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정부는 ‘한·미, 한·EU FTA 관련 가격동향 점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미 FTA와 한-EU FTA의 발효에 이어 정부는 터키, 캐나다, 중국과의 FTA체결 과정 절차를 밟는 등 총 12개 국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유무역협정은 계속 늘어가는 추세인데요, 과연 우리 소비자들이 느끼는 FTA체감 정도는 어떠할까요? 아직 여론조사 기관을 거친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몇몇 시민들의 인터뷰를 모아보면 이렇습니다.
(체결 전)
“저는 와인이랑 수입맥주 애호가에요. 이 협정으로 인해 제가 좋아하는 와인을 싸게 구입하면 좋겠어요”-회사원 A씨
“수입화장품이나 가방을 세금 없이 산다는 게 제일 매력적인데요?” -대학생C양
(체결 후)
“수입 물품 중에 오히려 오른 품목도 있더라구요!” - 주부 M씨
"FTA를 해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뭐하러 체결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L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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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FTA 체결 시 기업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장 와 닿게 느껴지는 부분은 ‘관세철폐’로 인한 가격 인하였습니다. 수입 물품에 관세가 붙지 않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죠. 정부에서도 이 부분에 치중을 두고 FTA를 홍보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웬일일까요. 소비자의 기대와 달리 수입물품의 가격 인하는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습니다. 각종 언론사의 인터뷰를 통해서 실제로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는 FTA체감효과는 매우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가격이 인하되지 않는 물품이 많기 때문이죠.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유럽연합(EU),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가 인하된 품목의 소비자가격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협정 체결 전과 차이가 없거나 관세 변화율보다 인하폭이 적었다고 하는데요,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 1) 발렌타인 17년산 위스키 관세는20% ->15% (인하) 판매가격은 그대로 14만 5000원 (한-유FTA체결 전과 변함없음)
ex 2) 미국산 웰치스주스 관세(54%) 모두 철폐 판매가격은 그대로 1000원 (한-미FTA체결 전과 변함없음)
그 밖에) 8%의 관세를 모두 철폐하기로 한 유럽산 가전제품(프라이팬, 다리미 등) 역시 가격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유럽산 고가브랜드(샤넬,디올,페라가모)는 가격이 오른 것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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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폐한 관세만큼의 가격은 어디에: 독과점 등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해야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를 철폐하였는데 왜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물론 인하한 물품도 있고 농산물은 가격인하의 폭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진행 중인 몇 개의 FTA협정에는 기대와 다른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관세철폐가 장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물품은 그렇다치고, 이미 많이 철폐된 상품의 가격도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을 남깁니다. 이에 대해 수입물품가격 구조를 통해 그 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수입한 물품은 수입상, 유통상, 소매상 등을 거치는데 대부분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시중에 유통됩니다.
제조 후 출발!
------관세떼고------> 수입업자/유통업자------>판매원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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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자가 관세를 납부한 후 도소매점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죠. 그런데 관세를 없애거나 줄였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그대로라는 사실은 이 유통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 예로 최근 유통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켜 제재를 받은 미국 P전자 사례를 살펴 볼까요?
P회사는 국내 소형가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수입, 판매 회사입니다. 그런데 지난 6월말,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고 과징금을 내게 되었죠.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 가격인하를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자회사의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곳에는 출고정지 등의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일정 가격 밑으로 팔지 못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어떤 식으로 가격이 왜곡되는 지 잘 보여줍니다. 이처럼 기업이 특정 상품에 대해 일방적으로 독점하여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중간 유통상이나 소매상이 관세인하 폭에 비해 가격을 내리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죠.
이런 현상에 소비자들은 이렇게 외칠 것입니다. “관세가 없어져도 기업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으니 결국 기업만 좋은 것 아니냐”-한 직장인의 인터뷰 중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FTA효과를 몸소 느끼려면 독점적인 수입,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투명성도 보장되어야겠죠. 수입 가격 공개, 모니터링 등이 가격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FTA활용, 이제부터 시작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 해까지 대대적으로 “관세철폐로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라고 홍보했습니다.
몇 년에 거친 홍보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습니다. 대외적으론 유럽산 명품이 원자재가격이 올랐다는 말로 한국 소비자들을 농락합니다.
국내에서는 독과점, 과점이 문제입니다. 정부와 공정위가 내놓은 유통 구조 개선이라는 방안이 실현되어 FTA가 처음 취지대로 소비자의 편에 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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