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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쇠퇴한 도시, 리버풀을 일으킨 비틀즈의 '노래'

얼마 전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영국 문화산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가 진행됐던 영국이 또 다른 경제발전의 동력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문화산업을 적극 이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흥미롭게 보던 중 제 눈을 사로잡았던 내용은
바로 '리버풀과 비틀즈' 였습니다. 평소 비틀즈를 좋아하던 제게 새로운 시각으로 문화와 경제 대해 생각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죠.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리버풀과 그 지역을 일으킨 힘, 비틀즈를 말이죠!

항구도시의 성장과 쇠퇴
리버풀은 1207년 존 왕이 건설한 이래 항구도시로 발전을 거듭합니다. 18세기 서인도 제도, 아일랜드, 유럽본토와 노예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산업혁명의 시작과 더불어 영국 공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영광도 잠시, 제 1,2차 세계대전 피해 등으로 20세기 중반이 되자 급속히 지역경제가 쇠퇴했습니다.

침체의 길을 걷고 있었던 리버풀지역이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었던 이유! ‘비틀즈’의 등장이었습니다. 비틀즈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영국 특히 리버풀에서 결성된 그룹입니다. 밴드 멤버는 아시다시피 존 레논, 'yesterday'의 작곡가이자 아직도 변함없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폴 매카트니, 그리고 기타리스트인 조지 해리슨과 드러머 링고스타 입니다.

지난해 11월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썩은 어금니가 한 경매에서 1만9,500파운드(약3,500만원)에 낙찰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바 있습니다. 비틀즈팬인 저 또한 ‘어떻게 죽은 사람의 이, 그것도 썩은 어금니를 몇 십 년이 흐른 후에도 사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존 레논의 이'라는 생각이 들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만큼 아직도 비틀즈란 밴드는 많은 사람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음악 순위' 에서 비틀즈의 'yesterday'가 매년 빠짐없이 상위권에 드는 것을 보아도 그들의 영향력은 시공을 초월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리버풀의 관광수입, '비틀즈 투어'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등장으로 리버풀은 곧 음악인들의 성지 또는 꼭 가봐야 하는 장소로 인식되었습니다.

리버풀은 이러한 현상을 십분 활용해 비틀즈를 
테마로 하는 관광상품인 '비틀즈투어'를 선보였죠. 비틀즈 투어 중에서는 '매지컬 미스테리 투어(Magical Mystery tour)'라는 버스를 타고 비틀즈와 관련된 곳을 가이드의 안내와 함께 둘러보는 상품이 인기입니다. 







저와 함께 이 버스를 타고 비틀즈와 관련된 명소들을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사진의 장소는 Penny lane이라는 길입니다. 폴 메카트니의 동일한 노래제목의 곡이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Strawberry field라는 곳입니다. 존 레논이 어린 시절, 집 근처에 있었던 구세군에서 운영하던 놀이방 시설입니다. 그가 작곡한 곡 ‘strawberry filed forever'에선 이 주변에서 뛰어놀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위의 장소는 Abbey road라고 하는, 간단히 말해 차도의 건널목입니다. 이 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비틀즈 앨범자켓사진의 장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참 단순하지요?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고 단순히 저 도로와 횡단보도만이 있습니다.

이 곳은 많은 관광객들이 앨범자켓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최근  그룹 UV와 유희열, 정재형이 'who am I' 를 발표하며 뮤직비디오 마지막부분에서 패러디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Apple record building <출처: home.comcast.net>

 


다음 장소는 비틀즈가 만들었던 음반회사 ‘apple record’의 건물 입니다. 'apple‘ 애플이란 단어, 영어를 처음 배우는 유치원생도 아닌데 많이 친숙하지 않나요? 그것은 바로 애플컴퓨터의 창업자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잡스가 비틀즈의 광팬이었고 애플컴퓨터라는 회사명도 비틀즈 레코드 회사인 애플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스티브잡스의 애플사가 번창하게 되어 기존의 애플레코드와 명칭과 로고 소유권에 대해 장기간 분쟁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앞의 장소들은 유명 관광명소에서 볼 수 있는 웅장한 건물이나 기념비 또는 아름다운 자연풍경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우상이 직접 머무르고, 식사를 하고, 음악작업을 하던 장소들을 보고 그 흔적을 느끼고 싶어하는 관광객은 점점 더 많이 리버풀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축제의 도시, 리버풀이 벌어들이는 돈은?
이렇듯 관광객과 수 많은 음악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과정에서 리버풀은 자연스럽게 '음악의 도시'로 탈바꿈합니다. 과거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던 리버풀이 비틀즈의 힘을 입고 '문화의 도시'가 된 것이죠! 이 곳에선 많은 음악축제가 열립니다. 대표적으로 매년 열리는 ‘비틀즈 주 페스티벌’과 ‘매튜거리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2008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었습니다. 특히, 음악과 관련된 관광산업으로 대표되는 서비스업의 발전은 리버풀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버풀의 경제상황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잠깐!) 부가가치란?
어떤 기업의 연간생산액 속에는 생산에 소요된 원재료·연료, 하청기업이 납품한 부품 등 다른 기업의 생산물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부가가치가 됩니다.
부가가치 안에는 감가상각비 외에 영업제경비 중에서 임대료·보험료·광고비 등 대체로 제3차산업의 소득으로 되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총 부가가치라고 합니다.



리버풀은 2006년 7,626만 파운드의 총 부가가치를 창출하였으며 이는 한 명당 17,489 파운드 수준입니다. 이는 영국북서지역의 평균보다 높은 수준인데요, 장기간의 침체를 겪었던 리버풀 지역이 1990년 중반부터 즉, 비틀즈와 관련된 관광산업과 그에 수반되는 많은 문화상품의 개발이 활발해짐에 따라 지역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995년과 2006년 사이에 총부가가치는 71.8% 상승했으며 1995년과 2006년 사이에는 고용자수가 12%증가 합니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 리버풀의 경제를 이끄는 주요 원동력은 서비스업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침체를 겪던 리버풀 지역은 1995년과 2001년 사이 연 6.3%의 성장을 기록하는데 이는 런던의 5.8%, 브리스틀의 5.7% 성장과 비교해 높은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일자리증가 폭은 9.2%로 영국의 평균 4.9% 수준에서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이는 리버풀지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서비스업에 의한 고용창출효과도 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비스업에서 주요한 두 부문은 바로 레저산업과 관광인 것 다 알고 계시죠? 리버풀은 영국에서 여섯 번째로 관광객이 많은 도시로 성장했고 영국의 북서지역 중 경제측면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 성장했습니다.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도시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음악과 문화의 도시로 재탄생한 리버풀. 그 배경에는 비틀즈의 노래가 있었습니다.

아주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장소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상품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더 좋은 서비스산업, 관광-레저산업을 발굴해 문화도시를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틀즈를 통해 들여다본 문화산업의 힘!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지역은 물론, 유럽지역에도 한류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비틀즈와 리버풀의 모습처럼 우리나라도 문화와 경제 두 부문의 조화가 이루어져 한류바람이 새로운 경제바람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