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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문헌보관소/<인터뷰>경제톡톡(Talk Talk)

양도소득세 개정 논란이 주는 교훈

기획재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홍역을 치렀다. 원래 부동산 세금에 손대는 일은 늘상 논란을 부르기 마련이다. 국민 개개인의 재산권과 직결돼 있는 데다 곧잘 ‘경제이슈’에서 ‘정치이슈’로 비화되는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논란의 전개 과정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야당의 반대 이전에 당정협의까지 끝낸 법안에 대해 여당 내에서 이견이 분출됐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을 지난 316일 월요일자 조간용(보도 엠바고)으로 발표하면서 그 적용시점을 당일인 ‘316일’로 정했다. 국회 법률(소득세법) 통과 시점까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섣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재정부는 내심 자신이 있었다. 양도세 완화가 청와대의 이른바 ‘속도전’의 틀 안에서 강한 힘이 실린 정책인 데다 여당(정확히는 당 정책위원회)과 합의를 한 상황이어서 4월 임시국회의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 법안은 야당까지 가기도 전에 여당 내 반발에 부딪혔다.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부자들을 위한 정당이란 이미지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등 이유로 반대를 하고 나섰다. 당론이 표류를 거듭했고 결국 양도세 완화 대상에서 투기지역(강남 3) 주택을 제외하고, 기간도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하는 것으로 수정돼 지난달 30일 임시국회를 통과했다.

가장 확실하게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던 강남 3구가 빠지면서 모든 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없애겠다고 밝혔던 정부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정부가 성급했다’,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훼손했다’ 같은 상식적인 비난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발표를 믿고 316일 이후 주택 거래를 했다가 졸지에 훨씬 많은 양도세를 내게 된 강남 3구 주택 보유자들이 소송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재정부도 할 말은 많다. 부동산이나 자동차처럼 시장에 민감한 정책을 국회 법 통과 이전에 미리 발효시키는 것은 통상 있는 일이고, 여당과의 협의를 당 정책위 차원을 넘어 전체 지도부나 의원들을 상대로 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정부를 밀어주지는 못할망정 중요한 순간에 쌍지팡이를 짚고 나선 여당 의원들이 야속기도 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간 혼선이라기보다는 여당내 혼선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이번 일은 빠르게 가시적인 정책 성과를 내려는 청와대와 다양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여당간 대립으로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여당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밑그림을 그리고 정부가 구체화시켜 국회에 법안을 내면 바로 통과를 시켜주기에는 여당내 이념 성향의 스펙트럼과 지역구에 기반한 이해관계의 함수가 워낙 복잡하다. 강북에 기반한 의원이 강남의 세금을 깎아주자는 데 선뜻 동조할 리 없다. 대통령이 당권을 틀어쥐고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의원들을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아니니 구심점을 향한 결집력도 과거와 같을 수 없다. 정책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테크노크라트(정부)의 새로운 고민과 방향 모색이 필요한 때다. 이번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경제부 김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