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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차관칼럼]경제정책의 중점은 ‘서민안정’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에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은 이후 구제역, 유가 급등, 일본 대지진 등 우리 경제 안팎의 여건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이러한 여건 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유가 상승 등을 반영해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5% 내외에서 4.5%로 낮추고 물가상승률은 3% 수준에서 4.0%로 올려 잡았다. 성장률을 낮추고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것은 세계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전망 조정에도 불구하고 4.5%의 성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며, 물가전망을 높인 데는 상황인식을 더욱 명확히 하고 물가안정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내포돼 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의 정책과제는 특히 서민생활 안정에 중점을 두었다. 성장·고용 등 경기지표는 양호하지만 물가상승, 청년층 등의 고용애로, 부문 간 격차 등으로 서민의 체감경기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역시 물가안정이다. 고유가 등에 따른 원가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물가오름세 심리와 그에 편승한 경쟁적 가격인상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긴축적 재정운용과 시중유동성 관리 등 거시정책 차원의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다. 외식비 등 서비스요금의 담합·편법인상에 강력하게 대처하는 가운데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 재활용품 시장 등 저가 유통채널 활성화와 같은 시장친화적 물가대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요금은 불가피한 경우 조정하되 물가와 서민부담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시기를 분산하기로 했다.

서민의 소득기반 강화를 위해 일자리 창출 및 내수확충 대책도 꼼꼼하게 준비했다. 먼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정책과 제도를 고용유인형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확대, 청년전용 창업자금 신설, 사회서비스 활성화 등을 통해 청년·여성 등의 일자리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복수노조 제도의 안착, 사내하도급·시간제 근로자 등의 근로조건 개선,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인력 양성 등 노동시장 인프라 개선에도 역점을 두었다.

내수확충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참여 확대, 전통시장 구매 시 신용카드 소득공제 우대 등을 통해 서민이 주로 종사하는 부문의 사업기회와 판로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여가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과 관광인프라 확충 등 국내 소비기반 강화 대책도 포함했다.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동반성장 촉진과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등 공정성 제고는 경제성과를 서민경제 저변으로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복지시스템 보강도 필요하다. 정부는 무분별하게 지원을 확대하기보다는 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사회안전망을 설계해 자활을 촉진하고, 재정여력 내에서 취약계층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및 근로장려세제 개선을 통해 근로유인을 높이는 한편 저소득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 확대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지속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노력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 외부충격이 발생하더라도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가계부채의 연착륙과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정책대응력 확보를 위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해야 한다. 녹색산업 등 신성장동력의 가시화, 연구개발(R&D)투자 효율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에너지절약형 구조로 전환, 인구변화 대응 등 미래 대비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위기의 성공적 극복 등 경제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아직 쉽지 않은 여건에 당면해 있다. 정부는 현장 소통과 부처 간 팀워크를 바탕으로 이번에 마련한 대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경제회복의 온기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명실상부한 선진 일류경제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각오다. 두 번의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듯 온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이러한 과제를 능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
출처 : 파이낸셜뉴스(201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