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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금-달러 잇는 제3의 국제통화, 'SDR'을 주목하라

 


지난달(18~19일)에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습니다. 관심이 많은 분들은 회의 폐막 직후, 공식 발표 자료와 관련 매체에서 내보내는 기사들을 주의 깊게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혹시 이번 회의 합의문에 포함된 ‘SDR과 같은 글로벌 유동성 관리를 위한 업무 프로그램에 합의하였다’라는 문구를 보셨나요? 살펴보면 향후 G20에서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국제통화제도(국제무역의 균형적 확대와 국제자본의 원활한 이동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통화제도 및 결제방식)’ 개혁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합의문에 언급된 SDR은 무엇일까요? 지난 2009년 3월,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당행 사이트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SDR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됩니다. 당시 그는 “특정 국가 화폐를 벗어나 IMF의 SDR(특별인출권)을 기축통화(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특정국의 통화로 보통 미국 달러를 가리킨다)로 사용하고, SDR을 확대해 분배를 촉진하도록 하자”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위안화를 SDR 바스켓(basket)에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위의 주장에 대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위안화 가치가 시장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돼야 SDR 바스켓 편입을 지지할 수 있다”라는 사실상의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도대체 SDR(Special Drawing Rights)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IMF의 창조물, 가상의 국제준비자산

Special Drawing Rights(SDR)은 1969년 국제통화기금(IMF) 워싱턴회의에서 도입이 결정된 국제준비통화(대외 지급을 위한 준비로서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통화)입니다.

본래 IMF의 기본 운영통화는 '금'과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세계 무역 규모가 확대되면서 금과 달러화만으로 결제하기에는 통화량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금의 경우에는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생산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달러의 경우에는 전 세계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었지만 미국이 막대한 경상수지(외국과 물건(재화)이나 서비스(용역)를 팔고 산 결과를 종합한 것) 적자를 감수해야 했고, 자연히 달러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가 위축 되는 딜레마를 갖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운 지불준비자산인 '특별인출권(SDR)'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SDR은 금, 달러와 함께 IMF 회원국의 국제수지(일정기간 동안 일국이 다른 나라와 행한 모든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 적자를 해소하도록 배정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SDR의 총량은 IMF에 의해 관리 및 보완되는데, 국제 준비자산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특별인출계정참가국의 85%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SDR의 창출량이 결정됩니다.

SDR, 다른 나라 통화를 조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권한

IMF가 창출한 SDR의 총량은 각국이 투자한 기금의 비율에 따라 배정을 받습니다. 각국은 국제수지가 나빠지면 SDR을 대외거래 적자를 해소하는데 사용하게 되는데, 적자국은 자국 보유의 SDR을 다른 흑자국에 양도해 필요한 외화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맹국은 국제수지가 악화됐을 때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무담보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 즉 다른 나라의 통화를 조건 없이 인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됩니다.

이전의 IMF는 회원국이 제출한 기금으로 국제수지 적자국에 단기자금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IMF가 창출한 국제준비통화인 SDR을 도입함에 따라 입수한 외화를 국제결제 및 기타에 이용하는 형식의 대체통화로서 획기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SDR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할까

SDR이 처음 도입될 때는 1SDR = 미화 1달러 = 순금 0.888671g 이었습니다. 이러한 교환 비율은 몇 차례 적정치 않음이 지적됐고 미국 달러의 평가 절하로 1973년 2월 1SDR = 1.2635 달러가 됐습니다. 1973년 대부분의 선진 공업 국가들이 고정환율제도에서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함에 따라 SDR과 다른 통화와의 교환비율이 변동하게 되고, 1974년 SDR의 가치는 여러 국가의 통화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통화바스켓' 제도로 변경됐습니다.

통화 바스켓 초반에는 세계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16개국의 통화시세를 가중 평균하는 방법에 따라 매일 계산·표시했는데요, 현재는 미국 달러화, 유럽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로 축소해 SDR 표시가 간소화됐습니다. SDR의 이자율이나 현재 가치 등 자세한 정보는 IMF의 홈페이지(www.imf.org)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G20 정상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듯
지난 2월 10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미국 워싱턴 IMF 본부에서 가진 연설에서 "위안화 같은 개도국들의 통화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이들 통화를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위안화가 SDR 구성통화가 될 만큼 자유롭게 통용되는 통화가 아니다”라고 부정적 견해를 보였던 칸 총재의 정책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또한 이번 발언을 통해서 현재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4개의 통화로만 구성된 SDR에 위안화가 포함될 것인가의 논의가 올해 11월에 개최되는 프랑스 G20 정상회의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이 자명해졌습니다.

2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36억 8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SDR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SDR 총 발행물량의 약 1.16%에 해당하는 양으로 IMF 회원국 중에서 19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입니다.
SDR 바스켓에 위안화가 포함된다면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까요?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4개의 통화로만 구성된 SDR 바스켓에 위안화가 포함된다면 상대적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위상 추락과 연결해 지켜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위안화의 국제 기여도가 커진다는 측면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국제통화제도 의제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이것이 당장 우리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따지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몬이의 블루마블>을 애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앞으로 어떠한 결정이 발표되는지, 그 결정이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