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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4대강 살리기②> 1000일후 대한민국,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6월의 어느 날, 살랑거리는 바람이 볼을 간질이는 밤 분위기를 만끽하며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한강변을 걷고 있습니다. 20대 회사원 정서울 씨는 퇴근 후 이곳에서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입니다. 한강변에 새로 만들어진 생태하천을 따라 심어진 민트며 라벤다며 갖은 허브 향이 초여름 밤의 온기 속에 더욱 짙게 피어납니다. 몇 년 전 한강 살리기 사업을 시작하기 전보다 훨씬 맑게 느껴지는 한강의 강바람, 편안한 평상복 차림 혹은 운동복을 입은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들이 허브향 섞인 강바람을 마시며 한강변의 밤을 누비고 있습니다.

낮에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놉니다. 아이들이 수초가 우거진 생태하천변으로 다가가 물속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발을 강물에 담급니다. 손을 강물에 담급니다. 찰랑이는 물소리, 햇빛 아래 빛나는 강물의 파편들, 엄마들도 기분 좋게 아이들과 함께 강물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아이들은 모르지만 엄마들은 압니다. 이제 한강 물이 멱을 감아도 되는 맑고 건강한 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한강 물에 들어가 놀아본 것이 얼마만의 일일까요. 아주 오래 전, 아이들의 엄마들도 태어나기 전에 광나루며 여의나루며 난지도 앞까지 한강 물에서 아이들이 멱 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한강에 손을 담급니다. 발을 담급니다.

반짝이는 강변의 흰 모래밭, 강 위에는 바람을 가르는 윈드서핑, 수륙해안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신종 그린 X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부십니다. 




 

경기도에 사는 40대 회사원 김경기 씨는 요즘 주말 아침이면 기분 좋게 잠을 깹니다. 아내와 함께 멀리 강 풍경을 즐기며 자전거 하이킹을 할 생각 때문입니다. 서울로 출근하기는 좀 불편해도 강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아파트였지만 몇 년 새 조금 시들해져 있었습니다. 만날 그 풍경이 그 풍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강 풍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20여 분만 자전거를 타고 가면 서울 도심으로 주욱 이어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 있어 더욱 신이 납니다. 조금만 자전거에 익숙해지면 자전거로 서울 도심까지 출퇴근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다서다 막히는 자동차보다 자전거로 강변을 단숨에 달려 회사 근처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시간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 상·하류로 이어지는 강변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다 보면 속도가 주는 경쾌함에, 하천변에 펼쳐지는 상쾌한 풍경에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요즘은 전국의 강변 곳곳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말끔하게 닦여 주말이면 전국의 자전거길을 달리는 은륜 행렬이 이어집니다. 곳곳에 ‘자전거 테마공원’이 만들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다 이상이 생겨도 문제가 없지요. 그곳엔 자전거족을 위한 유스호스텔과 피크닉장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강변 자전거 전용도로가 유명하다 보니 4대강 자전거 전용도로 완공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4대강 종단 투르 드 코리아’ 대회에도 외국인 참가 신청자가 몰립니다. 유명 프로선수들은 몇 백 킬로미터를 주파해야 하는 코스에 도전 의욕이 불타서, 아마추어 선수들은 새로운 풍광을 즐기러 한국의 강변을 찾습니다. 자전거와 나란히 이어지는 친환경 생태하천, 곳곳에 배치된 생태습지, 전국 각지의 고유한 디자인을 살린 소규모 댐이나 보(洑)도 지역의 명물 ‘랜드마크’로 국내 손님은 물론 해외 손님들을 반가이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강의 삼국문화권, 낙동강의 가야문화권, 금강의 백제문화권, 영산강의 마한문화권으로 강마다 특성 있는 역사문화테마공원이나 역사체험마을이 늘어나면서 강변문화관광이 한참 주목받는 요즘 김경기 씨는 얼마 남지 않은 부모님 칠순 선물로 강과 바다를 다니며 이들 관광지를 한 번에 경유할 수 있는 ‘유람선 리버투어’를 보내드릴까 생각 중입니다. 숙박까지 포함돼 있어 3박 4일이면 경기도 인근에서부터 안동 하회마을까지 다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낙동강 상류지역에 사는 50대 농부 이낙동 씨에게 요즘은 참 속이 편안한 나날입니다. 위장병이 아니라 속 끓일 일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올 봄에는 지긋지긋한 가뭄을 겪지 않았고, 봄 가뭄 끝에 여름으로 이어지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또 다른 불청객인 홍수 걱정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낙동 씨에게 낙동강은 참 아쉬우면서도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봄 가뭄이 심할 때면 무심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강물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렇게 물이 많은데도 내 농사에는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비가 오고 강물이 불기 시작하면 무서웠습니다. 토사가 쌓여 높아진 강바닥 때문에 언제 또 강물이 넘쳐 하천에 가까운 이낙동 씨의 비닐하우스를 물에 잠기게 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초여름이 되어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면 이낙동 씨는 밤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낙동강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고, 낡은 제방을 다시 쌓고부터는 지긋지긋한 홍수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강 상류 쪽에 작은 댐이 들어서고 바로 인근에 적절한 때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주는 저수지가 생기면서 가뭄 걱정도 사라졌습니다. 아, 둠벙을 잊었습니다. 물 대기가 쉽지 않은 이낙동 씨의 산비탈 다랑이논 근처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둠벙을 만들어주어 물 걱정을 덜었습니다.




 

이낙동 씨가 사는 동네에는 요즘 뽕나무 심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누에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이낙동 씨 동네의 이웃 마을들은 요즘 누에를 키우면서 예부터 유명한 안동포에 버금가는 비단 생산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저 흰색 고치만 생산되던 과거와 달리 누에먹이에 따라 연분홍, 노랑, 연두의 예쁜 색상의 고치가 만들어집니다. 인근 읍내는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생사를 가공해 다양한 두께의 실크 천을 짜고 이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디자인의 의류로 생산하는 실크패션마을로 유명합니다. 4대강 주변의 농어촌을 대상으로 한 ‘금수강촌’ 모델로 선정되기도 해 주변 마을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이낙동 씨를 비롯해 낙동강 인근에 사는 분들은 요새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이 반갑습니다. 예전 인근에 공업단지가 밀집해 있던 낙동강은 우리나라의 어느 강보다도 오염사고가 많았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오염사고를 막기 위한 완충저류시설이 낙동강 하류지역에 만들어지면서 수돗물이 좀 더 깨끗해져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이 지나는 마지막 관문인 부산 시내의 워터프런트, 이곳에도 물놀이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즐겁습니다. 낙동강 하구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을숙도에는 몇 년 전보다 더 많은 철새들이 깃들이고 있습니다. 철새들도 아는 모양입니다. 낙동강이 예전의 낙동강이 아니란 사실을. 


 
서해로 흐르는 교류의 강, 금강 유역에는 ‘러브레터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유금강 씨는 남편과 함께 폐기되는 우체통 1천여 개를 활용해 만든 특이한 관광자원을 자랑하는 마을에서 관광객을 맞는 식당을 운영합니다. 충청도의 푸짐한 인심에 맛깔스런 찬을 곁들인 밥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금강에 공주와 부여를 연결하는 뱃길이 복원된 뒤로 조용한 농촌지역이던 금강 유역은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넘치는 문화관광의 고장으로 변모했습니다. 영산강 유역도 목포와 광주를 잇는 뱃길이 이어져 황포돛배가 오가는 남도 문화관광의 새로운 루트가 되고 있습니다. 유명한 나주 배(梨)와 뱃길의 배(船)를 결합해 말 그대로 ‘배놀이’를 즐기는 곳이 된 것입니다. 과거 영산강의 풍류가 음식과 뱃놀이를 통해 재현된 겁니다. 한때 온갖 물자 실은 배들로 붐비다 외롭게 등대 하나만 남아 있던 영산포구도 예스럽게 복원되어 코를 톡 쏘는 홍어와 더불어 지역 명물이 되고 있습니다.

재첩의 고장 섬진강에는 자전거 관광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봄이면 벚꽃이, 여름이면 청정지역에만 사는 반딧불이의 고장으로 유명한 섬진강은 금강, 영산강으로부터 쭉 이어진 자전거 전용도로를 통해 들어온 이들이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 섬진강 청정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4대강 살리기가 가져온 녹색산업의 역동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4대강 유역은 디지털 문화지도로 제작되어 정보통신망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가상체험으로 문화·관광·생태체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4대강을 활용한 녹색성장산업은 강을 따라 곳곳에서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강 관리도 첨단입니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한 하천종합정보시스템이 만들어져 수질오염이나 재해 발생 같은 사건도 클린 IT센서로 감시하고 관리합니다. 하천 수위나 유량 같은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관리하다 보니 홍수 예보나 물 관리도 예전보다 훨씬 정확하고 빨라졌습니다. 몇 년 전 유럽에서 수질오염을 감시하는 로봇물고기가 있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이제 우리의 4대강에도 수질오염을 감시하는 로봇물고기들이 유영합니다. 이들 물고기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중 환경에서 생태 환경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강의 저류지처럼 평소 잘 사용되지 않는 하천변에는 태양광이나 소규모 수력발전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우리의 강, 우리의 생명줄인 강은 이렇게 많은 이들의 생활을 바꾸고, 삶을 바꾸고, 삶의 터전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2011년 이후 어느 초여름날이었습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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