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3. 13:56




한국의 강은 언제부턴가 홍수와 가뭄, 그리고 오염이라는 3중고에 시달려 왔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이러한 강을 중심으로 한 치수사업으로서 자연재해를 막고 환경의 질을 높이는 데에 목적이 있다. 또한 국민 식수원인 강물의 수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을 중심으로 한 대표적인 치수사업으로는 일본 요도가와(淀川)의 하천복원사업, 오스트리아 다뉴브 강의 치수사업 그리고 서울의 한강과 경남 울산시의 태화강 생태하천조성사업 등이 있다. 국내외 치수사업 사례를 통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미래를 살펴보자.

‘도심의 오아시스’ 요도가와

요도가와 지류는 일본 최대의 담수호인 비와호의 배수로에서 발원해 교토 분지와 오사카 평야를 지나 오사카만으로 흐르는 총 75km의 강이다. 도쿠가와 시대부터 수백 년 동안 물자 수송로이자 오사카와 교토를 잇는 교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근대 철도 개통으로 수운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수력발전 및 관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댐과 부실한 관리 및 정비는 수질을 오염시키기에 충분했다. 1970년대에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나는 썩은 강으로 바뀌었다. 이에 오사카시는 버려진 강을 살리고자 1971년 친환경 하천복원사업을 실시한다. 증대된 홍수량을 소통시키기 위해 최대 4m가량을 준설하고, 저수로 폭을 120m ~ 300m로 늘려 홍수위를 낮추었다. 덕분에 수질도 개선되고 물의 흐름도 원활해졌다. 현재 요도가와는 ‘도심의 오아시스’라고 불릴 만큼 생명력이 넘치는 강으로 변모했다. 요도가와는 준설을 통한 통수단면적(유수의 직각 방향으로 자른 횡단면적) 증대로 ‘치수’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다뉴브 강의 친환경 치수사업

오스트리아 빈의 다뉴브 강은 지난 수세기 동안 잦은 홍수로 막대한 재해를 입히는 골칫거리였다. 홍수 조절을 위해 1869년부터 1875년까지 다뉴브 강의 저수로 폭을 넓혔지만 1897년과 1899년에 발생한 홍수앞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결국 홍수 방어를 위한 해결책으로 길이 21km, 폭 200m의 ‘신다뉴브’라는 방수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1972년 착공해 1992년 완공된 방수로에는 상류 유입시설과 하류 수위조절보가 설치돼 비홍수기엔 다뉴브 강이 호수처럼 보인다.

이 같은 치수사업으로 다뉴브 강과 신다뉴브 방수로 사이에 다뉴브 섬이 생겼다. 이후 방수로의 치수 기능을 다양화하기 위한 ‘다뉴브 섬 프로젝트’도 추진됐다. 지표수와 지하수가 지속적으로 순환하고, 수중생물과 육상 생태계가 연결되도록 하였다. 신다뉴브 방수로는 홍수 저류공간의 확보, 여가활동 기회의 증진, 다뉴브 강 주변의 지하수 함양 및 교통망 연결 등을 가능하게 했다. 현재 다뉴브 섬은 조류 서식처, 소형 보트 마리나, 자전거길,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자연친화적인 여가활동을 누리기에 손색이 없다.

휴식공간으로의 변신한 한강

한강의 기적은 1982년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통해 시작됐다. 이전에 한강은 도시하수와 공장폐수의 무분별한 방류로 수질오염이 심각했다.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골재 채취로 퇴적지형이 형성돼 도시경관마저 심하게 훼손됐다. 서울시의 한강 살리기는 여러 하수구에서 하수를 모아 하수처리장으로 내려보내는 큰 하수도관을 만들어 수질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수로를 정비해 물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시도도 함께 이루어졌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한강은 아름다운 수경을 되찾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되었다.

생명이 숨쉬는 태화강의 기적

<지난해7월울산시와현대자동차직원들이 울산 태화강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남참게와 각시붕어 각 1만 마리를 방류했다.>

울산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은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고기잡이와 물놀이를 즐기는 곳이었다. 그러나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생활하수를 비롯한 각종 오폐수가 흘러들었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태화강은 2000년대 초까지 갈수기 수질이 5급수에 육박하는 죽은 강이었다.

태화강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강으로 유입되는 생활 오•폐수와 축산폐수를 차단하는 것이 시급했다. 바닥에 쌓인 쓰레기를 걷어내 하도를 정비하고, 공장폐수와 생활오수의 유입을 막기 위한 하수관거도 매립했다. 상류 두 곳에 하수처리장도 만들었다. 주거지역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한 방울도 강으로 보내지 않았다.

또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총 350억원을 들여 하류지역인 삼호교와 명촌교 8.8㎞ 구간 강바닥에 50㎝ 이상 쌓였던 오염퇴적물 67만㎥도 걷어냈다. 조금씩 태화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3~5등급에 머물던 하류 수질은 2005년부터 2등급(좋은 물)으로 바뀌었다.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1996년 ‘생명체가 거의 살 수 없는’ 수준(11.3㎎/ℓ)에서 2004년 ‘보통’ 수준(3.2㎎/ℓ)으로 회복됐다. 이젠 BOD 기준으로 도심을 관통하는 전국의 강 가운데 최고의 수질을 자랑한다. 수질이 깨끗해지자 2006년부터는 태화강에서 방류한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철새들도 2006년 31종에서 2008년 42종으로 늘었다.

2005년부터는 매년 6월 태화강 전국수영대회를 개최해 맑고 깨끗해진 강의 모습을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바지락 씨조개 생산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제 울산은 태화강을 발판으로 깨끗한 산과 강, 바다 등 자연이 어우러진 친환경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오염된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사례는 산업과 생태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출처 : 나라경제 2009.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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