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지킴이, '농산물품질관리사'가 궁금해요~
한·미 FTA가 발효되면 값싸고 다양한 미국산 농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을 찾는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우리 농산’을 지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농산물품질관리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글 | 황광석 직업 칼럼니스트·사진 | 중앙포토>
<농협중앙회 경남도지회 하나로클럽 창원점은 안전한 먹거리와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농산물관리, 친환경, ‘품질인증 농산물모음 판매전’을 실시하고 있다>
기상이변, 중국의 곡물대란 등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농수산물 물가 불안이 심상치 않다. 이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 등은 곡물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식량 안보 활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피시플레이션(수산자원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같은 신조어가 양산될 정도로 장바구니 물가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수산물 공급량이 부족하고 그에 따라 가격이 올라 서민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FTA가 농수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기존에 발효된 한·칠레 FTA, 한·EU FTA 영향으로 저렴하고 맛있는 농산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농산물이 수입되면서 원산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일부 농산물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거나, 원산지를 바꾸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계속된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품질이 양호한 수입 농산물을 우리 농산물로 바꾼 불법 사례도 발생했다.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책임지는 사람들
많은 사람이 ‘국산’을 고집하는 이유는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이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방증이다. FTA의 최대 피해 분야가 농업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농산물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현상이 나타났다. 생산량도 늘어나고 우리 농산물의 가격도 올라간 것이다. 많은 국내 소비자가 다소 비싸더라도 우리 농산물을 우선해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초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수입 농산물이 많아지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직업이 바로 농산물품질관리사다. 1995년 우리나라의 WTO 가입으로 농산물의 수입이 본격화하면서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림부)에서는 우리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 관리 및 농산물의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농산물 품질관리법을 개정하고 2002년 국가공인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 제도를 만들었다.
농산물품질관리사는 농산물의 등급 판정, 농산물 출하시기 조절, 품질관리 및 기술 등에 대한 자문, 농산물의 생산·수확 후 품질관리와 기술지도, 농산물의 선별·저장 및 포장시설 등의 운용과 관리, 농산물의 포장 및 브랜드 개발 등의 운용과 관리, 포장 농산물의 표시사항 준수에 관한 지도, 농산물의 규격 출하 지도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다. 한마디로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우리 농산물 지킴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립식물검역원 중부지원 직원들이 인천 한 보세창고에서 중국산 건고사리를 검사하고 있다>
FTA시대가 요구하는 농산물품질관리사
수급 불균형, FTA 영향 등으로 우리 농산물보다 수입 농산물을 더 쉽게 구하게 된 요즈음, 오히려 깨끗하고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산물품질관리사는 객관적 지표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
단순한 식탁 안보 차원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농산물품질관리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유통 과정에 대한 신뢰성 확보다. 농산물품질관리사의 엄격한 관리를 통해 전국 각지의 농산물에 대한 품질인증 및 원산지와 등급 표시로 우리 농산물의 품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둘째,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확대되면서 국가 및 공공기관에서 인정하는 표준 규격 도입으로 유통질서 확립 또한 시급하기 때문이다.
셋째, FTA 확대로 수입 농산물이 늘어나 전문적 관리 대책 마련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농산물품질관리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 소지자는 농산물 유통 및 공공기관 입사, 승진 시 혜택이 있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기관에서도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 취득 열풍이 불 정도로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물론 국가공인 자격증이기 때문에 농업직 공무원 임용 등에서 가산점이 부여되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 지역 농협의 가산점이 폐지돼 아쉬움이 있지만, FTA와 함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품질관리사 업무 가운데 브랜드 개발이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농산물도 들어오지만 우리 농산물을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역발상도 가능하다. 점점 확산되는 한식 열풍과 맞물려 우리 농산물에 대한 인지도도 상승할 것이다. 상업화된 미국 농산물보다 유기농법으로 만들어진 국내 농산물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도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리 농산물의 장점을 충분히 홍보한다면 미국에 우리 농산물을 수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가 있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이라도 미국 시장에서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상품에 걸맞은 포장과 브랜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역할도 농산물품질관리사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소비자의 안전과 우리 농산물 생산자의 경쟁력, 모두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농산물품질관리사가 있기에 오늘 우리 집의 식탁도 안전할 수 있다.
*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시험
소관부처 : 농림수산식품부
실시기관 : 한국산업인력공단
응시자격 : 제한 없음(자격 취소된 자와 부정 행위자는 2년 경과 후 응시 가능)
시험과목 : 1차-농산물품질관리법령 및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원예작물학, 수확 후의 품질관리론, 농산물유통론, 2차-농산물품질관리실무· 농산물등급판정 실무
합격기준 : 1차-과목별 100점 만점에서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2차-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시험시기 : 매년 1회 시행
시험정보 : http://www.q-net.or.kr/site/nongsanmul
<출처 : FTA 세상 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