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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영국에서 늦깎이 유학 생활 중인 선배 P씨로부터의 메일이 잦아졌다. “환율이 달러 당 2,000원까지 치솟을 거라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달러를 사둬야 하는 거 아니냐? ” “국내 은행들도 곧 위험에 빠질 거라는 데 국외로 예금을 옮겨 놔야 하는 거 아닐까?” “3월 위기설이 현실이 될 거라는 데 정말일까?”

^타국 생활에서 도대체 어디서 이런 얘기를 주워듣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진원지가 한 인터넷 토론방이었다. 앞으로 몇 년이 될 지 모를 유학 생활의 자금 탓에 냉온탕을 오가는 환율에 불안해 하다 틈만 나면 토론방의 글들을 섭렵했다고 했다.

^필자가 해줄 수 있는 답변은 “그냥 참고만 할 뿐, 제발 실체도 모르는 논객들의 글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 뿐. 그리고 며칠 후, P씨는 “불안감에 괜히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다. 한동안 토론방을 멀리 하기로 했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3월이 ‘무사히’ 지나갔다. 지난해 9월 그랬던 것처럼 ‘위기설’은 역시 ‘설’에 그치고 말았다. 3월말에 회계연도가 끝나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금을 일제히 회수하면서 우리나라가 외화 유동성 압박을 받을 거라는 얘기였지만, 이번에도 지나친 기우였음이 확인이 된 셈이다.

^정부로선 몹시 속이 상했을 것이다. 번번이 실체도 미약한 위기설을 조장하고 부추긴 시장과 언론에 서운함이 상당할 것이다. 정부의 해명은 귓등으로도 듣지않은 채 인터넷 토론방 등에 떠도는 위기설에 좌불안석하는 P씨 같은 개인들을 이해하기가 쉽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 봐라, 아무 일도 없지 않았느냐”고 항변도 하고 싶을 것이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필자도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분명 위기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된 데는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강렬한 기사를 원하는 언론에도 적잖은 책임이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정부도 그저 남의 탓만 할 일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들이 정부의 신뢰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다분하다. 한 시장 관계자는 “때마다 위기설이 되풀이되는 것도, 미네르바의 글이 일파만파 파장을 불러온 것도 정부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부는 무조건 국민들에게 장밋빛 희망만 심어줘야 한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그러다 외환위기 당시처럼 진짜 무시무시한 위기 징후조차도 못 본체 덮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제주도에서 개최한 외신 특별세미나에서 한 외신 기자는 “한국 정부는 희망적인 말만 되풀이 한다”며 “우리의 얘기는 듣지 않고 정부 주장만 되풀이하려면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결국 신뢰는 진실된 소통에서 시작되는 법. “위기는 없다”고 일방적인 낙관론을 펼치기 앞서 왜 시장이 위기설에 흔들리는 것인지, 정부의 시각과 설명에 어떤 부족함이 있는 것인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것이 ‘3월 위기설’이 낳은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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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일없이산다 2009.04.14 1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해는 또 어떤 위기설이 남아있는지 궁금!!

  2. 예비애엄마 2009.04.22 16: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하, 평소에 이영태 기자님 팬이었는데!
    요즘 늙은이 독자들은 비난을 위한 비난 듣기도 피곤하고
    칭찬을 위한 칭찬에도 머리가 아파집니다.

    우리 사람들 좀 먹고 살게,
    살만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좋은 기사 바래봅니다.

    추신. 기왕 쓰시는 글, 얼굴도 좀 남기지 그러셨어요 아줌마들은 얼굴 나오는 거 좋아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