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2. 23. 13:50


단기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미국 파트너와 윈  윈 모색해야

한·미 FTA를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FTA 환경에 걸맞은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필수다.
 FTA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관세 인하 또는 철폐를 활용한 수출 증대다.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우리의 수출 기업에 필요한 비즈니스 전략을 점검했다. <편집자>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린 2011 부산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 우리의 신발 산업은 한·미 FTA를 계기로 고부가가치·첨단 제품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으로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무역 대국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전장’이다. 한·미 FTA는 경쟁국을 제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또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와 국가 브랜드 위상 제고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가 용이해지는 등 산업 전반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좋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필수다. FTA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하지만 핵심 모델은 관세 인하 또는 철폐를 활용한 수출 증대 전략이다. 우리의 수출 기업은 우선 4가지 핵심 포인트를 체크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수출 상대국의 FTA 양허 관세율을 확인하는 일이다. 자사 제품에 대한 수출 상대국의 FTA 관세 양허 계획 검토를 통해 관세율 인하 폭 및 기간을 숙지해야 한다. 관세율 인하 폭이 크고, 신속하게 관세율이 철폐되는 품목일수록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FTA 체결국 시장에서의 자사 제품과 경쟁 제품 간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현재 자사 제품이 상대국의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원산지 충족 방안 비용이 관세율 인하로 인한 혜택보다 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는 가격 전략이다. 관세 인하에 따른 혜택은 수출 확대와 채산성 제고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어느 것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가격 정책을 달리해야 한다. 수출 확대에 우선순위를 둘 경우 관세 인하 폭만큼 가격을 내려야 하지만 채산성을 우선할 경우에는 가격 인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수출자와 수입자 간 관세율 인하 혜택의 분배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분배 전략이다. 수출 확대로 인한 혜택을 수출자와 수입자가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분배율을 결정할 때는 시장 지배력, 제품 경쟁력 등을 감안해야 한다.

FTA로 인한 특혜 관세 적용의 수출 증대 효과는 이미 발효된 FTA를 통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한·인도 CEPA를 활용해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7.5%에 달하는 수출 관세가 철폐돼 CEPA 체결 전보다 수출액이 4배 늘었고,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신발업체 T사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 4개의 생산 라인을 가동해 매달 12만 켤레의 특수화를 제작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에 수출해 왔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중국 생산 라인 2개를 줄여 8만 켤레만 생산하고, 4만 켤레는 국내 생산 라인을 늘려 수출하고 있다. 한·미 FTA 발효를 예상한 미국 바이어들이 몇 달 전부터 주문을 해 일감이 몰렸기 때문이다. 거래처를 선점해 관세의 단계적 폐지에 대비하려는 미국 바이어들의 움직임에 상응한 발 빠른 움직임이다. 미국 수출 기업 CEO들은 KOTRA가 제시하고 있는 ‘한·미 FTA 활용 방안 10계명’<표 참조>을 숙지하고 체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 FTA의 가장 큰 수혜 분야는 자동차 부품이다.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돼 국내 5,000여 개 중소 부품 기업의 수출길이 확대된다. 2010년 미국 수출은 41억2,000만 달러로 향후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다른 경쟁국들보다 추가적인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고용 창출형 기간산업이므로 지역 경기 부양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천 KOTRA 지역조사처 처장은 “미국 자동차 부품 바이어들의 원가 절감을 위한 아웃소싱 확대로 미국 수출이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한·미 FTA까지 발효된다면 한국산 부품의 수출은 최적의 환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부품 업체가 한·미 FTA의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관세 철폐를 발판으로 새로운 거래선을 적극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품 업체가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부품, 용품, 튜닝, 정비 등 자동차 A/S 마켓에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자동차 A/S 시장은 불모지가 많아 FTA로 인한 발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망했다.

섬유 산업도 비교 우위 품목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치열한 혈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섬유류에 대한 평균 관세율 13.1%가 폐지된다면 가격 경쟁력 상승 효과는 직접적인 시장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업계는 한·미 FTA가 단기적인 이익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역 섬유 업계의 구조를 선진화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섬유업계는 한·미 FTA를 계기로 의류용 중심의 외연을 넓혀 탄소 섬유, 아라미드 섬유, 메디컬 섬유 등 산업용 섬유와 병행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종학 대구상공회의소 팀장은 “고부가가치 산업용 섬유를 생산하는 미국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섬유 부문의 외자 유입 등을 통해 제품의 고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 FTA 발효로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다. 김창훈 정동회계법인 공인 회계사는 “FTA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한·미 FTA를 계기로 구입선 전환을 모색하는 바이어를 통해 신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탁 기자(출처: FTA소식 49호)

한·미 FTA 활용 10계명

1. 바이어를 기다리지 말고 찾아 나서라
미국의 경우 한국에 비해 한·미 FTA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우리가 달려가서 한·미 FTA 효과를 알려야 한다.

2. 물류·마케팅 등 부대 서비스 비용에 인색하지 마라
미국 바이어는 서비스와 상품의 결합 구매를 원한다.

3. 소량 주문도 적극 검토하라
미국 시장은 세분화된 시장으로 소량 주문을 통해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친다.

4. FTA에 따른 이윤을 현지 파트너와 공유하라
FTA에 따른 이득을 독차지하려고 하면 장기 비즈니스는 어렵다.

5. 포괄적 현지화 전략을 펼쳐라
FTA는 양국 경제 동질성 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다양한 현지화가 필요하다. 현지 기업과 분야별 제휴, 현지 기업·소비자의 수요를 적극 반영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6. 끊임없이 상대 기업 수요를 파악하고 충족시켜라
실질적 경쟁력은 시장 수요를 반영한 적기 공급에 달렸다.    ‘품질과 가격이 좋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버려라.

7. 무역 장벽 완화 효과를 전략 혁신 차원에서 접근하라
한·미 FTA에 따른 무역 장벽 완하 효과는 일부일 뿐이다. 한-미-3국 간 경쟁 구도 전환 관점에서 접근하고 최적의 경영 전략을 수립하라.

8. FTA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라
한·미 FTA와 기존 FTA의 특혜 관세 요건, 원산지 기준을 통해 최적의 원자재 조달-생산·가공-수출 모델을 구축하라.

9. FTA에 따른 복합적 마케팅 전략을 세워라
자사의 경쟁 우위와 미국 파트너의 경쟁 우위를 결합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10. 수출이 아닌 전략적 제휴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라
미국 기업은 수출입에 약하다. 미국 내수 시장 공략 차원의 제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