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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세와 부유세의 차이를 아시나요? 재밌는 세금 이야기 속으로~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3. 21. 10:10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인 세금납부. 부족한 국가 재원을 확충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과세제도를 정립하기 위해 '증세'는 어떤 정부에서도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가지 복지정책을 둘러싸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고 있는 세금에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에 반가워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겠죠.

 

그래서 정부에서는 증세 방법을 항상 고민합니다. 그 중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가가치세 인상과 같은 '보편적 증세'와 부유세 신설과 같은 '부자증세'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부가세와 부유세, 두 가지의 다른 조세부과 방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경제학에서 부유세와 부가세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재미있는 세금 이야기 입니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vs 부자들에게

 

우리나라에는 세금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있습니다.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등 전문가가 아니면 그 종류를 헤아리기도 쉽지 않죠.

 

경제학에서는 수많은 조세들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생산 요소에 대한 세금’ 이고 둘째는 ‘생산물에 대한 세금’입니다. 경제학에서 생산 요소로는 크게 노동, 자본이 있죠. 따라서 노동에 부과하는 세금인 근로소득세와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자소득세 등은 생산 요소에 대한 과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가가치세는 대표적인 생산물에 대한 과세라고 볼 수 있죠. 부가세와 부유세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유세는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추가적인 근로소득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부가세는 생산물에 대한 세금을 말하는 것입니다.

 

부유세, 형평성 높아지나 조세저항 우려도

 

부유세는 일정액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납세자에게 그 순자산액의 일정비율을 비례적 혹은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세금을 말합니다. 부를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납세능력이 더 좋다고 보는 것은 당연합니다.

 

부유세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나 복지예산의 규모가 큰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과세 방법입니다. 부유세는 소득분배의 형평성을 개선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조세저항이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부유층에게 지나치게 과세가 집중될 경우 부유층의 근로의욕이 떨어지게 됩니다. 부자들의 경우 축적된 부의 상당부분이 인적자본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부자들의 근로의욕이 떨어진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그들이 공급해야할 최적의 노동량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회적으로 최적의 효용을 창출할 수 있는 노동 공급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후생이 감소하게 되는 역효과가 나기도 합니다. 또한 부유세는 재산의 해외 도피, 기업의 투자 의욕 상실, 이중과세 등의 문제점도 안고 있습니다.

 

부가세, 소비에 따라 달라지는 세금

 

자, 그럼 이제부터 부가세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까요?. 부가세란 가격의 일정비율로 과세하는 세금을 의미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종가세’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종가세의 형태로 존재하는 세금이 부가가치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품의 생산과 유통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10%만큼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10%의 부가가치는 경제와 경제 주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하나에 5천원짜리 커피가 있다고 생각을 해 볼까요? 소비자 A는 매주 커피를 10개씩 소비하는 전형적인 시민입니다. 이제 정부가 그의 커피 소비에 대해서 10%의 부가세를 부과해 그가 내야 하는 커피 가격이 5천 5백원이 되었다고 생각해봅시다.

 

소비자 A는 세금을 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커피를 일주일 동안 단 한컵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당연하게도 A는 세금을 단 한푼도 내지 않았죠. 그렇다면 A씨의 후생(만족도)은 변하지 않았을까요?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A씨의 후생은 명백히 감소했습니다. 커피를 하나도 소비하지 않는 선택은 과세 전에 가능했지만, A씨는 이러한 소비점을 선택하지 않고 주당 10개씩의 커피를 소비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세금으로 인해 기존의 소비점을 변경했죠. 이는 과세로 인해 A씨가 덜 선호하는 상품묶음을 소비하게 만들었고, 이 사실은 그에게 경제적 후생의 감소를 가져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후생의 감소분 - ‘초과 부담’

 

이처럼 조세는 경제적 의사결정을 왜곡하여 후생의 감소를 가져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후생의 감소를 ‘초과 부담(Excess Burden)'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는 경제적 순손실이라고도 합니다. 부가세를 사용하든 부유세를 사용하든 이러한 초과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경제의 후생에 좋지 않은 미치게 됩니다.

 

미국의 유머작가인 러셀 베이커(Russel Baker)는 자신이 쓴 한 칼럼에서 조세가 삶에 미치는 영향과 초과부담의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그라는 가상인물은 도심에서 집을 임대해 살기를 원하는 소시민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여러 가지 조세를 통해 그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원하지 않았던 근교에서, 원하지 않았던 주택 구입을 하고, 원하지 않았던 모기지를 하고, 원하지 않았던 기업가들을 친구로 만들어 친교하고, 원하지 않았던 사업을 하고,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투자를 하게 되었다. 피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도시의 높은 판매세, 자가 주택에 대한 높은 재산세, 모기지 이자에 대한 소득 공제, 특정 사업에 대한 낮은 조세, 특정 투자에 대한 높은 감가상각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여러 조세들은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개입해 사람들이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고 초과부담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초과부담은 눈에 보이는 수치로 측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경제주체가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행위를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효용의 감소이기 때문에 측정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념적으로 분명히 후생감소가 발생하고 있죠.

 

이상적인 조세제도, 과연 있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초과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조세가 존재할까요? 이 질문에 재정학자들은 ‘YES’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실제로 경제학 속에서는 ‘정액세’라는 궁극의 세금 부과방법이 존재합니다. 정액세는 납세자의 경제적 행위와 상관없이 지불해야 하는 일정액의 조세로 정의됩니다. 얼핏 어려운 개념 같지만 사실 굉장히 간단합니다.

 

이 전에 살펴보았던 커피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경우에는 부과된 세금으로 인해서 커피의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는 다른 재화와의 상대가격을 변화시키게 되고 이로 인해 소비자는 가장 선호하는 상품 묶음을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정액세는 이러한 상대가격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세금입니다. 단순히 A씨로부터 일정액의 돈을 세금으로 빼앗아 가는 개념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정액세는 동일한 세수를 가지는 특정 재화에 대한 과세와 비교할 경우 경제 주체의 후생이 더 높게 됩니다. 상대가격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정액세는 '모든 재화에 대해 주체와 관계 없이 동일한 세율의 세금을 매긴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정액세가 이렇게 효율적인 제도라면, 왜 현실에서는 사용되지 못하는 걸까요? 정액세는 몇 가지 이유에서 좋은 정책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서 100만원이 정액세 금액이라고 정부가 발표를 했을 경우, 100만원은 부유층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생계에 위협을 받을 만큼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보다 공평한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서, 납세자의 소득에 의존해 납부액을 정하는 정액세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소득에 따라 조세부담이 달라진다'는 점을 일찍이 깨닫고 여기에 맞게 노동과 저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소득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정확한 소득에 기반을 둔 정액세는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제도가 됩니다.

 

부가세 vs 부유세 국제적인 흐름은?

 

최근 세계는 적극적인 부자 증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높이고 부동산 보유세와 법인세를 인상했습니다. 또한 현재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연소득 100만유로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75%의 세율을 부과하겠다는 공약으로 많은 지지를 얻어 당선이 되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칼도 대규모의 증세안을 내 놓았고 비교적 재정이 튼튼한 독일도 임시세 부과안을 제안했습니다.

 

이러한 국가들의 움직임은 대부분 최근에 닥친 경제위기와 연관돼 있습니다.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은 이후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유세를 신설 또는 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살펴본 부유세의 몇몇 문제점들 때문에 일본,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은 부유세를 폐지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의 공약 또한 현재 위헌판결을 받아 아직 시행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정부는 최근 복지 공약을 실현 과정에서 증세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증세와 관련된 논쟁은 언제든지 수면 밖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세금은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기도 하고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세금제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세금의 부과방식과 그 부과방식이 경제에, 경제주체의 후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이해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