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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4대강 살리기, 이젠 제대로 된 수질 관리를

 

  

경제개발을 위해 강을 막아 댐을 만들고 물을 공급한 지 어언 40년이 지났다. 급속한 경제개발로 하천의 오염이 심각해지자 서울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한 지도 30년 세월이 흘렀다. 정신없이 댐을 만들고, 또 하·폐수처리장을 만들어온 세월이었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니 우리는 환경 선진국을 향해 가는 길목에 서 있지 않은가.

요즘 강 살리기가 화두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강을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정말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40년 동안 댐을 막아 그 물을 쓰느라 바빴고, 골재를 빼 쓰기 위해 강바닥을 함부로 파댔다. 그러다가도 홍수가 날 것 같으면 호들갑을 떨며 강의 제방을 높인 것 외엔 크게 한 일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강은 관리의 대상이라고만 배웠다. 그러나 우리는 강을 이용만 했을 뿐 제대로 다스리고 관리한 적은 없는 듯하다. 강 살리기 사업 뒤에 이런 배경이 있다는 걸 냉철하게 바라봐야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하수처리장 방류수 수질기준만 봐도 그렇다. 세계 각국은 총질소(TN)와 총인(TP)과 같은 성분의 수계 부하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하·폐수 방류수 수질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2년까지 총질소와 총인의 허용기준 농도는 각각 리터당 60밀리그램, 리터당 20밀리그램이었다. 이 기준은 유입수(생활하수, 산업폐수의 원수)의 농도보다 높다. 즉, 고도처리 공법 없이도 배출허용기준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수질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2003년부터는 총질소와 총인의 허용기준 농도가 각각 리터당 20밀리그램, 리터당 2밀리그램으로 정해졌지만 아직까지 실행은 미미하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유입수 농도와 유사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런 부조리를 외면해온 전문가, 행정가, 그리고 시민단체부터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제야말로 물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앞으로는 강에서 물을 퍼올려 썼다면 강에 물을 돌려줄 때도 원래 수질에 근접하게 돌려줘야 할 것이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수질문제다. 강을 살리자면 당연히 수질부터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논란을 보면 너무나 전문적인 영역을 그저 단순화해 결론 내리려는 것만 같아 아쉽다.

물은 복잡한 대상이다. 물을 다루는 분야만 봐도 복잡하고도 다양하다. 수자원 및 하천공학, 상하수도공학, 수질관리, 수생태, 환경법, 거기다가 요즘은 인문학의 영역까지 망라할 정도다. 분야에 따라 물을 이해하고 다루는 시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4대강만 놓고 봐도 그렇다. 각각의 강이 상이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어느 한 강의 사례만 들어 수질이 안 좋다거나 수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전체를 호도해버려서는 곤란하다. 
 

예를 들어 한강은 수량 측면에서는 그나마 잘 관리되어 왔지만 한강 하류의 수질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한강은 국민은 물론 우리 경제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므로, 한강의 경우 규제와 개발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할 것이다. 낙동강은 또 사정이 다르다. 지난 40년간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한 강이다.

낙동강의 수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은 아마도 낙동강 수질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한 탓이 아닌가 한다.

올해 1월 낙동강에서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산(소각시설에서 나타나는 맹독성 물질인 다이옥신과는 다른 물질)이 1주일 이상이나 세계보건기구 기준치를 웃도는 일이 발생했다. 인근 화학섬유공장의 폐수를 강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따로 처리하는 대책을 세우고서야 오염도가 수그러들었다.

 당시 수질사고가 더 심각해진 원인이 낙동강의 수량 부족에 있다는 데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금강은 상대적으로 수질이 나은 편이나 영산강의 경우 수질 개선은 그 대책이 만만치 않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낙동강 보(洑)의 수질 문제를 보면서, 전문가들 사이의 기술적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강 살리기 사업 초기에도 수질문제는 강력히 제기되었던 분야였다. 사업 초기단계부터 수자원과 수질 전문가가 동시에 같은 비중으로 관여했다면 더욱 건설적인 토론이 되었을 것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을 증액한 것은 그동안 연구한 결과 수질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수질 보전에 대한 각종 장치를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증액 예산 중 3조9천억원은 하수처리장 등 기존 환경기초시설의 고도화와 현대화에 투자될 것이다.

그 결과 본래 취수했던 수질에 근접한 하수를 강에 돌려줄 수 있다면 4대강 살리기는 이해타산을 떠나 환영할 일이라고 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2년까지 방류기준을 차등화, 선진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화학적산소요구량(COD)뿐만 아니라 총질소, 총인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는 내용이다. 특히 강에 조류를 발생시키는 인의 경우 ‘TP 수질오염총량제’를 별도로 만들어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부영양화 물질을 제거할 수 있게 투자와 규제를 강화한다면 수질문제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도 약간 미진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직도 오염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위 ‘비점오염원’문제다. 산이나 농지에서 빗물에 씻겨 강으로 들어가는 오염물에 대한 제어 관리를 말한다. 이를 위해 순환자원인 물을 일관되게 관리하는 전문행정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숙제로 남겨진 듯해 아쉽다.

물을 다루는 정책을 수치(水治·Water Politic)라고 한다. 이해 당사자가 많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모두 자기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치’를 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떤 경우라도 ‘수치’의 최대 수혜자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 *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위클리 공감(2009.6.17)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