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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네가 가진 건 왠지 좋아보여..." 밴드왜건 효과

요즘 온라인을 통해 물건 구매 많이 하시죠? 저 역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온라인마켓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요. 제가 물건을 고를 때마다 가장 신경 써서 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물건에 대한 다른 고객들의 '상품평'입니다.

온라인 마켓에서 중개하는 물건들은 고객들이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물건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솔직히 이러한 설명들을 모두 살펴보기에는 엄청난 스크롤 압박으로 인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모두 살펴보기 보다는, 다른 고객들이 남겨둔 상품평들을 살펴봅니다. 상품평에는 물건을 이미 구매한 고객들의 반응이 간단하지만 실감나게 담겨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상품평이 많이 달려있고, 그들의 반응이 좋은 물건을 구매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많은 고객이 구매하고, 또 만족하고 있는 물건이라는 사실이 증명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밴드왜건 효과란
 
이처럼 저와 같이 타인들의 소비 행태를 따라가는 행동을 경제학에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합니다. 즉 어떤 재화에 대해 사람들의 수요가 많아지면 다른 사람들도 그 경향에 따라서 그 재화의 수요를 더 증가시키는 효과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 용어에 나오는 ‘밴드왜건’이란,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의 맨 앞에 선 밴드들이 탄 마차를 말합니다. 그래서 밴드에 해당하는 영어단어인 ‘band’와 마차에 해당하는 영어단어인 ‘wagon'이 합쳐진 용어인 것입니다. 이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848년에 당시 인기있던 광대인 Dan Rice라는 사람이 선거운동에서 마차에 악대를 태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시도한 데서 기인합니다. 그 이후로 선거운동에서 밴드왜건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는데요. 밴드왜건이 연주하면서 지나가면 사람들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여 모여들기 시작하고, 몰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 다른 사람들이 또 다시 몰려들면서 군중들이 더욱 더 불어난 것입니다. 즉 밴드왜건 효과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와 같은 의사결정의 태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등장한 '밴드왜건'의 모습>

이러한 밴드왜건 효과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경제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또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TV를 통해 사람들로 가득 찬 맛집이 전파를 타고 나서, 그 가게를 찾아가보면 손님들로 인해 발 딛을 틈이 없는 것과 같은 예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으니, 그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점포에서 방송국에 돈을 건내고 일부러 맛집으로 방송되도록 한 내용들이 얼마 전 기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북쪽 벽(?)’ 패딩이 큰 유행을 끌기도 했습니다. 워낙 많은 학생들이 교복위에 이 패딩을 걸쳐 입다 보니, 이 옷을 입지 않으면 마치 고등학생 무리에서 뒤떨어지는 듯 한 느낌을 받은 것이지요. 오죽했으면 이 상표의 옷이 국민 교복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 옷은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자취생인 저는 식료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끔 친구들과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을 찾기도 하는데요. 항상 느끼는 것이 친구들과 함께 오면 혼자 올 때보다 식품을 훨씬 더 많이 구매한다는 것입니다. 친구가 이것을 사면 왠지 그것이 맛있어 보이고, 예정에도 없던 것을 장바구니에 집어넣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도 결국 밴드왜건 효과의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을 볼 때는, 혼자 가는 것이 주머니 사정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유행하는 Facebook과 같은 소셜 미디어도, 밴드왜건 효과의 덕을 보고 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건 싫어" - 스놉 효과

 한편, 지금까지 사례를 보여드린 밴드왜건 효과와 반대되는 현상도 경제학에 존재합니다. 그것이 바로 ‘스놉 효과(snop effect )’입니다. ‘snop’이라는 영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고상한 체하는 사람’ ‘속물’ ‘잘난 체하는 사람’과 같은 뜻이 나오는데요. 이 의미와 같이 스놉 효과는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라는 생각으로, 남들이 사는 제품을 구입하려 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자신은 남과 다르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마치 백로같다고 하여 ‘백로 효과’ 또는 ‘속물 효과’라고도 합니다.
 
 스놉 효과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가격이 비싸서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고가의 명품 등을 구매하려는 행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은 남들과는 달라서 남들이 보통 사용하는 물건은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제품을 구입해 과시하려는 욕구가 강합니다. 그렇다고 스놉 효과가 이러한 과시적인 소비현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꼭 비싼 제품이 아니더라도 한정판 제품을 구매한다든지, 희귀본 책이나 음반 등을 구매하는 것도 이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제 친구 중의 한 명은 유독 다른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것을 싫어해서, 휴대폰도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해외 'N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안경도 색깔이 밝은 테를 끼는 등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합니다.


                    <명품 가방은 남들과 다르게 보이길 원하는 여성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휩쓸리지 않는 '나만의 소비'를  

 지금까지 경제학에 있어서의 밴드왜건 효과와 스놉 효과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이러한 현상들은 사람들의 심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제품의 판매자들은 이 심리를 이용하여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TV홈쇼핑을 보면 단골로 등장하는 문구가 ‘주문 폭주! 곧 매진되니 서두르세요’와 같은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제품을 구매했으니, 당신도 그들을 따라서 행동하라고 협박(?)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몇 시간이 지나도 제품은 매진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이 바로 밴드왜건 효과를 이용하여 제품을 많이 판매하려는 그들의 방법인 것입니다.

그리고 판매자들은 스놉 효과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을 기만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고급 의류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는 ‘P사’의 경우, 해외에서는 대개 저가로 판매되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다른 사람들은 쉽게 살 수 없는 브랜드를 구매함으로써,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을 심고 싶어 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지요. 이러한 몇몇 제품들은 그 품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이익을 남기기도 합니다.

 
밴드왜건 효과와 스놉 효과가 경제 전체로 볼 때, 나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 효과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일종의 부당 이득을 노리는 일부 판매자들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에 현혹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소비패턴에 무작정 따라가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행동 대신, 자신만의 주체적인 경제적 사고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현명한 소비자가 많을수록, 우리의 경제는 더욱 더 튼실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