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빅맥을 통해 본 구매력 평가설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구매력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다른 국가의 국민들과 비교해서 얼마만큼의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 국가의 국민들의 구매력은 단순 소득으로 비교할 수도 있지만 다른 국가의 국민들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화폐단위, 각 국의 물가수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어려워 보이지만 결국 구매력이라는 것은 국적을 막론하고 내 소득으로 다른 사람에 비해서 얼마만큼의 재화를 더 구매할 수 있느냐로 결정될 것입니다. 그 대상이 다른 나라의 국민일 경우 재화의 구매력을 통해서 화폐의 교환 비율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스웨덴의 경제학자인 카셀(G.Cassel)에 의해 제기된 ‘구매력 평가설’을 통해 양 국의 환율이 양국통화의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구매력 평가설이란 무엇이고, 경제학에서 가지는 함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구매력 평가란 무엇인가요?


구매력 평가(Purchasing Power Parity : PPP)란 국제상품거래에서 물가와 환율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구매력평가라는 말 그대로 세계 여러 국가들의 구매력을 평가해 보는 것입니다. 구매력평가의 이론적인 출발점은 일물일가의 법칙입니다. 일물일가의 법칙은 하나의 재화에는 하나의 가격만이 존재한다는 가정입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팔리는 A회사의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과 외국에서 팔리는 A회사의 자동차의 가격은 같다는 것입니다. 일물일가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한다면 외국 화폐의 단위로 표시된 가격과 국내 가격을 비교하여 환율을 구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물일가의 법칙을 가정하고 국내 물가와 환율관계를 나타내는 것을 절대적 구매력평가라고 부릅니다. 


구매력평가설의 이론적 함의는 경제신문이나 경제잡지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The Economist' 에서는 1986년 이래 매년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맥도날드의 빅맥 가격을 비교, 분석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빅맥은 전 세계 120개국에서 동일한 재화로 판매되고 있으므로, 빅맥 지수는 절대적 구매력평가와 이에 바탕이 되는 일물일가의 법칙을 검증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됩니다. 


빅맥환율과 PPP


빅맥환율은 맥도널드에서 판매하는 가장 대표적인 햄버거인 빅맥의 가격을 기준으로 각국 화폐의 가치를 평가한 것으로 일종의 구매력평가 환율입니다. 다양한 상품 중 빅맥이 구매력의 평가기준이 된 것은 빅맥이 세계 각국에 체인점포망을 갖고 있는 어느 제품보다 공통적으로 팔리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빅맥의 가격 비교를 통해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볼까요?


한국에서 빅맥이 4,000원에 팔리고 있고 미국에서는 2달러에 판매되고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때 일물일가 법칙에 근거한 절대 구매력평가설에 따르면 두 빅맥의 가격은 동일해야 합니다. 따라서 환율은 1달러에 2000원으로 계산됩니다. 이때 현재 환율이 1달러에 1500원이라면 원화의 가치가 고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빅맥 무역업자는 한국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미국에서 햄버거를 산 다음 한국에 되팔 경우 1,00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하여 환율은 1달러에 2,000원으로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 절대 구매력평가설에 따른 결론입니다.


하지만 절대 구매력평가설은 현실에서 그렇게 정확한 예측을 보여주고 있지 못합니다. 바로 절대 구매력평가설이 가지는 한계 때문인데요. 절대구매력평가설이 가지는 한계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절대 구매력평가설은 일물일가의 법칙을 가정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제품의 질이 동일할 수가 없습니다. 빅맥의 크기, 야채나 고기 등의 원산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절대 구매력평가설은 교역재만을 대상으로 해야 성립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국가간 이동이 용이하지 않은 상품인 각종 서비스와 같은 비교역재가 존재합니다. 앞서 빅맥의 사례처럼 환율이 조정되기 위해서는 무역이 가능한 교역재여야 합니다. 이렇게 비교역재가 많이 존재 할 경우 물가수준은 그 국가 통화의 구매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그것을 이용해 얻은 구매력평가 또한 정확한 수치일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절대 구매력평가설에서는 환율결정요인으로 물가만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타 외환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2013년 빅맥지수를 살펴볼까요? 가장 밑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빅맥PPP지수로 예측된 환율은 1달러에 881.54원인 반면에 실제 환율은 1달러에 1158.75원입니다. 이 수치를 통해 우리나라 화폐의 가치가 저평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구매력평가의 척도로서 빅맥 환율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빅맥지수는 매우 흥미로운 경제학적 함의를 줍니다. 일례로 물가보다는 명목환율의 변동이 실질환율의 변동을 주도한다는 결과입니다. 또한 절대구매력평가설에 의한 환율예측은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환율 변화보다는 장기적으로 수렴해갈 환율의 장기균형치를 예측하는데에 유용하다는 일부 실증 연구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절대구매력평가환율은 빅맥환율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는 판매하는 대표상품인 카페라테를 통해 계산한 카페라테지수를 발표하고 있고 애플에서는 아이팟 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신라면 지수, 초코파이 지수를 발표하고 있고 과거 삼성에서는 애니콜 지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상대 구매력평가설이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절대 구매력평가설은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나 해외에서 생산된 재화의 국내가격이 같다는 일물일가의 법칙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여러 요인들 때문에 동일한 재화의 가격차이가 국가 간에 현저하고, 또한 이와 같은 가격차이가 상당기간 지속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절대 구매력평가설은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절대 구매력평가설에서 좀 더 발전한 개념이 상대 구매력평가설입니다. 상대 구매력평가설에 따르면 양국 간에 가격차이가 현저한 경우에도 양국의 물가상승률과 환율변화율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상대 구매력평가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질 환율’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실질환율이란 두 나라의 물가를 감안하여 조정한 환율입니다. 빅맥의 사례로 볼 때 1달러에 1,500원, 한국에서 빅맥이 4,000원, 미국에서 빅맥이 2달러일때 미국의 빅맥을 원화로 계산하면 3,000원입니다. 이는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빅맥이 미국의 빅맥보다 1.33배(4,000/3,000) 비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이 경우 한국에서 판매되는 빅맥 1개와 미국에서 판매되는 빅맥 1개가 교환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실질환율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재화와 외국에서 생산된 재화간의 상대가격을 의미합니다.


절대 구매력평가설은 실질환율을 1이라고 가정합니다. 이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재화와 한국에서 판매되는 재화의 상대가격이 동일하다는 뜻입니다. 반면 상대 구매력평가설은 현실적으로 실질환율이 1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대신 두 국가의 가격의 절대수준이 같지는 않더라도 양자간에 일정한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실질환율이 ‘일정한 숫자’로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절대 구매력평가설은 통화량의 변화 등 명목적인 교란요인에 대해 성립하지 않는 반면 상대 구매력평가는 명목적 교란요인에 대해서는 대체로 성립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구매력 평가설의 활용


구매력 평가설은 단순 환율을 예측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국의 빅맥가격과 최저임금을 활용하여 계산한 최저임금 빅맥지수는 물가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경제신문이나 잡지에서도 각국 국민들의 구매력을 비교하기 위한 수치로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단점과 한계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실제 빅맥 지수나 카페라테 지수가 주는 경제적 함의를 왜곡해서 이해할 수도 있겠죠. 따라서 구매력평가설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 올바르게 인식을 하고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경제 통계 지표들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