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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국내외 겸용 신용카드, 해외 사용 '無'에도 수수료는 '有'?


사회 초년생 A씨는 난생 처음 신용카드를 발급하러 갑니다. 떳떳한 사회인이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들뜹니다. 은행 직원은 A씨에게 국내외겸용카드를 추천해줍니다. 항공권과 면세점 할인 혜택 등 각종 혜택에 솔깃합니다. 연회비가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언젠가 해외 나갈 때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국내외겸용카드로 발급을 받습니다.                     
    

                   

국내외겸용카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결제해도
'0.04%
수수료' 다국적 카드사에 부과

 

이렇게 별 생각 없이 발급받은 해외겸용카드 때문에 매 년 많은 비용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금융위원회가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2010년 말을 기준으로 발급된 신용카드 가운데 68.4%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사용이 가능한 비자 혹은 마스터 제휴카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중 87.3%에 해당하는 신용카드가 실제로 해외에서 한 차례도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10명 중 9명의 소비자가 단 한 차례도 해외에서 사용하지 않으면서 해외겸용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비싼 연회비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현재 국내전용 카드의 연회비는 보통 2000~8000원 정도인 반면 국내외 겸용 해외 신용카드사 제휴 카드의 경우 5000~15000원 가량 됩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는 더욱 문제입니다.



                                                                      <사진출처 : 머니위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원일 의원
(창조한국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내 카드사들의 국내외 겸용카드 발급에 따른 분담금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 등 국제 카드사와 제휴해 국내외 겸용카드를 발급한 대가로 지난 4년간(2008~2011 3) 3847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어, 국제 카드사들이 거둬가는 국내외 사용 분담금 수입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인데요.

 

여기서 '분담금'이란 국내 카드사가 제휴한 국제 카드사에 지불하는 일종의 로열티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외 겸용카드를 소지한 국민이 해외에서 물건을 사고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1%가 국제 카드사에 수수료로 지불되고 있으며, 이 카드로 물건을 국내에서 구매하면 해당 카드사가 0.04%의 수수료를 다국적 카드사에 지불합니다. 국내 카드사가 국제 카드사의 국제 결제망을 사용한 대가인 셈이죠.

 

문제는 국내외 겸용카드 소지자들이 국제 카드사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 국내에서 물건을 산 경우에도 '국내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수수료 일부를 국제 카드사에 지불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국내에서는 카드 결제 시 다국적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고 국내 카드사들이 개별적으로 가맹점과 맺은 가맹계약을 통해 이뤄지는데 말이죠.

다국적 카드사들은
“국내 분담금과 국제 분담금이 아니라 기본 서비스 수수료(국내 분담금)와 네트워크 사용 수수료(국제 분담금)를 구분해서 받고 있다”며 “당장에 글로벌 요금체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담금에 대해 의견을 밝혔는데요.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국내 분담금, 카드 사용자들에게 부담

 국내 분담금의 경우 해당 카드사가 지불하고 있지만 고스란히 카드 사용자들의 몫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합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분담금을 지불하기 위해 가맹점 수수료 인상, 연회비 인상 등으로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킬 수밖에 없다”며 “비용구조상 결국 국내 분담금은 소비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하네요.

 

여기에는 카드사들이 다국적 카드사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해외겸용카드 발급을 부추긴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국내 카드사들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받은 인센티브 총액이 1076억 원 가량이라고 합니다. 이사철 의원(한나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해외겸용카드 발급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출시된 405개의 신규 카드 상품 중 절반에 해당되는 194개 상품이 국내전용카드가 아닌 해외겸용카드로만 발급됐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국내 전용카드를 선택할 권리를 빼앗긴 것이죠.

 

물론 국내 카드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다국적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부분도 있는데요. 다국적 카드사들이 시장독점적인 국제 결제망을 구축하고 있어, 국내 카드사들이 국제 결제망을 이용하려면 국제 카드사들이 제시하는 분담금 계약을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카드가입신청서 양식 변경, '소비자 권리' 보장

 카드 시장에서 무분별한 국내외겸용카드 발급을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9월부터 국내전용카드국내외 겸용카드를 구분해 발급할 수 신청양식을 변경하고 카드의 연회비가 다르다는 것도 명시했습니다. , 카드사가 전화나 이메일 마케팅으로 카드 회원을 모집하거나 기존 카드를 갱신할 때 이런 내용을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소비자들은 어떻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아야 할까요?

 

첫째, 자신이 발급받는 카드가 국내전용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둘째, 혜택에 '혹'하지 말고 자신에게 국내외겸용카드가 필요한지 점검해보세요.

 

셋째,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카드 중에 사용하지 않는 해외겸용카드가 있다면 국내전용으로 전환하거나 해지하세요.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1 1분기 경제활동 가능 인구 한 명당 소지 신용카드 개수가 무려 4.8장이라고 합니다. 신용카드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돈이 많은 건 아니란 거 모두 아시죠?^^ 독자 여러분들 지금 당장 지갑을 열어 갖고 계신 신용카드를 확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기사 : 주간경향 945 [경제]해외 겸용카드, 안 긁어도 국부 술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