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배럴당 평균 67.4달러였던 국제유가(두바이 기준)가 산유국들의 원유공급 조절로 배럴당 평균 131.3달러(2008년 7월 기준)까지 급등했다가 2008년 하반기부터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배럴당 평균 45.6달러(2009년 3월 기준)로 약 65% 정도 하락하였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값은 리터당 1,923원까지 올랐다가 1,530원으로 약 20% 하락했으나 국제유가 하락폭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기업 내부정보인 공급가격을 공개
우리나라 휘발유값은 국제유가와 환율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내렸지만 국내 휘발유값의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은 같은 기간에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서다. 그리고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에는 원유의 수입가격과 마진, 세금 등이 포함되는데 이 중 세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8년도 정유사들의 세후 평균공급가격은 리터당 1,554.4원이었는데, 이 금액의 약 53%인 823원이 세금이다. 정유사들의 세전공급가격은 국제유가의 변동 등 수요와 공급에 따라 조정된다고 해도, 세금부분은 에너지 정책이나 조세정책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조정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유사들의 세전공급가격에는 국제시장의 상황은 물론 국내시장의 수요공급 변화가 잘 반영되는 시장구조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정유시장은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와 S-Oil의 4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2008년 휘발유시장의 점유율은 SK에너지 39%, GS칼텍스 33%, 현대오일뱅크와 S-Oil이 각각 15%와 13%였다. 정유산업은 대규모의 설비투자를 수반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새로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시장의 ‘진입장벽’이라고 말하며 과점시장이 형성되는 주요한 원인이다. 과점시장은 구조상 소수의 기업들에 의해 시장생산량이 결정된다. 만약 과점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사회적 최적수준보다 적게 생산량을 결정하면 생산비용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아 큰 이윤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과점시장의 폐해다.
많은 국가들이 과점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담합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경쟁을 촉진하는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도 공정거래위원회를 설치하고, 진입장벽이나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 부당한 공동행위 등을 규제하고 경쟁적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국내의 중소기업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구조를 가진 시장의 경우에는 외국기업과도 경쟁시킨다. 정유시장의 경우, 2007년부터 중소 석유수입업체들의 관세율을 낮추어 석유제품의 공급채널을 확대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수입업체들의 휘발유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해 그 효과가 아직은 크지 않은 편이다.
정유시장에 경쟁을 유도
최근의 국내 기름값이 잘 내려가지 않는 이유가 정유사들의 초과이윤 획득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과점시장 구조에 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정유사별 주유소 공급가격(도매가) 공시를 통해 정유시장에 경쟁을 유도하면 기름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의 내부정보인 공급가격이 공개되면 소비자들은 정유사들이 너무 높게 판매가격을 유지하고 있는지, 국제유가의 변동과 같은 시장상황이 반영되는지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유회사들도 정보공개로 경쟁업체의 가격을 알 수 있게 되면 가격을 인하할 유인이 생길 것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정유사별 공급가격의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가격인하 효과와 가격동조화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정유사의 공급가격 공개가 기름값 인하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지혜 KDI 경제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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