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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350이라는 숫자의 의미, 알고 계세요?

350.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여자친구와 사귄 지 350일?
한 달 월급?
수능 점수인가요?

350ppm.
인류의 생존을 위해 우리가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이산화탄소가 있죠. 사실 이 이산화탄소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류와 지구에 매우 유용한 물질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있는 열을 포집해 인간과 생물체가 서식하기에 적정한 기온을 유지시켜 줍니다. 오히려 이산화탄소가 없을 경우엔 열을 포집하지 못해 인류는 너무 추워서 생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농도에 있죠. 

기후과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대기상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88ppm이며 이대로 지속될 경우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고,  폭염, 홍수, 가뭄, 농업생산량 감소, 열대성 질병의 만연 같은 이상 기후현상들이 심화되면서 종국에는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재앙을 막기 위해 허용하는 최대한의 농도가 바로 350ppm입니다.

세계전역의 환경단체들은 350ppm을 홍보하고 권장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지난 16일에는 서울에서 라이브 콘서트 350이 열리기도 했죠.

이런 취지의 일환으로 유넵엔젤이라는 대학생 환경봉사동아리에서도 "초록장터로 지켜내는 350ppm"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으로 우리 함께 가볼까요?

유넵엔젤은 각 지부별로 독자적인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충북지부입니다.
 
<충북지부 엔젤님들 단체사진 찰칵>

1. 물건 모으기


<"이걸 어떻게 파나?" 시작 전에는 참 막막했죠 추운 날씨에 코를 훌쩍이는 친구도 있네요.>

초록장터는 프리마켓으로 진행됐습니다. 개인이 소장한 물건을 교환이나 판매를 목적으로 노상에 전시하고 거래하는 홍대 프리마켓 아시죠? 이와 마찬가지로 충북 유넵엔젤님들이 투철한 아.나.바.다 정신으로 집안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물건을 가져와 판매를 개시했습니다. 이제는 작아져서 옷장만 차지하는 옷가지부터 시작해서, 사서 고이 모셔둔 책, 필기구, 새 것으로 대체된 밥솥, 커피포트, 구두, 모자, 우산 등등 정말 생각도 못한 다양한 물건들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 입고 쓰고 아끼는 물건인데 팔 게 어디있어" 라고 생각하고 마지못해 시작했지만 옷장을 뒤지고 집안을 둘러보니 "이게 언제적 거야? 이런 것도 있었어?" 라며 기억도 가물가물한 물건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나에게는 짐짝이 남에게는 제 짝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저도 고등학교 때 반티로 입었던 티셔츠 2개와 이제는 짧아서 입지 못하는 바지 2벌, 접이식 우산을 가져갔습니다.


2. 홍보하기
<"여러분의 손으로 푸른 지구를 만들어주세요.">

아무리 이렇게 좋은 물건이래도 역시 중요한 건 가격이죠?
얼마일까요?
350, 1350, 2350.
이 날 판매된 최고가 상품은 3350원짜리 커피포트였습니다.
350ppm 행사의 취지를 홍보하기 위해 판매하는 동안 홍보팀은 판넬을 들고 길거리 홍보에 나섰으며 가격도 350원 단위로 책정해 의미를 뒀습니다.

추운 날씨라 저조한 참여가 우려됐지만 정말 뜨거운 반응이였습니다. 사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백화점 앞에서 중고물품을 판매한다는데 아직까지 헌 것, 남이 쓰던 것에 인색한 남의 이목을 감내하면서까지 불편한 걸음을 하실 분이 계실까 걱정도 많이했습니다. 그래서 아파트단지의 아주머니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실 이 행사는 350ppm을 홍보하고 참여를 권장하자는 취지이지 돈벌이를 하자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주말, 시내 한복판, 백화점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정말 생각 외로 행사취지를 잘 이해하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이 계셨고 이 분들이 모아 주신 성금(잔돈)까지 40만원에 달하는 매출고를 올렸습니다.

<남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 들러주신 분들도 계시고요.>

<엄마 손을 꼭 잡고 책을 사가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3. 마음까지 푸르게, 초록장터

"이거 얼마예요?"
"이 셔츠 예쁘죠? 350원이예요~친구가 입으려고요?"
"엄마 생일이라 선물하려고요"
초등학교 3학년 쯤 돼 이는 어린 친구가 쌈짓돈 천원으로 셔츠 두 장과 바지 한 장을 후한 에누리로 사갔습니다. 어머니 생신 선물이라더군요. 으리으리한 선물박스에 좋은 브랜드마크가 박힌 셔츠도 있겠지만, 어머니는 친구 덕에 날개를 달게 생겼네요. 사이즈가 좀 작을지도, 소매가 좀 짧을지도, 어쩌면 어머니 취향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정으로 수선하면 무엇인들 안맞을까요.
연필 한 자루 살까 한 돈으로 엄마의 생일 선물, 딸의 선물, 친구의 선물을 사가는 손님들에겐 남의 손 때가 아니라 남의 손 정이 묻은 옷이라 더 의미 있는 선물이더군요.

어린 친구들이 어머니 손을 잡고 와서 옷을 사고 책을 사가고, 필기구나 악세사리를 사가면서 어머니들은 새 것만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 들여주고 간다며 더 흐뭇해하셨습니다. 장터의 왁자지껄함까지 아이들에게는 모두 놀이이고 재미이고 학습이 되더군요.

<너무 예쁘죠? 이 친구가 어머니 생일 선물을 사간 친구예요. 착한 마음에 에누리 팍팍.>

<어머니가 챙겨주신 꼬깃꼬깃 천원으로 리본과 머리핀을 사간 너무 예쁜 친구예요.>


초록장터에서 제일 중요했던 것은 여러분의 참여입니다

세계주요국정상회의에서 탄소배출권 문제가 핵심의제가 되고 각 기업에서 앞다둬 에코상품을 출시하며 저탄소 고효율에 주력하는 이유는 더 이상 환경은 다음 세대,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직면한 시급한 현안이기 때문입니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경쟁력을 키우고 국력을 신장시키는 힘이 됩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환경문제 해결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여러분 모두 입니다. 
 
350캠페인은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기, 일회용 종이컵 사용안하기, 4층까지는 계단이용하기, 겨울에 내복입기, 하이패스 사용하기, 장바구니 갖고 다니기. 다 여러분이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사실 이런 게 어려워서 참여 하지 못하는 분들은 없죠? 조금 귀찮고 번거로운 여러분의 아주 잠깐의 실천이 350ppm을 지켜내는 힘입니다.

실천해주세요. 오늘은 조금 일찍 나가 걷고 조금 더 입고 에너지를 아끼고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쓰는 하루를 계획하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 이제는 환경에 양보할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