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합리적 소비 가르쳐
경제교육 저변확산 박차 가해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가격은 얼마일까. 아마도 투자의 귀재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워런 버핏과의 점심가격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버핏과의 점심' 낙찰가격이 263만달러,우리 돈으로 약 28억원이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이런 점심가격은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설명하는 데도 유용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 유명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자주 쓰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지만 이것이 바로 경제학 교과서가 담고 있는 핵심적인 지혜가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버핏은 경제학의 핵심 원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선구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최근 일어났던 일련의 경제적 사건들을 보면 이 같은 기본적인 경제원리가 간과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원리에 충실했다면,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과도한 차입에 의한 주택 버블이 형성될 수 있었을까? 국내에서 한때 3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모든 게 부족함이 없는 에덴동산에 살고 있지 않다. 한정된 자원을 누군가가 쓰면 누군가는 못쓰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는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바로 경제교육의 중요성이 나온다. 경제교육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가질 수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알려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경제원리는 유대인이 생활 속에서 가장 잘 실천한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철저한 경제교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돈의 소중함과 돈을 버는 것의 어려움을 생활 속에서 직접 체험하며,'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해 소득한도 내에서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체득한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0.4%에 불과한 유대인이 세계 100대 기업의 40%를 소유하고,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약 65%를 배출하게 한 주요 원동력의 배경에는 유대인식 경제교육이 있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반면 우리의 경제교육 모습은 어떠한가. 아직도 "어린 녀석이 그렇게 돈만 알아서 뭣에 써!" 혹은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식의 구시대적 인식이 남아있지는 않은지,그리고 공짜 점심이 난무하는 장밋빛 청사진들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냉철하게 따져볼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는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위해서 뿐 아니라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올바른 경제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 세계 77개국 150여개 경제 · 금융교육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우수한 경제 · 금융교육 프로그램의 공유 · 확산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경제교육을 보다 체계적인 틀에서 추진하기 위해 2009년 2월 경제교육지원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경제교육주관기관을 설립하고 지역 내 경제교육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11개 지역경제교육센터를 지정 ·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종합적인 경제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경제교육 인프라 확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도 많다. 체계적인 경제교육은 현대사회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임에도 불구하고,중 · 고교 교과과정 내에서의 경제교육 위상은 여전히 불안하다. 또 학교 밖에서의 경제교육 저변 확산 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민간이 중심이 돼 앞으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경제교육은 경제사회 현안에 대해 서로 상충될 수 있는 정보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정치제도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내년에 있을 두 차례의 주요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경제교육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박철규 <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
출처 : 한국경제(201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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