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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자폐 딛고 자전거 전국일주 ‘아름다운 청년’ 황웅구

 

스물세 살 청년 황웅구 씨는 자폐장애를 가지고 있다. 자폐증은 의사소통과 사회적응 능력 저하를 일으키는 신경발달장애로 아직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자폐장애인은 보호자 없이는 하루도 지내기 힘들다. 그런데 황웅구 씨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린물길캠프 2천 리 길을 완주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린물길캠프는 8월 5일부터 15일까지 10박11일 동안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 등 4대강을 탐방하는, 장장 7백70여 킬로미터(약 1천9백 리)에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웅구 씨는 이번 캠프에서 대학생 99명과 함께 달렸다. 이 캠프에 웅구 씨의 부모는 동행하지 않았다. 모든 문제를 웅구 씨 스스로 해결하며 대장정을 소화했다. 전문가들은 웅구 씨 같은 자폐장애인이 보호자 없이 열흘 넘게 캠프에 참가한다는 것은 자폐의 한계를 완전히 넘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웅구 씨의 아버지 황금주(58) 씨도 완주한 아들을 서울숲에서 만났을 때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매일 자전거를 탔으니 체력적으로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모와 그렇게 오래 떨어져본 적이 없어서 자폐 증세가 심해지지 않을까, 혹시 발작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함께 참여한 친구들이랑 즐겁게 다녀왔다고 하니 감사할 뿐입니다. 특히 웅구 소원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는 것이었는데 소원을 이뤘다고 좋아해요.”
 

웅구 씨는 이번 캠프를 통해 자전거 전국일주라는 소원을 이뤘다. 그렇지만 웅구 씨에겐 아직도 남아 있는 꿈이 있다. 그것은 자동차 관련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웅구는 자전거를 비롯해 바퀴 달린 것은 모두 좋아합니다. 특히 자동차 마니아예요. 자동차 사진을 보면 어느 회사 어떤 제품인지 알아냅니다. 제가 폐차장에서 자동차를 구입해준 뒤엔 그것을 뜯고 조립하느라 며칠을 씨름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젠 자동차를 공부하는 대학에 가겠다며 매일 1시간 이상 영어와 한자를 공부합니다. 웅구가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눈엔 이미 이뤄진 것처럼 보여요.”
 

웅구 씨가 자폐 진단을 받은 것은 세 살 때. 웅구 씨의 부모는 치료를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웅구 씨를 데리고 농장이 있는 경기도 용인에서 자폐아 치료 전문기관이 있는 서울 강남까지 매일 통원치료를 했다. 그렇게 3년이 넘도록 노력했지만 의사의 소견은 ‘치료 불가’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찢어진다고 아버지 황금주 씨는 회상한다.
 

“보통 3년 정도 치료하면 차도가 있는데 웅구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어요.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져버린 거죠. 그러나 웅구 스스로 자기 인생의 빛을 찾았습니다. 그게 바로 자전거입니다.”
 

자폐장애인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특징은 상대와 이야기할 때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는 것, 남은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반복한다는 것, 그리고 회전하는 바퀴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 등이다. 웅구 씨 역시 바퀴에 관심이 많았고 여섯 살이 되자 부모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다.
 

“자폐장애아가 뭔가를 사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보기 힘든 일입니다. 어떤 일에 의욕을 보이는 게 드물기 때문이죠. 그만큼 웅구가 자전거를 좋아했다는 뜻입니다. 웅구 혼자 자전거를 타다가 논바닥에 처박히고 차에 치일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제가 타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렸지만 자전거를 놓지 않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웅구 씨의 자전거 여행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쯤 자전거를 끌고 나가 1백 킬로미터 이상 여행한 뒤 오후 6시쯤 집으로 돌아온다. 자폐장애인 웅구 씨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다.
 

웅구 씨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초반에는 아버지가 불안한 마음에 몰래 뒤를 쫓아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웅구 씨는 빈 물병을 들고 주유소에 들어가 물을 얻어 마시고, 길가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먹고 있었다. 모르는 이와는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게 어려웠던 아들의 변한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숨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웅구의 변한 모습을 보며 크게 깨달았습니다. 제 스스로 웅구의 능력에 한계를 짓고 있었던 겁니다. 자전거를 탄 뒤로 주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을 줄도 알게 됐고, 서울에서 공부하는 동생들이 내려오면 자리를 펴주는 등 형 노릇도 톡톡히 합니다. 게다가 이번 그린물길캠프에 참가한 뒤엔 더 밝고 명랑해졌어요.”
 

흔히 자폐아들은 꿈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웅구 씨와 그의 부모는 “그건 당신들 생각일 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자전거로 전국 4대강을 달리며 꿈을 갖게 된 ‘자전거 청년’ 황웅구 씨. 그의 질주는 끝이 없다.
 

글·최철호 객원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 출처 :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