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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일기

[행복공감 봉사단]수확기쁨 느끼며 보람의 구슬땀





보통 때 같으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머무는 초가을 논밭에선 수확이 한창일 것이다. 그러나 여름 내 계속된 폭우 때문에 농작물 수확이 예전만 못하게 됐다. 당연히 농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고, 봉사단원들의 마음 역시 편치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고개를 들면 높푸른 하늘과 웅장한 산이 보이고,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새소리, 벌레 소리, 시냇물 소리가 들려오는 서화마을은 봉사단원들을 기쁨으로 맞아주었다. 봉사단원 역시 마을에 힘을 드리고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학생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된 40여 명의 봉사단원들은 포도밭팀, 가지밭팀, 깨밭팀, 고추밭팀 등 4개 팀으로 나눠져 농민들의 일손을 덜어주고, 그들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포도밭을 일구고 있는 김종익(72) 씨는 “포도 농사가 망했다”며 착잡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까만 알알이 탱글탱글하게 익어 있어야 할 포도는 모두 병충해를 입어 껍질이 쭈글쭈글해져 있었고,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때문에 봉사단원들은 포도를 따는 대신 밭에 쭈그리고 앉아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제거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 씨는 주름이 깊게 팬 얼굴로 “그래도 봉사단원들이 이렇게 찾아와서 도와주니, 마음에 위로가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가지밭에 가보았다. 다행히 가지는 큰 피해 없이 잘 자라고 있었다. 가지 농사를 하는 마을 이장 서진택(47) 씨는 “그동안 일손이 부족해서 순치기를 못하고 있었다”며 “순치기를 해주어야 가지가 햇빛을 잘 받을 수 있고, 그래야 꼭 구두약을 바른 것처럼 반들반들해져 상품가치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지의 무성한 잎을 제거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잎을 자른 쪽과 아직 자르지 않은 쪽을 비교해보세요. 잎을 자른 쪽에는 가지가 잘 보이지요? 봉사단원들의 도움으로 잎을 치고 나면 가지가 더 잘 자라게 되고, 게다가 수확할 때는 더 빨리 딸 수 있어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갑자기 가지밭 저쪽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자자, 웃고 합시다. 모두 따라하세요. 허! 허허! 허허허! 허허허허허허허!”

그러자 밭에서 흩어져 일하고 있던 10여 명의 봉사단원들이 “허! 허허! 허허허! 허허허허허허허”하고 따라 웃기 시작했다. 웃음치료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왕범(50) 씨는 봉사단원들에게 “즐겁고 신나게 웃으며 봉사활동을 하자”면서, 특유의 유쾌한 웃음소리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주위를 폭소케 했다.

나’도 기쁘고 ‘남’도 기쁜, 봉사는 ‘모두’가 기쁜 일!
봉사활동은 이처럼 슬픔을 나누고 위로를 주고받는, ‘나눔’과 ‘공감’의 기쁨이 배가된 자리였다. 비록 추수의 기쁨은 반으로 줄었을지라도 말이다.

이영지(33·학생) 씨는 “매번 봉사할 때마다 한 게 없는데도 많은 걸 해줬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따뜻한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고, 또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

가지꽃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잎을 자르고 있던 이종권(49) 씨는 대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봉사활동의 교육적인 가치를 강조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함께 봉사활동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남을 도울 줄 알고, 또 어른들을 공경할 줄 알게 돼 ‘봉사가 참 교육적으로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1박2일을 보고 농촌 봉사활동 체험을 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는 김설아(25·취업준비생) 씨는 “농사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면서도 “실수도 조금 하긴 했지만 보람되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복권기금의 ‘행복한 나눔’을 홍보하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복권총괄과 서동진 사무관은 “‘우리’ 위주로, 즉 ‘우리가 무엇을 도와줄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들이’ 필요로 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느 곳에 봉사활동을 가든지 최대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공감 봉사단은 11월에도 따뜻한 손길을 보태기 위해 봉사활동 현장을 찾아갈 예정이다.



※ 출처 :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복권기금소식지 <행복나눔>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