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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환승할인, 편리함 뒤에 숨겨진 경제적 갈등

잠시 저랑 같이 여행을 떠나보실까요? 출발지는 저의 집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장미로 (야탑동) 이고 목적지는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 (명륜3가동)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입니다.

 

 

 

 

 

먼저 집 앞에서 (성남) 33번 버스를 타고 모란역으로 갑니다. 그리고 모란역에서 분당선을 타고 왕십리역까지 간 다음, 왕십리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립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4호선으로 두 정거장만 더 가면 혜화역에 도착하는데,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있어서 8번 마을버스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해서 든 총 비용은? 단돈 1500원입니다! 만약 시내버스, 지하철, 마을 버스 요금을 환승없이 이용했다면 1050+1350+750=3150원 (카드 기준)이 들었겠지만, 환승 할인 덕분에 반도 안되는 요금으로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엔 환승이 너무 익숙해져서 환승을 하지 않고 한 노선만 이용할 때는 본전을 못 뽑은(?) 느낌마저 들기도 합니다.

 

환승, 목적지 가는 '필수' 통로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는 최근 수도권 주민 19만 80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도권 주민 통행실태 조사'를 발표했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 1명은 교통수단을 하루 평균 2.61회, 8.9km를 이동했으며 1통행당 평균 1.2회 환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액수로 계산하면 1인당 1년간 약 53만원을 절약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하고 경제적인 환승 할인에 최근 소송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환승할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환승 할인을 둘러싼 갈등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환승 할인, 범위와 방법은?

 

현재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에서 시행되고 있는 환승 할인제도의 정식 명칭은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할인제’이며 교통 카드를 사용할 경우 교통수단을 갈아탈 때마다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총 이용거리에 비례하여 요금을 지불하는 제도입니다.

 

환승 할인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교통요금 부담을 줄이고, 시민들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며, 빈차가 운행되는 것을 예방함으로써 유류절감과 도시매연 감소, 기사들의 과로 방지 등을 위한 취지에서 도입되었습니다.

 

환승 할인이라는 개념은 2004년 7월 1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시내버스 체계를 개편할 때 처음으로 등장하였는데요, (여기서 잠깐 쉬어가는 문제! 혹시 그 때 요금을 기억하시는 분 계시나요? 성인 교통카드 사용 기준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800원, 마을버스 요금은 500원, 광역버스는 1,400원이었답니다)

 

서울시 시내버스와 수도권 전철만을 대상으로 시행되다 3년 후인 2007년 7월 1일에는 경기버스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되었습니다. 그 후 2008년 9월 20일에는 광역 및 좌석 버스, 2009년 10월 10일에는 인천버스가 통합요금제로 편입되었으며 비교적 최근에 생긴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신분당선까지 그 범위는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환승할인 비용 두고 '갑론을박'

 

환승할인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제도가 분명하지만 결코 공짜는 아닙니다. 결국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현재 대중교통 환승 시 요금을 할인해주면서 생긴 교통 운영기관의 손실은 해당 지자체가 보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환승할인손실보전금’이라고 부르는데 그렇다면 결국 환승할인도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경기도가 매년 지급하고 있는 환승할인손실비용보전금 분담액은 연간 600억 원 규모인데 환승할인제도는 관련 비용이 막대하다는 것과 그 재원이 국민의 혈세라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교통운영기관과 지자체 간, 심지어 지자체 내에서도 환승할인과 관련된 재정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까요?

 

 

① 코레일,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경기도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환승할인손실보전금 소송

 

경인선, 경의선, 분당선 등을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해 12월 경기도를 상대로 환승할인손실보전금 106억 7천 500만원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하철 1~4호선과 5~8호선의 운영주체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도 각각 62억, 42억 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소송의 주요골자는 ‘인상된 요금을 기준으로 원래 합의했던 비율인 60%만큼 보전금을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지난 2007년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한국철도공사가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요금제 도입을 합의할 때 경기도와 인천시가 환승할인손실비용의 60%를 부담하는 조건이었는데요, 경기도와 인천시가 2011년 6월 대중교통요금 인상합의 과정에서 코레일 등과 손실보전금 지급 비율을 10%p 낮추는 데 대해 구두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요금 인상 전 기준 환승할인손실금의 50%만 지급하면서 갈등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2011년 회의에서 경기도, 인천시, 서울시, 코레일,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인천메트로 등의 실무책임자가 참석해 서울시가 버스요금을 올릴 때에 맞춰 부담 비율을 50%로 조정하는데 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와 인천시 관계자들은 2007년 합의문에 요금 인상 등 운임 조정이 발생할 경우 지자체의 부담을 경감해주기로 한 공동합의문 제5조를 원용하며 교통 요금이 인상된 만큼 부담비율도 낮추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당시에 해당 안건이 논의된 적은 있으나 환승할인보조금 비율을 하향 조정하기로 구두 합의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합의 했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인천교통공사는 당초 합의대로 환승활인보조금 비율을 60%로 유지하지 않을 경우 환승할인을 적용해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경기도와 인천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② 의정부와 용인 경전철 환승할인 시행 문제
 


작년 7월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매월 8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되었으나 실제 이용은 1만1천 명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의정부경전철은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지난 해 11월 한 달 동안 1300원의 운임을 350원으로 할인하는 행사를 하기도 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용인경전철의 경우 2010년 6월 완공했으나 시공사와 용인시가 소송을 벌이면서 오는 4월 17일까지 개통이 지연되었습니다. 더구나 용인시가 소송에서 패해 경전철을 직접 운영해야 하는 상황인데 의정부경전철과 마찬가지로 적자운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의정부경전철은 매월 2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고 있으며 용인시는 지난해 경전철 배상금 7787억 원을 정산하기 위해 공무원 급여를 반납하는 등 긴축 살림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등의 관계기관 협의해 통합환승할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년부터 환승할인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만약 경전철이 파산하게 되면 시와 도가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경기도의 자문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업인 만큼 해당 자치단체와 해당 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잊고 내린 건 없나?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체계는 2011년 4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59회 UITP(세계대중교통협회) 세계총회에서 최고정책상과 모범사례상, 신기술 혁신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3년 1월 CNN으로부터 서울지하철이 세계 9대 지하철로 선정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환승제도에 문제가 생긴다면 많은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을 것이 너무나도 자명하기에 정부는 적절한 중재를 하고 필요하다면 재정적 지원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기 전에 지자체와 공사가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도록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지자체가 새 노선을 건설하기 전에 예상수요와 비용을 철저하게 검토하는 것이 최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물론 대중교통의 경우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건설하고 운영하려면 돈이 들게 되고 적자가 날 경우 그것을 메우는데 쓰이는 것은 결국 또 다른 국민의 세금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더불어 철도-버스 간 환승 시스템 구축, 환승 센터 건립 등 환승 체계 자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갈등이 잘 해결되어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더 효율적이고 편리해지는 계기가 되고, 앞으로도 국민의 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