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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왜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았을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23. 11:30

지난 한달 간 뉴스를 통해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고, 한때 1비트코인이 1000달러를 돌파하자 비트코인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4개 기관은 이달 초 회의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왜 이런 판단을 내렸는지, 이 판단이 앞으로 어떤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비트코인이란?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사용한 사람 또는 집단이 만든 가상화폐시스템이자 화폐단위입니다.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는 물론 포털사이트나 게임에서 사용되는 사이버머니와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특징은 발행주체가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원화는 한국은행이, 미국의 달러화는 연방준비제도가 발행합니다. 사이버머니도 해당 포털사이트나 각각의 게임회사가 발행합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처럼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주체가 없습니다. 개인이 주체가 돼 비트코인을 채굴(mining)하거나 거래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반의 시스템인 것입니다.




<비트코인 발행량을 나타낸 그래프. 연간 비트코인 발행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감소하게 되고, 2100만개가 채굴되면 발행이 중단됩니다.>


두 번째 특징은 발행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인플레이션을 막고자 금처럼 채굴량을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최대 2100만개까지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먼저 채굴하는 사람이 더 많은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는 사람들이 남들보다 먼저, 더 많이 캐기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비트코인 총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33개 문자로 이루어진 비트코인 지갑 주소. 첫째 자리는 무조건 1로 시작하고, 0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세 번째 특징은 익명성을 보장하면서도 거래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으로 구성된 지갑 주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름을 알리지 않고 주소만 알린 채 거래를 하게 됩니다. 즉, 익명성이 보장되는 셈입니다. 반면, 어느 지갑에서 어느 지갑으로 비트코인이 이체되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공개되고 결코 지워지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이 가진 투명성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주식처럼 거래소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채굴에 대해 살펴봅시다. 비트코인은 수학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시스템을 유지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채굴은 시스템을 유지하는 작업을 대신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비트코인 거래기록 묶음을 블록이라고 하는데, 이 블록을 만들고 암호화하는 작업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 작업에 참여하려면 어려운 암호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광부(miner)는 이 문제를 푼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게 됩니다.


채굴을 통해 얻은 비트코인으로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을까요? 얼마 전 한 언론매체에서 직접 채굴에 도전했던 기자의 체험담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도입 초기에는 채굴작업이 어렵지 않아 노트북으로도 채굴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거래가 활성화된 요즘은 전기료나 통신요금 등 각종 비용을 고려했을 경우, 개인이 채굴작업을 하는 것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기업들이 채굴작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얻는 또 다른 방법은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한국거래소를 통해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것처럼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것입니다. 거래소는 중개를 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취합니다.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 차이나는 하루 평균 6000만달러 규모의 거래량을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의 거래소인 코빗에서도 하루에 3억원 가량의 거래량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 세계 최대의 거래소 BTC 차이나, 한국 최초의 거래소 코빗>




2. 비트코인을 향한 관심 증가

 세계는 언제부터 비트코인에 열광하기 시작한 걸까요? 예전에도 비트코인이 언론에 소개된 적은 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2013년 키프로스 재정위기 때입니다. 키프로스 정부는 3월16일 모든 은행의 고액예금을 최고 40%까지 세금으로 압류하고 자금이체를 동결시키겠다는 긴급 금융위기해결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분노한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비트코인 당 30달러였던 가격은 순식간에 250달러로 뛰었습니다. 가격은 금방 내려가긴 했지만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이라는 존재를 알리기엔 충분했습니다.

 이후 포브스의 기자 캐시미어 힐이 1주일간 비트코인만으로 살아가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비트코인이 일상생활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밴 버냉키 연준 의장이 장기적으로 볼 때 비트코인이 희망적이라고 언급하자 1비트코인 당 달러 가격이 끝없이 치솟아 1300달러에 도달하기도 했습니다.




<‘스마트콘텐츠 컨퍼런스 2013’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유영석 코빗 대표>



한국은 어떨까요? 주요 언론사가 비트코인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국정감사 때였습니다. 10월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류성걸 의원이 비트코인의 활용가능성에 대해 묻자 박원식 한국은행 부총리는 “발행한도가 정해져 있고, 수요증가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며, 가격 급등락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에선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후 상당수의 언론들이 비트코인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미 연준과 중국 인민은행이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취하자 우리나라에서도 덩달아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 대표를 인터뷰한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기 시작한 오프라인 가맹점도 하나둘씩 생겼습니다.




3.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란

비트코인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비트코인의 부정적인 면, 또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은 범죄나 돈세탁 등의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비트코인의 특징인 익명성 때문인데요, 익명성이 보장되니 불법거래에 악용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마약과 같은 법적으로 거래가 제한된 물건이 거래돼 FBI가 폐쇄시킨 바 있는 온라인 마켓 ‘실크로드’의 경우 비트코인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비트코인을 관리하는 중앙집권적 기구가 없다보니 돈세탁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 또한 부재한 실정입니다. 

 

두 번째 논란은 해킹 가능성입니다.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는 몇 차례 해킹을 당해 중개시스템이 마비된 적이 있습니다. 일반 개인들이 비트코인 지갑을 해킹당해 비트코인을 잃어버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이를 통해 비트코인이 해킹에 취약하지 않느냐고 비판합니다.




<2013년도 비트코인 가격변화 그래프입니다. 11월부터 가격이 급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논란은 투기성입니다. 2013년 12월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월보다 굉장히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수요가 증가해서가 아닌 투기세력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가격을 높이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주요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뒤 급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는 실제 수요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우선 범죄악용 여부에 대해선 실크로드 거래액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으며, 돈세탁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거래기록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돈세탁을 잡는 것은 현행법을 적용해 단속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해킹 가능성과 관련해선 비트코인 거래소나 개인이 해킹당한 적은 있어도 비트코인 시스템 자체가 해킹당한 적은 없다는 점을 듭니다. 즉, 개인이 가방이나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화폐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투기성에 대해선 비트코인은 투자 상품이 아닌 지불거래 수단으로 개발되었기에 네트워크의 가치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4. 금융당국의 결정, 화폐가 아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이제 맨 처음 제기했던 질문인 “왜 한국의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을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는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하기 이전인 2013년 8월, 독일 재무부는 비트코인을 공식화폐로 인정했습니다. 반면 태국은 비트코인을 불법화폐로 규정하고 매매는 물론 채굴까지 금지시켰습니다. 중국․프랑스․네덜란드 중앙은행들은 비트코인 투기 열풍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이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발행 주체가 모호하고, 유통과정에서 이용자를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며, 변동성이 커서 가치를 저장하거나 측정하는 전통적인 화폐는 물론 금융상품으로 볼 수도 없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비트코인에 대해 규제를 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트코인을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닌 일반적인 상품으로 보고 개인 간의 거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세차익에 대해 과세도 하지 않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습니다. 다만, 비트코인 거래소나 지갑이 해킹을 당했을 경우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어떠한 보호도 하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규제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비트코인이 네트워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는 특징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비트코인을 규제한다 해도 비트코인은 지리적 제약을 받지 않는 만큼, 규제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강한 규제에 나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코빗은 “당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다만, 비트코인의 흐름에서 우리나라만 고립되거나 도태되어서는 안 되며, 화폐논쟁에서 벗어나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산업적인 측면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5. 비트코인의 발전가능성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만, 그렇다고 비트코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트코인이라는 플랫폼이 여러 방면에서 응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우선 소액결제를 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1000원 미만의 금액을 결제하려면 수수료 문제를 이유로 결제를 거부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소수점 8자리(‘1사토시’라고 부릅니다)까지 분할해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또 모든 기록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을 이용해 디지털 공증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서 파일을 암호화해 전송하면, 그 기록은 네트워크상에 남게 되고 나중에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비트코인의 ‘개인 대 개인’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다양한 활용방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비트코인이 좋다, 혹은 나쁘다를 따지기 이전에 비트코인은 IT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화폐이자 플랫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비트코인이 알려진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화폐냐 아니냐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화폐가 아니라고 판단했음에도 거래에는 별 문제가 없는 만큼, 보다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에 비트코인 가맹점이 늘어나면 보다 다양하고 발전적인 논의가 생기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1. NEXT MONEY 비트코인, 김진화, 부키(2013)

2. 블로터닷넷, <비트코인 채굴, 직접 도전해 봤어요>, 2013.11.29

http://www.bloter.net/archives/170547 

3. 머니투데이, <'비트코인' 한은의 고민… 돈이야 도토리야?>, 2013.12.03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3120310163490014&outlink=1

4. 한국경제, <정부 "비트코인 투자자 보호 못받아">, 2013.12.10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121033381

5. 비트코인 위키

https://en.bitcoin.it/wiki/Main_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