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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환율에 울고 웃고...'외환시장'이 뭐기에

옴므파탈, 팜므파탈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경우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남성, 여성'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단어를 거론한 이유는 금융시장에서 이런 의미와 어울리는 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외환시장입니다.(Finance fatale라고 할 수 있겠죠?) 외환시장은 다소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물, 옵션등이 결합해 다양한 파생상품이 존재하고 환율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외환시장이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08년 발생한 KIKO사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키코? 키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중소기업들은 환(換) 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 Knock-In, Knock-Out)에 투자해 많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당시 피해를 입었던 중소기업들은 ‘불공정계약’이라며 옵션상품을 판매한 은행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는 91건(118개 기업)에 대해 패소판결 했습니다.

국내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지만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0년중 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외환거래는 일 평균 195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서 오히려 6.3%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지표는 위험하지만 피할 수 없는 외환시장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외환거래액 변화(출처 : 위키백과)

외환시장이 뭐기에

세계 각 국가들은 개방경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각 국가간 무역을 한다는 뜻입니다.
무역을 할 때는 외환(Foreign Exchange)이 사용됩니다. 이 외환은 외화통화와 외화표시증권으로 나누어지는데 논의를 쉽게 하기 위해 앞으로 언급될 외환은 외화통화에 국한된 의미로 사용하겠습니다.

무역을 하는 양 국가는 사용하는 화폐가 다르기 때문에 화폐들 간에는 교환비율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환율’입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라 하면 ‘달러 1단위당 교환되는 원화’로 생각하기 쉽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개념입니다. ‘달러환율’이라고 할 때에만 위의 의미와 상통하게 되며 ‘원화환율(원화 1단위당 교환되는 달러), 엔화환율’ 등은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달러 거래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환율 = 달러환율’ 이 관습적인 측면에 의해 성립되는 것입니다. 

 만약 달러환율이 하락한다면 외환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손익은 어떻게 될까요? 국내 수출업자에겐 손해, 국내 수입업자에겐 이득이 됩니다. 수출업자는 제품을 판매하고 그 대가를 100달러 받았다고 가정할 때 100×A원의 수입이 발생하는데 달러환율의 하락은 A의 하락을 의미하므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달러환율의 상승은 이익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키코, 국내 기업들엔 어떤 피해가
KIKO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 옵션(Option)이라는 개념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옵션이란 주식, 채권 등의 특정 자산을 장래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권리를 매매하는 거래를 말한다.’라고 사전에 명시돼 있습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우신가요?
단순히 환율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3일 후 달러당 1000원에 팔 권리, 즉 옵션을 매입하였다고 할 때 3일 뒤 달러당 900원이라 해도 옵션을 행사하여 1000원에 팔 수 있다는 것입니다. 

KIKO는 통화옵션거래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환율이 일정범위 안에서 움직인 경우는 미리 정한 환율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지정한 범위보다 더 낮게 내려가면 계약이 무효(Knock-out)가 돼 기업은 손실을 입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너무나 좋은 조건인데 어떻게 국내 중소기업들이 손해를 보게 된 것일까요? 이는 환율이 지정 범위보다 높게 올라가는 경우 계약금액의 2~3배를 물어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KIKO 옵션의 손익 그래프를 보겠습니다. 가로축은 달러당 원화의 가격을 나타내며 세로축은 손익을 나타냅니다. 파란색 실선은 옵션이 없을 때의 손익과 환율의 관계를 나타내 줍니다. 수출업자의 입장에서 환율이 하락하면 손해를 보며, 환율이 상승하면 이익을 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지정범위는 하한선은 890원, 상한선은 1010원임을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녹색선이 옵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입니다. 890원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 계약이 무효(Knock-out)가 되므로 옵션을 통한 수익은 0이 되고 1010원 이상이 되는 경우 급격하게 하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붉은색 선이 환율을 통해 얻는 수익 + 옵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 이므로 총 수익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KIKO 옵션은 환율이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환율이 약간 하락할 것으로 생각 될 때에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익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매입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당시 시중 은행에서 판매하는 일반적인 옵션을 매입하지 않은 이유는 KIKO에서는 옵션 거래시 수수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KIKO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6년간 하락한 환율의 추세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던 환율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들은 ‘앞으로도 하락하겠지?’라고 예상했으며 KIKO 옵션을 매입하게 됐습니다. 결국 약 1.7배 상승한 환율로 국내 중소기업들은 옵션계약에 따라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 것입니다.

외환시장은 판도라의 상자인가

                                             2001~2010 사이의 달러환율 변동폭(출처 : http://stooq.com)

하지만 KIKO 사태가 한국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해서 외환시장 전체를 ‘판도라의 상자’로 일반화 시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지적입니다.

외환시장이 정확히 말해서 ‘제로섬 게임’은 아니지만 그 의미에 부합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누군가 손실을 입게 되면 그에 반해 수익을 얻는 사람도 있다는 뜻입니다. KIKO 사태 이외에도 영국의 영란은행을 굴복시켰던 조지 소로스의 투자, 일본의 일은포 사건과 같은 국가 간의 환율전쟁 등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조지 소로스는 1992년 영국의 영란은행과 파운드화를 놓고 맞대결을 벌여 일주일만에 10억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으며, 일본은 2003년과 04년에 걸친 헤지펀드들의 엔화 매수에 맞서, 약 1년간 26조엔에 달하는 엔화를 매도하는 외환시장개입으로 별다른 손해 없이 엔고(高)현상과 디플레이션 현상을 완화시켰습니다.

이런 측면들이 외환시장이 비록 비예측성, 큰 변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외환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성장하고 있습니다. 선물, 옵션, 그밖에 각종 파생상품들도 쉴 새 없이 개발되고 판매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우리도 외환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외환시장이라는 예측 할 수 없는 파도를 피하지 않고, 그 파도를 즐기며, 잘 탈 줄 아는 파도타기 서퍼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