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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레미제라블' 장발장을 휩쓴 19세기 프랑스의 사회,경제 모습은?

작년 연말, 올해 연시를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을 기억하시나요? 명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 뮤지컬 영화 형식이라는 요소들이 잘 어울려 흥행를 거두었는데요.

 

영화가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영화를 통해 당시 시대모습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알아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시대적 배경, 즉 19세기 프랑스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당시의 경제환경과 경제사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더욱 더 흥미롭고 풍부한 관점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겠죠. 자, 지금부터 저와 함께 영화 <레미제라블>의 배경이 되었던 과거로 떠나보겠습니다! 

 

 

 

 

굶주린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를 부르다


영화는 장발장이 19년의 노역형을 선고 받고 강제노동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장발장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26년 후 1815년 풀려 나게 되는데요. 장발장이 범죄자가 된 이유는 아시는 것처럼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기 때문'입니다.

 

정말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살 돈이 없었던 것일까요? 19세기 프랑스 사회는 빈부격차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극심한 굶주림과 신분제에 대한 불만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국왕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왕이 없는 나라’, 공화국을 선포합니다. 하지만 혁명 이후 프랑스는 더 큰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죠. 오스트리아 등 이웃나라가 프랑스에 군대를 파견했고, 쫓겨난 왕족과 귀족들이 이들과 결탁했습니다. 혁명지도부는 외국군과 내부의 반혁명 세력과 전쟁을 벌이면서 한편으로 내부 권력다툼에 돌입합니다.

 

 

“고개 숙여, 하늘에는 신이 없고, 땅에는 자비가 없고, 나는 죄가 없네. 주님은 관심도 없어. 고개 숙여. 모두 다 널 잊었어. 넌 영원한 노예일 뿐.”

 

 “하루가 지나가면 또 하루 늙어갈 뿐. 이것이 가난한 자들의 삶. 주머니에는 일주일을 버틸 돈만 있어. 뼈빠지게 일 안 하면 굶주릴 수밖에 없네.”

 

- 영화 속 노래가사 중에서 -

 

 

전쟁과 혁명의 아수라장에서 경제는 엉망이 되었죠. 날로 물가가 치솟아 민중들의 고통은 극심에 달합니다. 혁명지도부 로베스피에르는 1793년 정권을 장악한 뒤 ‘최고가격제’를 실시해 빵의 가격을 강압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고정시켰지만, 일시적이었습니다. 로베스피에르가 실각한 후 최고가격제는 폐지되고 물가는 다시 뜁니다.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은 없었다

 
장발장은  
출소 한 뒤, 전과자 신분을 속이고, 재산을 모아서 공장을 설립합니다. 프랑스 북부 소도시 몽레이유에서 새로운 구슬 공정을 개발, 기업가로 거듭나며 크게 성공했는데, 이 지역은 영국의 영향을 받아 다른 프랑스 지역보다 산업화가 먼저 진행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자수성가한 벤처사업가인 셈이죠.

 

그의 공장에서 일하는 여주인공, 영화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팡틴’은 착쥐당하는 노동자의 삶을 사는 인물의 전형입니다. 영화 속에서, 홀로 어린 딸을 키우며 여공으로 일했지만 공장장의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쫓겨납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파는 거리의 여자가 되죠.

 

실제로 당시 프랑스에서는 혼란한 사회 속에서 산업화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부르주아가 탄생했지만, 성장의 열매는 가난한 사람들에겐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도시 인구는 갑자기 늘어났지만 주택, 수도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불량한 위생상태로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때마다 슬럼가에 사는 빈민들은 떼죽음을 당했죠. 심지어 하층 여성들은 사회의 온갖 모순을 떠안은 채 극도의 고통을 겪었고, 생활고에 못이겨 아이들을 내다버리거나 살해하는 ‘영아 살해’가 비일비재했다고 하니, 비참합니다.

 

 

 

 

 

 

19세기 프랑스 농민, 노동자의 참담한 상황을 풍자한 그림

 

 

경제 성장과 더불어 물가도 함께 오르는데 임금은 턱없이 낮았습니다. 이는 노동자들의 실질구매력을 점점 더 하락시켰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는 곳곳에서 봉기하기 했습니다. 1817년 리옹 모자 제조 노동자들은 임금 인하에 항의하는 파업을 벌였고, 1824년 울름의 목편공장에서 노동자 800명은 임금인상과 함께 기업주가 30분으로 줄인 식사 시간을 늘려준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파업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빵을 달라"


프랑스의 현실이 저항과 바리케이드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영화 속 주요 배경으로 묘사되는 1832년 6월 봉기. 당시 사건은 국회의원으로 ‘민중의 편’에 섰다고 평가받는 라마르크의 장례식을 계기로 급진적 공화파 청년들이 주도해 일어났습니다.

 

다시 과거로 가볼까요? 6월 봉기는 1년 전 프랑스 대표적 공업도시인 리옹에서 일어난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831년 리옹 노동자들은 오르는 물가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낮다며 ‘최저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위를 벌였습니다. 정부는 이를 반란으로 규정해 잔인하게 탄압했죠. 이후 일어난 6월 봉기는 리옹 사건과 7월혁명 결과에 대한 불만, 당시 프랑스에 닥친 경제적 어려움, 콜레라로 파리에서만 1만8000여명이 사망하는 재난 등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습니다.

 

영화는 합창 장면으로 마무리 됩니다. 1848년 2월 혁명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루이 필리프 왕정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하는 데, 이것이 ‘2월 혁명’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완의 혁명 중 하나입니다. 이후 프랑스는 민주공화정이 정착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더 겪습니다. 나폴레옹 3세의 ‘제2제정’을 거쳐 자치정부 ‘파리 코뮌’, 파리 코뮌을 진압하고 출범한 ‘제3공화정’에 가서야 민주공화정으로 정착합니다. 19세기 프랑스 역사는 그야말로 혁명과 반동, 유혈로 얼룩 진 역사인 셈이죠.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엿볼 수 있는 19세기 프랑스의 사회와 경제상황을 살펴봤습니다. 1862년 원작 소설을 쓴 빅토르 위고는 책 서문에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런 책도 무익하지 않으리라”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저자가 예감했던 것처럼 <레미제라블>에는 역사와 사회, 정치, 철학, 종교 등 인간사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서, 그러한 가치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꾸준히 독자들을 레미제라블의 세계로 끌어당기고 있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500쪽 분량 대작을 3시간 정도의 영화로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원작을 제대로 이해하고, 흥미롭게 읽기 위해서 19세기 프랑스 역사, 특히 경제 환경을 알고 있다면 당시 프랑스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기사가 독자 여러분들께 당시의 사회모습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자료>

 

- 도서 -

 

: 프랑스의 역사 / 개정판, Riviere, Daniel / 까치, 1998

: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 노명식 / 까치, 1993

 

- 신문기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1132220165&code=960401

:http://www.ytn.co.kr/_ln/0102_201301041818574972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212311344211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5691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