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423억, 문화생활하는데 얼마나 쓰지?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Gui Sorman)은 “한국의 IMF 위기는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가 경제를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문화가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유럽기업메세나총회 회장인 콜린 트위디(Colin Tweedy)는 “이제 문화는 빵 위에 발린 잼이 아니라, 빵 그 자체다”라고 했다. 이 두 사람의 발언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위력을 발휘하는 21세기 창조경제시대의 핵심, 즉 ‘문화가 경제이고 경제가 문화’라는 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비단 경제적 가치와 연결시키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행복을 느끼고 미래를 향한 희망의 불을 지필 수 있도록 국민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문화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화부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문화대국을 꿈꾸며 2010년 예산ㆍ기금(안)을 편성했다.
2010년 문화부 재정 규모는 금년 추경예산 2조 8,491억원보다 1,932억원(6.8%) 증액된 3조 423억원(예산 1조 7,824억원, 6개 기금 1조 2,599억원)이다. 이는 2010년 정부 총 재정(안) 291.8조원의 1.04%에 해당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내년 문화부 재정이 대폭 증가한 것은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문화를 체험ㆍ공유하고 새로운 창조의 원천으로 삼는 문화강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국립예술단체 공연활동비는 올해보다 161억 원 증액된 499억 원을 지원하고, 그간 정부지원에서 소외되어 왔던 현대무용분야 활성화를 위해 국립현대무용단을 창단한다. 또한 현재 국립중앙극장 전속단체인 국립극단을 재단법인으로 전환, 자율적 극단 활동과 전문적 운영을 보장해 전국 공립예술단체의 운영제도 선진화 등 체질개선을 견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어린이극․인형극 분야 육성을 위해 국립극단 내에 ‘국립어린이극ㆍ인형극단’도 창설할 계획이다.
해외문화원 4개소 신설 및 전략적 문화교류 활성화를 통해 우리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한민국 브랜드파워’를 높여 나간다.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12년까지 ‘한글문화관’을 건립하고, 국내외 한국어보급기관 명칭을 ‘세종학당’으로 통일하여 내년까지 해외에 100개소로 확충한다. 또한 한국어 원격교육시스템인 ‘누리-세종학당’을 개설하고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한국어 지식대사전’을 편찬할 예정이다.
둘째, 신성장동력인 콘텐츠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문화기술 R&D 분야에 올해보다 125억 원 늘어난 521억 원을 투자한다. 드라마ㆍ게임ㆍ애니메이션 등 킬러콘텐츠 창작 및 유통 활성화를 지원한다. 또한 서울시와 공동으로 상암동에 e스포츠 전용경기장을 건립하여 e스포츠가 건전한 놀이ㆍ여가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래 방송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여 방송통신위원회와 공동으로 경기도 고양시에 디지털방송콘텐츠 제작지원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저작권 보호 활동 및 저작권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확대해 건전한 저작권 이용 환경을 마련한다.
셋째, 관광분야는 MICE산업(Meetings,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s/Events), 선진국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관광자원을 연계한 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의 육성을 위해 166억 원을 편성했다. 아울러 녹색성장 시대에 맞게 DMZ, 습지, 갯벌, 해안경관, 야생동식물 서식지 등 자원유형별로 한국을 대표하는 생태관광 10대 모델사업을 개발하여 자연환경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계획이다.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기간 중 외래관광객 증가를 위한 유치활동을 강화하고, 고유 역사문화자원 등을 활용한 관광콘텐츠 발굴을 지원한다. 또한,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기초관광자원과 지역 간 연계를 통한 광역관광자원 개발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넷째, 체육분야는 국민체육센터 51개소, 운동장생활체육시설 140개소, 개방형다목적체육관 25개소, 생활체육공원 22개소, 지방체육시설 112개소 등을 조성해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2011대구육상 및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체육대회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 국가대표선수 훈련일수 확대 및 종합훈련장 조성 등 훈련여건을 개선하며, 타 종목에 비해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15개 비인기종목의 청소년대표팀 운영을 지원한다. 아울러 올해 초ㆍ중ㆍ고교 축구에 도입된 주말리그제를 다른 종목으로 확대하고, 초등학교 체육수업을 보조하는 스포츠강사 1,300명을 배치한다.
아직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문화에 대한 지원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문화의 역할은 ‘경제성’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시급하지 않을 수 있으나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통합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자본’이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보물단지다. 문화부는 새로운 무공해ㆍ친환경 자본이고 100년 가는 먹거리산업인 ‘문화’가 우리 사회에 꽃피울 수 있도록, 내년에도 열심히 문화의 씨를 뿌리고, 문화의 싹을 틔워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