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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2인자'가 얻는 쏠쏠한 경제효과가 있다(?)

1위.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 목표입니다.

실제로 ‘1위’, ‘최고’의 가치는 엄청납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산업본부는 국내 피겨여왕 김연아선수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따냄으로 인해 5조 2천350억 원의 경제파급효과를 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거둬들인 전체 파급효과(6조 495억)의 86.5%를 차지하는 액수입니다.

이에 반해 2위는 ‘최고’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없으며, 1위에 비해 현저히 적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습니다. 아쉽고 모자라다는 이미지만 주는 2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요? ‘1위, 2위, 3위 순위 관계없이 모두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한 모두가 승자다.’ 같은 상투적인 접근이 아닌 색다른 접근을 해보겠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유도에서 은메달을 따고 기뻐하고 있는 김재범 선수.

나쁘지 않은...No! 좋은 2위!
 물론 1위의 입장에서 2위가 부러울 리 없습니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1위는 2위보다 높은 수익,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가적인 이득 또한 더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위 역시 나름의 특수성을 갖고 있습니다. 동종 경쟁업체 A와 B, C 세군데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A가 1위, B사 2위, C사 3위 순으로 기업순위가 매겨졌다고 추가적인 가정을 하겠습니다.
 
이때 A는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기 때문에 B와 C는 이를 따라잡기 위해 마케팅 투자비용을 늘리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것입니다. 물론 A역시 현상 유지를 위해 비용절감, 이미지 개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할 것입니다.

B와 C가 같은 수준의 마케팅을 벌인다고 했을 때, 기존 순위가 있는 만큼 그 효과는 똑같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큰 보상을 받게 될까요? 바로 2위 기업, B가 더 큰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1위와 경쟁하는 ‘라이벌’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시장경제에서 1위와 2위는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고 서로 비교대상이 됩니다. 1위의 마케팅이 변할 때 2위의 마케팅과 비교하게 되고, 1위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회복지에 힘쓴다면, 이때에도 역시 2위와 비교 하게 됩니다. 즉 1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갈 때 마다 2위의 행동 역시 주목받게 되는 긍정적 효과(Side-effect)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광고 하나로 '2인자' 이미지를  
과거 국내 핸드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S사는 핸드폰 모델로 가수 이효리를 발탁합니다. 이와 동시에 기업의 브랜드명과 유사한 밴드를 기획하여 기존의 핸드폰 광고와는 차별화를 꾀했고, 이는 핸드폰 주 소비층인 20대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2위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습니다. 당시 P기업은 핸드폰 판매 업종의 후발주자로 순위에도 듣기 힘들만큼 군소업체였습니다. 하지만 P는 가수 보아를 자사 광고모델로 발탁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까요? 바로 ‘이효리 vs 보아’라는 대결구도가 형성됐고, P사의 입장에선 업계에서 4위에조차 이르지 못한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P사가 업계 2위’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는 대단한 성과로 나타났습니다.

두 여자 가수의 대결은 마치 S사와 P사의 대결로 비춰졌고, 수치상으로는 2위가 아니지만 대중의 생각속에 2위로 자리잡은 P사는 이후 국내 핸드폰 구입시 우선 고려되는 기업중 하나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P의 위와 같은 마케팅은 2위가 얻는 경제적 효과를 고려한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Snob-effect란?
2위가 얻는 효과를 단순히 라이벌 관계, 경쟁구도로만 생각하기엔 논리적 비약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Snob-effect(속물효과)입니다.

사전에 따르면 Snob-effect는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 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소비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심리, 남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상품을 보면 오히려 사고 싶어하는 속물근성에서 유래한다 하여 속물효과라고 말합니다. 또는 제품을 구매할 때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마치 백로같다고 하여 '백로효과'라고도 불리웁니다.


지금까지 논의해온 2위의 효과와 명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심리와는 부합되는 점이 없지만, 다수가 사용하는 제품의 구입을 피하려는 심리는 연결고리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쯤 경험해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옷을 살 때에도 그때 유행하는 스타일을 피하려고 한다거나,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기존 핸드폰을 고집했던 경우도 이와 같은 형태입니다.

1위를 달리는 제품 보다 약간의 희소성이 있는 제품에 마음이 가는 것은 사람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성향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언제나 Snob-effect에 사로잡혀 1위 제품을 사지 않으려 하거나, Snob-effect에 의해서 구입하는 것이 2위 기업의 제품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구입 당시 우선 고려대상이 되는 것은 2위 제품일 것이며, 이 때문에 3위, 4위가 누릴 수 없는 2위만의 ‘프리미엄’이 생기는 것입니다.

표면상에 드러나는, 드러나지 않은 2위의 효과는 위에 언급한 것보다 훨씬 다양할 것입니다. ‘최고’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프리미엄을 누리는 2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이런 프리미엄을 1위로 나아가는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생각하듯이 1위는 2위가 갖는 효용보다 훨씬 큰 효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2위가 갖는 많은 효과. 이제는 2위가 꼭 아쉬운 자리라고 생각되진 않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