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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기업판 죄수의 딜레마(?), 리니언시 제도 살펴보기

최근 기업간의 가격 담합이 자주 적발되면서 담합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담합 정황이나 혐의를 적발해 내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담합을 적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 '리니언시 제도'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리니언시 제도는 선진국에서 적극 활용되며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에게 자수할 기회를 주고 과징금을 면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리니언시(Leniency)는 사전적으로 '관대, 관용, 자비'라는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사전적 의미대로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하거나 정부 조사에 협조한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징금을 면제, 감면해 주는 제도입니다. 담합행위에 대해 제일 처음으로 증거를 제시한 업체는 과징금의 100%를, 두 번째로 제공한 업체는 50%를 면제해주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담합 자진 신고자 감면제’라고도 불립니다.

 그렇다면 리니언시 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리니언시 제도의 취지는 "담합 당사자들 간의 신뢰를 무너뜨려 담합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기업간 담합은 그 특성상 내부자 고발이나 담합행위를 한 기업들의 협조가 없이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데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1978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한 이후 많은 나라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97년에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의 카르텔 행위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IT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업 관계자들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담합에 대한 합의가 가능해 적발이 매우 어렵습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카르텔 적발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이는 '리니언시' 제도 효과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리니언시는 기업판 '죄수의 딜레마'로 평가받기도 하는데요. '범죄 사실을 시인하면 처벌을 면제해 주겠지만, 혼자 부인하면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는 리니언시 제도의 특징에 따라 담합에 참여한 기업들이 가중처벌을 받을 까 두려워 담합을 앞다투어 시인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기업이 언제 자진신고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담합에 공모한 기업들이 자진하여 신고하는 것이죠. 이 제도는 2005년 들어 1순위로 자진 신고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전액 감면해 주고, 2순위로 자진신고한 기업은 50% 감면해주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는데요. 과징금 감면 비율이 확실하고 비중있게 정해지자 자진 신고가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그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리니언시 제도를 이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유사]
지난 2009년 국내 6개 LPG공급업체가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사상 최대인 6천 600억원의 과징금처벌을 받았습니다. A사 1987억원, B사 1894억원, C사 1602억원, D 558억원, E 385억원, F 263억원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C사는 공정위에 담합 했다며 자진신고 했고, 그 대가로 1602억원이라는 '과징금 폭탄'을 전액 면제 받았습니다. 다음으로 A사도 잇따라 신고를 해서 과징금의 50%인 993억여원을 면제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B, D, E, F 사 등은 리니언시 신고에 늦어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생명보험사]
공정위는 지난 몇년간 생명보험사들이 개인보험 이자율을 담합한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습니다. 또한 다른 보험상품 부문에서도 담합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확대해 나갔는데요. 그 결과 지난해 10월 '빅3' 생보사는 자진신고를 했고 2500억원의 과징금을 감면받았습니다. 담합을 1순위로 고백한 A사는 과징금 전액(1342억원)을 감면받았고 2순위인 B사도 과징금 1578억원 중 70%를 감면받을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음으로 3순위 신고자인 C사도 과징금 30%를 차례대로 면제받게 됩니다. 위 사례들을 통해 자진신고를 하냐 마느냐의 문제 뿐만 아니라 자진신고의 순서 또한 매우 중요하게 평가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전업체]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국내 2개 전자업체에 대해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4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제품 값이 오르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공정당국이 조사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중 한 업체가 리니언시를 통해  담합사실을 알려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습니다.

리니언시 제도에서는 1순위 자진신고자에게는 과징금 100%, 2순위는 50%를 각각 감면해 주기 때문에 양사의 과징금은 446억원이었으나 결국 A사는 129억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었고 B사는 과징금을 면제 받게 되었습니다. 위의 표와 같이 리니언시 제도에는 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자진신고를 선택하게 되겠죠?


하지만 리니언시가 단순히 기업에게 과징금을 감면해주고, 관대함을 베푸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데요.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는 입장에서도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담합에 대한 조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이 스스로 담합행위를 인정하면서 조사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정보들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사업자간에 부당하게 경쟁을 제안하고 서민 생활에 직, 간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담합'. 이러한 담합을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 중 하나인 리니언시 제도가 앞으로도 카르텔 적발에 큰 공헌을 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