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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희망이 된 경제 이야기

탁구네 빵집 '팔봉제빵점'에 가다

보리빵과 소보루빵, 크림빵만을 파는 빵집인데도, 빵을 사려는 사람들도 줄이 길게 늘어선 곳, 대단한 맛집인 걸까요? 청주에 있는 '팔봉제빵점' 이야기입니다.

<청주시 수암골에 위치한 팔봉제빵점 내관>

요즘 큰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이하 김탁구)'. 아버지와 동생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만 되면 일찌감치 TV 리모컨을 붙잡고 김탁구를 보십니다. 모처럼 내려오신 할머니까지 연신 김탁구만 보시니, 드라마를 보지 않는 저도 이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미니홈피에 연인과 함께 찍은 수암골 사진을 올리기 바쁩니다. 수암골이 바로 김탁구 드라마의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수암골 인근에 살 때만 해도 이곳은 달동네에다 재개발 문제로 시끌시끌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탁구네 빵집이 되었고 일본인 관광객도 알음알음 찾아오는 청주의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낙후된 달동네를 사람 북적이는 관광지로 만든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카인과 아벨’에서 ‘제빵왕 김탁구’까지, 수암골을 관광명소로 만든 드라마의 힘
사실 탁구네 빵집이 생기기 이전에도 훈훈한 두 배우가 나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로 이 곳 수암골은 유명세를 탔습니다. 극 중 배우 소지섭과 한지민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터전으로 소개되면서 방문객이 들어섰고 촬영 전후로 삭막했던 달동네 담장과 바닥에 그림이 그려지면서 모 책자에서는 사진 찍기 좋은 숨은 명소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벽화가 그려진 수암골의 다양한 풍경>


문화 콘텐츠가 부여된 탁구네 빵은 특별한 것으로 태어납니다
여기에 최근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인기를 끌면서 탁구네 빵을 직접 맛보려는 손님들로 팔봉제빵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보리빵이 때 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는 것도 드라마의 여파겠죠? 이 곳에서 파는 빵도 특별할 것 업는 평범한 보리빵입니다. 그러나 ‘탁구가 만든 그 빵’ 이라는 문화적 컨텐츠를 부여해 팔봉제빵점의 보리빵은 1,500원의 값어치를 가진 특별한 빵이 됐습니다.

<팔봉제빵점에서 개당 1500원에 판매 중인 소보루와 크림빵>

이 문화 콘텐츠의 힘이란 무엇일까요? 대게 인기 드라마의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 주인공과 한 마음, 한 뜻이 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 그 현장을 직접 느끼고, 공감하고 싶어하기도 하죠.
'겨울연가'라는 드라마에서 배용준과 최지우의 수줍은 눈사람 키스신을 보여줬던 장소인 남이섬은 드라마가 대히트를 친 뒤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부상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내가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또 다시 그 장면들을 떠올리기도 하죠. 이 보리빵도 마찬가지입니다. 탁구가 만들었다는 그 빵을 먹으며, '최고의 제빵사가 만든' 빵 맛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문화 콘텐츠에 부여된 의미 
문화 콘텐츠에 의미가 부여되면 얼마나 큰 산업이 되는 지 알아볼까요? 대표적인 사례인 '겨울연가'는 2002년 방영 이후 일본, 동남아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한류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욘사마’의 탄생과 더불어 욘사마 양말, 욘사마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산업의 수익모델을 제시했죠. 또 드라마의 배경이 된 남이섬은 일본 관광객들로 붐볐고,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가 일본 골든디스크상을 수상하기도 하면서 OST를 부른 가수와 겨울연가의 윤석호 PD도 일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술적인 가치를 넘어 국가의 문화이미지 제고에도 일조하면서 겨울 연가를 보고 한국을 찾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역사까지 다시 공부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2005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겨울연가 효과로 인한 남이섬의 일본인 관광객은 기존보다 8배 늘어난 7만5,000명에 달했고, 연간 160억원에 달하는 관광특수를 누렸습니다. 또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겨울연가 촬영 주무대에 유치한 해외관광객 30여만명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4,290여억원(30만명×1,300$×1,100원)에 이르는 막대한 외화 수입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사례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지였던 '쁘띠 프랑스'를 비롯해 '자이언트'의 배경이 된 속초 동명동 성당, '아이리스', '카인과 아벨', '꽃보다 남자', '제빵왕 김탁구' 등에서 대통령의 별장, 저택의 단골 촬영지로 활용되는 청남대까지 다양합니다.

<주인공 김탁구와 관련한 의미 부여를 통해 특별한 빵집의 메뉴로 탄생한 팥빙수 >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으로 흙바닥이였던 불모지가 지역 명소로 탈바꿈하고,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고 있습니다.

'CONTENT'라는 단어는 ‘내용물’들로 ‘만족’을 제공한다는 중의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문화콘텐츠 마케팅. '내가 탁구네 빵 집을 들러서 탁구가 만든 빵을 먹고, 탁구도 먹었다는 팥빙수를 먹고 가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인 컨텐츠를 제공하면서 우리는 지금 굴뚝없는 산업, 지속 가능한 사업, 문화컨텐츠 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관객 1,000만 시대를 활짝 연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이 두 영화는 약 6,000~7,000억원의 직간접 경제파급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산출되며, 이를 쏘나타에 비교하면 약 4만에서 4만 6,000대(대당 1,500만원 기준)를 생산한 효과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물적 자원이 없어 사회 기반이 약한 우리 사회에 다양한 수혜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선진 산업. 그것이 우리가 문화컨텐츠 산업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문화산업은, 경제력 곧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은 잘 난 배우를 배출하고, 생각하기에 따라 수 천 만가지의 '돈가지'가 뻗어납니다.

평범한 빵에 탁구의 손맛을 불어넣는 그 힘처럼, 다양한 문화 컨텐츠들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