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진(59) 씨는 얼마 전까지 거리에서 생활하던 노숙인이었다. 가족 없이 혼자 살았지만 커피 자판기 수리 등을 하며 단출한 삶이나마 자기 힘으로 꾸려가던 그가 거리 생활을 하게 된 것은 당뇨병과 위암 수술로 건강이 악화되면서부터였다. 몸이 약해져 노동력을 상실하자 경제적 기반은 금세 무너졌고 거리로 나서게 됐다.
그러던 이 씨가 지난 7월 초 드디어 노숙인 생활을 청산했다. 새 직업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노숙인들이 판매하는 잡지 <빅이슈 코리아>의 판매원이 되어 매일 오전 8시에 서울 건대입구 지하철역 4번 출구로 출근한다.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다시 4시부터 세 시간 반동안 판매대를 지키며 하루 평균 20권의 잡지를 팔고 있다.
현재 이 씨를 비롯해 <빅이슈 코리아>에서 일하는 판매원은 모두 15명. 이들은 길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쪽방에서 살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홈리스 월드컵' 용기와 희망 나누는 축제의 장
요즘 이 씨는 9월 19일부터 26일까지 8일 동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릴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들떠있다. 홈리스 월드컵은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세계 여러 나라 노숙인들이 모여 서로 격려하고 용기와 희망을 나누는 축제의 장으로 2003년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해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 홈리스 월드컵에는 48개국 5백여 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 중 77퍼센트가 대회 이후 삶의 큰 변화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고 참가자들뿐 아니라 개최 도시에서 홈리스 월드컵을 관람한 시민들의 노숙자에 대한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을 취재했던 <빅이슈 콜리아>의 심샛별 문화사업국장은 "홈리스 월드컵은 대회를 관람하는 시민들이 노숙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노숙인들이 특별히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중 하나이며 약간의 자극과 동기부여를 통해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을 각성하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홈리스 월드컵은 길이 22미터, 폭 16미터의 미니 경기장에서 전·후반 각 7분씩 14분 동안 승부를 가리는 '풋살' 경기다. 한 경기당 골키퍼 포함 4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15명의 <빅이슈> 판매원 우승 목표 매주 토요일 훈련
지난 7월21일 15명의 <빅이슈 코리아> 판매원들은 서울 영등포공원 내 풋살 경기장에 모여 첫 축구 연습을 시작했다. 이들은 우승을 목표로 매주 토요일을 훈련하는 날로 정했다.
<빅이슈 코리아> 판매원들은 홈리스 월드컵 위원회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았지만 아직 걱정거리가 있다. 선수 8명과 직원 2명 등 총 10명의 항공료와 훈련비용 등 3천만원을 부담할 후원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 국장은 "일단 부지런히 연습하다 보면 좋은 후원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홈리스 월드컵은 축구공 하나와 용기, 열정으로 인생의 새출발을 이루고 세상을 바꾸는 축제입니다. 이 대회에 한국의 노숙인 대표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해 좌절과 실패로 눈물을 흘려본 많은 분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출처 :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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