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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환경을 살리는 경제 이야기

사람냄새 가득한 강변 예술마을 만듭니다

경남 김해시 생림면 도요리 도요마을. 1천3백리를 달려온 낙동강이 바다와 합쳐지는 게 아쉬워 마을을 휘감아 돌며 만든 강마을이다. 83가구 1백41명의 주민이 강 둔치 모래밭에서 감자와 고구마를 재배하는 한적한 곳이다.

쇠락한 이 마을에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윤택(57) 감독이 둥지를 틀었다. 김해시와 함께 마을을 예술공동체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도요 예술공동체는 문학· 미술 ·공연 분야 예술가들이 창작에 몰두하고, 이 모습을 보려는 방문객들이 몰려오는 그런 마을이다.

“도요 예술공동체 조성은 내 인생에서 벌이는 마지막 도전입니다. 삭막한 세상에 사람 냄새 나는 마을을 하나 만들어 예술로 세상을 변화시켜 보겠습니다.”

마을 가운데 있는 폐교는 발표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만들고, 마을 주변 빈집을 사들여 예술인 숙소, 연기 훈련장, 출판사, 카페, 게스트 하우스를 짓는다. 산을 깎고 땅을 파서 새 마을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마을의 필요 없는 공간을 재활용한다. 도요 예술공동체는 마을에 예술이 침투해가면서 자연스레 예술촌이 되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김해시도 대환영이다. 주거지역이어서 문화시설을 못 짓게 돼 있지만 조례를 바꾸어 짓도록 허용했다. 김해시 남부광(47) 예술담당은 “이농현상으로 늘어나는 빈집을 활용해 예술촌이 들어선다면 농촌을 되살리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를 바라는 예술가들도 이미 줄을 섰다. 주정이(판화가), 최영철(시인), 최은희(경성대 무용학과 교수), 김정명(부산대 미술학과 교수), 신일수(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 정진수(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 등이다. 책을 기증하겠다는 예술인도 많다.

7월엔 밀양 연극촌에서 도요 예술공동체 관련 국제 워크숍도 열린다. 일본, 프랑스, 인도를 비롯해 국내외 예술공동체 관계자들이 참가한다. 이 감독은 도요 예술공동체에 전념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 중이다. 10년 동안 일궈온 밀양 연극촌도 밀양시에 넘겼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강의도 이번 학기를 끝으로 그만둔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한곳에 모여 뿜어내는 문화의 힘으로 죽어가는 농촌을 되살리는 것. ‘문화 게릴라’ 이윤택의 꿈이다.

글·김상진(중앙일보 사회부문 기자) / 사진ㆍ송봉근(중앙일보 영상부문 기자) /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