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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

협동조합은 더불어 잘사는 ‘희망공동체’ 입니다

2012년은 유엔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였습니다. 2009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했을 때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죠.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 금융회사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여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살찐 고양이’라고 비판했죠. 유엔은 지나친 욕심으로 일어난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협동조합을 주목했습니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협동조합이 보여준 생존능력을 높이 평가한 거죠. 많은 은행이 문을 닫거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협동조합 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고객은 되레 늘었습니다. 

 

 

 


협동조합이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농민이나 중·소상공업자, 일반 소비자가 상부상조 정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결성하죠. 주식회사의 의결권은 ‘1주 1표’ 방식으로 대주주가 경영을 좌우하지만 협동조합은 출자규모에 관계없이 조합원 모두가 평등하게 한 표씩 갖습니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회원제에다 조합원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 등이죠.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요구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싼 가격에 제공해 일반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견제하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일반기업은 자본을 댄 투자자가 소유하며 투자자 수익을 보장하는 게 경영 목적이죠. 하지만 협동조합은 이윤이 아니라 잉여를 내 조합원에 혜택을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예를 들면, 소비자협동조합은 물품 값을 낮추는 데 잉여금을 쓰고 노동자협동조합이라면 고용을 유지하거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힘씁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1957년 농업협동조합법을 시작으로 한 협동조합 개별법 시대를 끝내고 협동조합기본법 시대에 들어선 거죠. 그동안 협동조합은 농업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등 여덟 가지 개별법을 바탕으로 설립되고 운영됐죠. 주로 농·임·수산 등 1차 산업에서 자율성과 자발성보단 국가의 지원에 의존해 성장해 왔습니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이젠 금융과 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조합원이 다섯 명이 넘으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어떤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협동조합이 1만 개까지 설립돼 취업자 수가 4만~5만 명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소비자물가가 3.1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죠.


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 양극화가 자본주의의 단점을 드러낸 상황에서 협동조합이 더불어 잘사는 경제민주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성백형 기자 / info@ahaeconomy.com

출처 : 아하경제

 

 

협동조합은 어떻게 설립하고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도 협동조합 시대가 열렸습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지난달 1일 발효된 뒤 한 달 만에 조합 설립 신청이나 신고가 128건이나 됐습니다. 조합원이 다섯 명 넘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신청이 몰리고 있죠. 영리 추구형인 일반협동조합 설립 신고가 115건, 지역사회와 취약계층을 위해 공익사업을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13건입니다. 일반 협동조합은 시·도지사에 신고하면 되고 사회적 협동조합은 정부 관계부처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인가받게 됩니다.


이번에 설립 신청을 한 협동조합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곳도 많습니다. 일반 협동조합으로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 서울의 1호 조합으로 이름을 올렸고 통신소비자 주권 회복을 위한 전국통신소비자 협동조합, 도시농업 협동조합 ‘씨앗들’, 중소 아웃소싱업체가 만든 ‘한국아웃소싱협동조합’ 등이 신고를 마쳤죠. 사회적 협동조합은 ‘행복도시락’ ‘한국통합방과후아카데미’ 등이 접수됐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아 정부의 지원 대상이 되죠. 중소기업이 누리는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같은 혜택도 받게 됩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맞서기 위해 구멍가게 협동조합도 등장했습니다. 구멍가게가 연합해 공동으로 제품을 사면 협상력이 높아져 공급업체에도 밀리지 않는 경쟁력이 생기죠.


협동조합은 고용이나 경쟁력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택배 기사나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도 조합을 꾸리면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죠. 동네 빵집끼리 뭉쳐 원료를 공동 구매해 원가를 낮추거나 재래시장 상인이 공동 상표를 만들어 마케팅에 나서면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자활공동체나 돌봄 노동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지역단위에서 사회 서비스 자생력도 커지겠죠.


또 지금까지 협동조합을 활용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다양한 협동조합이 보편적인 사업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됩니다. 골프 캐디, 학습지 교사 등 4대 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는 근로자나 일용고용자도 협동조합을 활용할 수 있죠. 더 나아가 소규모 창업을 쉽게 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서비스를 활성화시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문이 활짝 열린 협동조합을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볼 만합니다. 협동조합은 오늘 심으면 내일 꽃을 피우는 속성 화분이 아니죠. 2008년 캐나다 퀘벡주 조사를 보면 협동조합 생존율은 설립 5년 뒤 62%, 10년 뒤에는 44%였습니다. 일반회사보다는 두 배 가깝게 높은 생존율이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합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협동조합은 훌륭한 사회적 가치와 윤리경영을 태생적으로 갖춘 기업인 셈입니다. 자본금 등 많은 준비와 경험을 갖춰야 사업체로 성공할 수 있겠죠.


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경쟁이 아닌 협동 방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조합원의 동질성이 확보되면 신뢰비용이 낮아져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협동조합의 속성에 따라 안정성을 중요시하므로 고용 안정성도 높다.”고 말했습니다.


축구팀 FC바로셀로나도 알고 보면 ‘협동조합’

 

 

이색 협동조합은?


한 번쯤 들어봤을 미국의 오렌지왕국 썬키스트, 독일에서 출발한 세계 최대 보험회사 알리안츠, 미국의 글로벌 뉴스통신사 AP, 뉴질랜드 키위를 대표하는 제스프리도 알고 보면 협동조합입니다. 나라와 하는 일은 달라도 ‘세계 최고’라는 게 공통점이죠.


FC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는 시민 구단입니다. FC바르셀로나 구단 박물관 입구에는 ‘FC바르셀로나의 주인은 조합원.’이란 글귀가 쓰여 있죠. 구단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출자자인 조합원 19만 명이 결정됩니다. 등록비 150유로(약 21만 원)를 내면 누구나 2년 동안 ‘소시오’라 불리는 조합원이 되죠. 가입한 지 1년이 넘은 18세 이상 조합원은 총회에 참석해 구단의 중요 결정에 의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구단주인 회장과 이사회 구성도 조합원이 총회에서 선출합니다. 대기업 오너가 구단주를 임명하는 다른 축구 클럽과는 사뭇 다릅니다. FC바로셀로나 선수들은 기업 광고가 아닌 국제 자선단체 유니세프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죠. 구단이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썬키스트는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감귤 농민 6천여 명이 도매상인의 횡포에 맞서 결성한 농업협동조합으로 유명합니다. 통신사 AP는 미국의 신문사 1천400여 곳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만들었죠. 취재와 기사 전송을 위한 경비를 분담하고 있습니다. 정부 후원이나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조합원인 각 신문사가 주인입니다. 뉴질랜드 제스프리는 키위 농부들이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최고 브랜드로 키웠죠. 1956년 초라한 난로 생산 공장으로 시작한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10대 기업에 포함돼 세계가 주목하는 협동조합복합체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우유가 협동조합 형태입니다. 수도권과 충남지역 낙농가들이 힘을 모아 만든 뒤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제 협동조합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단위조합이 뭉쳐 연대조합을 결성한 뒤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죠. 예를 들면, 캐나다 퀘벡주민 5만여 명이 설립한 연대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조합은 문화시설과 의료시설 확충, 일자리 창출과 노인 복지 등 많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원희 기자 / info@ahaeconomy.com

 

출처 : 아하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