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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문헌보관소/FTA시대를 사는 사람들

[인터뷰]“FTA는 국가 경제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


FTA로 건강한 경제 생태계 구축… 넓게 보는 국가 이익 추구해야
인터뷰-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새해 우리 경제의 화두는 한·미 FTA 발효다. 작년에 발효된 한·EU FTA와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끌 쌍두마차가 될 전망이다. FTA의 효용은 시장 확대와 함께 건강한 경제 생태계 조성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현오석 원장의 지론이다. 거시 경제와 국제 통상 이론에 두루 정통한 현 원장에게 FTA시대 본격 개막의 의미와 전망을 들었다.   

올해 역사적인 한·미 FTA 발효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나.
“일반적으로 FTA는 경제 영토를 넓히고 시장을 확대한다는 두 가지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 시장은 또 다른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의 기업과 비즈니스맨들이 왜 미국 시장에 진입하려 하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미국 시장이 테스트 밸류(제품의 경쟁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의 거대한 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이 세계 시장을 여는 관문이라는 말이다.  한·미 FTA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일각의 오해와 반대 여론이 존재한다.
“전 세계 자유무역의 틀이 FTA로 향하게 된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다자간 자유무역 협상인 WTO(세계무역기구)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FTA는 상생의 협정이다. 기본적으로 교역이나 세계화는 상생을 전제로 한다. 이익을 좁게 보지 말고 넓은 의미에서 봐야 한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야 우리의 이익도 관철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의 의미를 ‘테스트 밸류의 장’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규모와 파워가 미국을 추월하고 있는 양상이다. 
“비록 미국이 2003년부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중국에 내주기는 했지만 세계 수출 상품의 최대 각축장인 미국 시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수출의 4분의 1 이상이 미국 시장을 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다소 주춤한 미국 수출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새로운 수출 전략 모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미 FTA는 수준이 높은 포괄적 자유무역협상이다. 우리 경제의 도약에 어떤 효용을 가져올 것으로 보나. 
“관세 철폐로 인한 수출 경쟁력 강화의 측면만 봐서는 안 된다. 우리의 대외적 위상이 상당히 제고될 것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 FTA의 순조로운 이행은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서도 우리의 협상력을 강화할 것이다.”

우리 경제의 구조 혁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에는 FTA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시장 확대 못지않게 수입을 통해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능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FTA를 통한 상호 간 시장 창출 효과는 양국의 견조하고 균형 있는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생산 및 소비 메커니즘이 구축돼 생산성 향상과 소비자 후생 증대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미국과 같이 전 세계적인 기술 표준과 경제 규범을 주도해 나가는 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구조 혁신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
“한·미 FTA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중 가장 실효성이 높은 정책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개방은 수출 일변도인 기형적인 개방이었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외국 문화 수용성이나 경제 관행 개방성에 있어서 우리는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미, 한·EU FTA를 계기로 우리 서비스 산업 혁신과 구조 변화가 예고돼 있는 점에 대해서는.
“한·미 FTA를 통해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제고될 경우, 근로자의 소득 증가와 고용 증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특히 경쟁이 부족하고 생산성이 낮았던 법률 등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이 제고된다면 제조업 등의 생산성 역시 제고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한기홍 기자(출처: FTA소식 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