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를 보면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내용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위기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변화입니다.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것이 신용인데, 이러한 신용이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까요?
유럽에 떨어진 신용등급 강등 폭탄
유럽 재정위기의 시작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부실의 확대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재정을 지나치게 사용해온 결과, 재정수지가 악화되어 재정위기를 초래하였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예로 들면, 한 사람의 주머니 사정이 힘들어지면 다른 사람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을 믿고 마음 편히 거래를 하기 힘들어 집니다. 언제 다시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지 모르니까요. 즉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의 신용이 떨어진 것입니다.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유럽 재정위기가 유럽 국가들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유럽 국가들은 국제신용평가기관에 의해 신용등급이 하향조정 되었습니다.
신용성적표를 발급해주는 Big 3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기관은 무엇이 있을까요 ?
세계에는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있습니다. S&P (Standard & Poor‘s), 무디스 (Moody’s), 피치IBCA (Fitch IBCA) 가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입니다.
3대 신용평가기관들은 모두 19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막대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1931년 통화감독청(OCC)을 통해서 자산평가 시 신용등급 적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공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197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S&P, 무디스, 피치 등을 국가공인 신용평가사로 지정하고 신용평가등급을 정부기관이 공인하면서 국가신용등급의 중요성은 높아졌습니다. 신용평가기관은 각 국가 국채의 상환가능성, 부도가능성, 외환보유고 수준, 경제성장률 등 경제적 요소와 정치체제의 안정성과 정통성, 국가안보상 위험요인 등 정치적인 요소를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가들의 신용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성적은 어떻게 매겨질까요?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은 크게 투자적격과 투자 부적격으로 나누어 신용등급을 매기게 됩니다. 각 기관마다 매기는 등급명칭은 다르지만, 마치 대학교에서 학점을 받듯 'A, B, C'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A1 (무디스), A (S&P), A+ (피치) 로 현재 안정성이 적당한 투자 적격등급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최고등급이던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한 S&P는 1월13일(현지시간)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습니다. 또한 피치는 1월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슬로베니아, 키프로스 등 유로존 5개국의 신용등급을 1~2단계씩 강등했습니다.
성적이 내려가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렇게 유럽신용등급의 성적표가 변하면 유럽에 크게 세 가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첫째, 무엇보다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경제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요소도 고려하여 신용등급을 정하기 때문에 국가가 안정되지 못한다면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힘들고, 그만큼 국가 이미지는 떨어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반대로 세계 최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유럽마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사실!
두 번째로 국가신용등급은 투자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습니다. 국가신용등급은 투자자에게 투자하는 국가에 대한 신용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이 올바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유럽 국가들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커진 것입니다.
세 번째는 해외자금 조달비용이 상승하게 됩니다. 신용이 좋다는 것은 믿을 만 하다는 것이고, 거래가 안전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만약 국가가 성장하기위해 자금을 해외로부터 빌려올 때 이자(금리)가 낮을 것이고 낮은 이자(금리)로 쉽게 자금을 빌려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이 안 좋을 경우 자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믿고 빌려주기 힘들어 집니다. 그래서 이자(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높은 이자(금리)를 주고 자금을 빌리게 됩니다.
이러한 이자(금리)를 '조달비용'이라 합니다. 국가는 국채를 발행해서 해외자금을 조달하는데요. 유럽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그만큼 조달비용이 상승한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조달비용만 상승한다면 다행이지만 더 주의해야할 것은 국가가 부채의 덫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상승된 조달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또 다시 해외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또 조달된 해외자금은 부채이기 때문에 신용을 더 낮추기 때문입니다. 낮아진 신용등급은 또 다시 조달비용을 상승시키고 악순환이 지속되는 부채의 덫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신용등급, 우리나라는 어떨까?
기획재정부는 유럽 국가 신용등급의 잇따른 하향조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대외부문에서 예상치 못 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재정이 악화된 유럽 국가 사이에서 본격적인 긴축정책으로 경기 회복이 느려지고,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IMF 또한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3.3%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 전망치(4.0%)보다 0.7%포인트, 지난 6월 전망치(4.5%)보다 1.2%포인트가 각각 낮아진 수치입니다. 심지어 유로존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오래전부터 예고되었던 사안인 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었을 당시에는 주식시장이 불안정하고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진 반면 이번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주식시장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우리 경제의 성적표 역시 튼실한 상황입니다. 최근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기로 발표하면서, 2011년 정부 순부채가 GDP의 약 22%에 불과한 점을 언급, "우리 재정상태가 견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충분한 수준의 외환보유액, 은행 등 단기외채 비중 축소, 일본·중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한 유동성 확충 등 대외부문에 대한 위기대응능력이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S&P뿐만 아니라 무디스와 피치로부터도 각각 투자적격 등급인 A1, A+ 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토대로 향후 우리나라 금융기관 및 기업의 해외자금조달 여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당시 크게 흔들리던 우리나라를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확실히 좋아졌음을 의미하고,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경제가 더욱 견고해질 것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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