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3일
“핵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
1월 24일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시험도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1월 27일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을 표명했다.”
“핵실험이 민심의 요구이고 다른 선택은 할 수 없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2일, 북한은 이 날 예고에도 없던 방송을 통해 발표합니다.
“북부 지하 핵 실험장에서 제 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새해부터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던 북한이 결국 실제로 3차 핵실험이 강행하고 말았습니다! 세계 각 국에서 북한의 움직임과 발언을 두고 신경이 곤두서있는 와중, 우리나라처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예민한 국가가 어디 또 있을까요?
특히 북한 관련 사안은 단순한 정치적 문제를 넘어 경제적인 면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북한 핵실험 직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경제 부처와 금융당국이 잇따라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북한은 우리나라에 이미 오래 전부터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만큼 북한의 발언 및 행동 하나하나가 국내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른바 ‘코리안 리스크 (Korean Risk)’ 혹은 ‘북한 리스크‘ 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그것이죠.
한반도 분단 상황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특수한 형태의 경제적 위험이라니! 여기서는 코리안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그리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파급력을 가질지 살펴보기로 할까요?
북한 도발에 상당히 민감했던 과거의 사례를 아래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사례로는 지난 2006년 지하핵실험, 2010년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있는데요. 코스피 지수, 즉 국내 건실한 기업의 주가가 상당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장 한국 기업의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해서가 아닙니다.
남북대치 상태로 인해, 예상치 못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북한 핵실험의 여파는 투자자들을 우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결국 대규모 자본 이탈 및 투자 감소와 같은 부정적 영향이 즉각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더불어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이 남북 간 대치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뜻입니다. 만일 한반도가 전시 상황이라면, 부동산 혹은 주식과 같은 국내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게 틀림없지요.
그렇다면 다들 한국 자산을 처분하려 할 테고, 이는 국내 자산 가격의 하락을 유도할 것입니다. 동시에 자산을 대표하는 원화 또한 그 가치가 땅에 떨어지게 될 테지요. 결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를 표시하는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게 됩니다.
코리안 리스크에 따른 국가 자체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되자, 국가 이미지 및 그동안 축적해온 신용까지 한 순간에 큰 타격을 받고마는 것이죠. 경제구조가 대외 의존형인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신용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이번 북한 3차 핵실험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발언을 살펴보겠습니다.
“시장 움직임이 너무 미미해 주가 움직임이 핵실험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 <UBS 자산운용 파생딜러>
“한국의 펀더멘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음” <홍콩 소재 헤지 펀드>
“예견된 악재였기에 주식시장에서는 오히려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됐고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나타남” <H증권사 투자전략부>
이 외에도 우리 정부와 국내외 전문가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번 3차 핵실험의 영향이 굉장히 미미하며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왜 그럴까요?
북한의 도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근래 우리 경제의 모습을 위의 그래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 제시된 예로는 지난해 북한의 은하 3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있군요. 보시다시피 북한의 도발에도 환율이 떨어지고 코스피가 상승하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남을 볼 수가 있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양치기 소년 이야기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셨겠죠?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처음에 마을 주민들을 크게 동요시켰지만, 거짓말이 반복되자 주민들이 결국엔 양치기 소년의 외침을 무시하기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인데요.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간의 비슷한 경험들을 겪어오면서 일련의 반복되는 충격에 적응해버렸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흔히 불리는 ‘학습 효과’ 인데요. 지금은 오히려 북한의 도발로 주가가 하락하는 틈을 타서 주식을 저가 매수하려는 경향의 투자자가 상당히 늘었다고 합니다.
또 그래프에서 보여주듯이 은하 3호 발사 때 오히려 코스피가 상승한 이유는, 당시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힘입었다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인데요. 이처럼 최근에는 북한의 도발이 다른 호재에 묻혀버릴 정도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파급력이 미미해졌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습 효과’는 남북 대치 상황이라는 한국의 지정학적 불리함을 완전히 해소시켰다고 보아도 좋을까요?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북한과의 분단상황이 지속되는 이상, 코리안 리스크란 결코 완전히 해소될 수 없는 반영구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번 북한의 3차 핵실험도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적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문제로 커질 경우에는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 신용평가사인 S&P의 경우에는 한국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는다고 합니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이 한국의 신용 등급을 하향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 할 수 있는 것이죠. 또북한 3차 핵실험 이후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확대되고, 여기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커진다면, 결국 실물 경제 및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북한 관련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여전히 중요한 경제적 사안입니다. 한중일 세나라와 몽골, 북한 등이 위치한 동북아 지역에는 세계의 절반을 넘는 5조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무려 세계 경제의 21%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에서 동북아 국가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시기에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협은 동북아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의 경제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복잡한 문제를 불러올 소지가 다분합니다. 우리 모두, 북한 핵문제가 조속히 잘 해결되기를 기원하며 이 중요한 사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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