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되고, 당시의 유럽은 세계 최초의 경제공황에 빠져들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투기 현상인 과거 네덜란드에서의 튤립 광풍을 들여다보니, 요즘의 세계 경제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튤립 투기의 사례에서처럼 한 나라에서의 투기 현상이 그 나라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오늘날의 글로벌화 된 세계에서 훨씬 더 두드러질 것입니다.

사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투자와 같은 수단을 통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친다면 자신뿐 아니라 나라 경제에도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요구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