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함정은 단기적으로 금리가 매우 낮아 통화공급의 증가가 지출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사람들의 화폐보유만 늘리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에서 1930년대 대공황 때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영국의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처음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가 낮아져 시중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면 기업은 싼 이자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저축을 더 하기보다는 소비를 늘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와 생산이 늘어나고 고용이 늘면서 소득도 늘어 소비가 증가한다. 이것이 다시 생산과 투자를 부추기면 경기가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금리가 더 이상 낮아지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지면 사람들은 현재 바닥인 금리가 언젠가는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하거나 소비를 하기보다는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 경기가 살아나야 정상인데 금융당국이 이자율을 아무리 내려도 기업들의 투자로 연결되지 않아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유동성 함정에 갇히게 되면 통화정책의 효과는 시장에서 나타나지 않게 되고 상대적으로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유동성 함정은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잘 설명된다. 일본은 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는 저금리정책을 오랫동안 실시해왔으나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하는 시장왜곡현상이 지속됐다. 너도나도 현금을 보유하려하고 이에 따라 시중에 돈이 거의 돌지 않는 '제로금리 정책'의 폐해를 보인 셈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약효가 의심스러운 금리정책을 남발할 경우, 이 같은 처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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