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쏟아 붓던 비 덕분에(?) 올 여름은 별로 더위를 느낄 새도 없이 흘러가 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아침 저녁이면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비에 묻혀버렸던 더위가 아쉬웠는지 한 낮에는 뜨거운 햇빛이 머리를 내리쬡니다.
더위에 한껏 땀을 흘리면 간절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맥주인데요~ 시원한 청량감이 있는 맥주를 한 잔 들이키면 그 날 하루의 더위와 스트레스가 날아가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무엇보다도 맥주는 다른 주류에 비해 알콜 도수가 낮고, 맛과 향이 좋아 다른 어떤 술보다 마시기가 편합니다. 게다가 곡류를 원료로 만들어진 술이기 때문에 의외로(?) 영양분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맥주를 마시면 살이 찐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면 살이 찐다고 믿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맥주의 칼로리는 얼마나 될까요? 다른 음료와 한 번 비교해보면, 우유의 경우 200cc를 기준으로 150kcal의 열량을 냅니다. 동일한 양의 맥주 열량은 100kcal에 조금 못 미칩니다. 그리고 밥 한 공기의 열량이 300kcal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맥주의 열량은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맥주의 칼로리는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거나 체온을 높이는데 이용되기 때문에 탄수화물과는 달리 몸 속에 축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맥주를 마시면 살이 찐다는 오해가 생긴 것은, 맥주의 주 성분인 호프의 쓴 맛이 침과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맥주를 마실 때를 생각해보면 보통 치킨이나 감자튀김, 소세지 등과 같이 고열량 안주들을 곁들이기 때문에, 맥주로 인해 살이 찐다기보다는 함께 먹는 안주로 인해 살이 찌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그래서 살이 쪘던 것이군요 ㅠㅠ)
맥주의 역사
이러한 맥주의 역사는 매우 긴데요. 학계에서는 맥주가 무려 6,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4,000년 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왕조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 후로 보리의 재배가 이집트로 전해져 기원전 3,000년 경부터 나일강에서 재배한 대맥으로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맥주는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지불 됐고, 중세에 넘어와서는 수도원의 주요 자금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맥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건 루이 파스퇴르의 열처리살균법이 발명된 이후입니다.
< 고대 이집트에서 하인이 맥주를 따라주고 있는 모습 >
우리나라에서는 근대 이전에 ‘보리로 빚은 술’이란 개념으로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맥주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1933년 일본인들이 조선맥주(주)와 소화기린맥주(주)를 설립하면서 부터입니다. 1970년대 초까지 전체 주류 매출의 6%였던 맥주 소비는 1993년 55.8%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지난해에는 맥주의 소비량이 무려 39억병에 달했는데요, 이는 성인 인구 1명당 2010년 한 해 동안 100.8병(500mL 기준)을 마신 셈입니다. 성인 인구 1명이 3~4일에 맥주 한 병씩을 마신 것이 되니, 얼마나 맥주가 우리에게 익숙한지 알 수 있습니다.
맥주와 '세금'
이처럼 맥주는 오늘날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은 아닙니다. 특히 저와 같은 대학생들은 모였을 때, 돈이 어느 정도 넉넉하다 싶으면 맥주, 그렇지 않으면 소주나 막걸리를 택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만큼 맥주는 다른 주류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이러한 맥주 가격의 뒤에는 바로 ‘세금’이라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맥주에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세란 세금이 매겨지는데요. 우선 모든 주류에 적용되는 주세율은 맥주의 경우 소주와 위스키, 브랜디와 같은 증류수와 함께 가장 높은 72%가 적용됩니다. 여기에서 주세의 30%만큼의 액수가 바로 맥주에 붙는 교육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고원가와 주세, 교육세를 모두 합친 액수의 10%가 부가세율로 적용됩니다.
몹시 복잡하죠? 그래서 쉽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만약 맥주의 출고원가가 1,000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여기서 출고원가에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 등이 포함된 것으로 공장에서 맥주가 최초 출하될 때 매겨지는 값입니다.
맥주 출고원가 = 1,000원
주세 = 1,000원(출고원가) x 72%(주세율) = 720원
교육세 = 720원(주세) x 30%(교육세) = 216원
부가세 = [1,000원(출고원가) + 720원(주세) + 216원(교육세)] x 10% = 193.6원
그래서 맥주 출고원가 1,000원에 대해 적용되는 세금은 주세(720원)와 교육세(216원), 부가세(193.6원)를 더해 총 1129.6원이 되는 것입니다. 즉, 최초 1,000원에 출고가가 매겨진 맥주에 대해 각종 세금이 적용되면서 2129.6원부터 유통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세금을 다른 주류인 막걸리와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막걸리는 맥주에 비해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데요. 막걸리에는 5%의 주세율과 10%의 부가세율만이 적용됩니다. 맥주와 마찬가지로 1,000원에 출고된다고 해보겠습니다.
막걸리 출고원가 = 1,000원
주세 = 1,000원(출고원가) x 5% = 50원
부가세 = [1,000원(출고원가) + 50원(주세)] x 10% = 105원
그래서 막걸리 출고원가 1,000원에 적용되는 세금은 주세(50원)와 부가세(105원)를 더해 155원이 됩니다. 이는 막걸리 출고원가의 15.5%만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맥주와 막걸리가 같은 원가로 출고된다면, 적용되는 세금이 다르기 때문에 시중에서 막걸리가 맥주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처럼 막걸리의 주세율이 맥주에 비해 훨씬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함입니다. 게다가 막걸리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영세한 곳이 많기 때문에 이점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산 맥주 vs 수입 맥주
한편, 요즘에는 외국산 맥주 수입까지 증가하면서 국내 맥주시장에 한바탕 불이 붙고 있습니다. 이미 대형마트에서는 외국산 맥주의 매출이 전체 맥주 매출의 20%를 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수입 맥주가 점점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국산 맥주에 비해 맛과 향이 다양하고 한층 더 깊은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세가 적용돼 가격이 비싼데도 점점 많은 사람들이 수입 맥주를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맛에 차이가 나는 것은 재료의 함량 비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맥주의 맛을 내는 중요한 원료 중 하나인 맥아(발아시킨 보리의 낟알)라는 재료가 있는데요. 독일에서는 맥아 함량이 100%가 아니면 맥주로 인정되지 않고, 이웃 일본에서도 맥아 함량이 최소 66.7%가 되어야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맥아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맥아 대신 다른 대체 원료를 많이 씁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국산 맥주의 맛에 길들어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수입 맥주의 순수한 맛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게다가 독일엔 맥주 양조브랜드가 1천개 이상 있고, 일본에도 270개 정도가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는 거대 회사 두 군데 밖에 없으니 맥주의 맛에 다소 차이가 나겠죠?
그동안 수입맥주를 마시고 싶어도, 관세에 따른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고민하신 분들이 있을 텐데요. 얼마 전부터 발효된 한-EU FTA의 영향으로 유럽산 맥주의 관세가 향후 7년간 균등 철폐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맥주 소비자에게도 비슷한 가격에 다양한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국내 맥주 업체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맥주거품, 이젠 즐기세요~
마지막으로 맥주를 따라 마실 때 팁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맥주를 잔에 따를 때 거품이 최대한 안 생기도록 하면, "잘 따랐다~"고 칭찬을 하곤 하는데요. 이는 맥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라면 잘못된 행동입니다.
가장 맛있게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컵의 20~30%가 거품으로 덮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거품은 맥주의 맛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맥주의 톡 쏘는 맛은 맥주 속에 탄산가스가 있기 때문인데, 이 탄산가스가 없어지면 맥주의 맛을 잃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맥주를 따를 때 하얗게 생긴 거품은 이 탄산가스가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맥주가 공기와 접촉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해준답니다. 앞으로는 동료가 거품이 생기도록 맥주를 따르면, 구박(?) 대신 칭찬을 해주도록 하세요.
그리고 언제나 음주는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만 마셔야 한다는 것! 모두 명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참고 : http://blog.naver.com/ntscafe?Redirect=Log&logNo=110083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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