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에서 신세경의 최저생계비 알아보니
요새 TV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일까요? 바로 ‘지붕 뚫고 하이킥(지뚫하)’이라는 시트콤입니다. 학생들의 방학 시즌을 맞이하여 시청률이 30%을 바라보는 수준까지 올라서며 그야말로 승승장구, 그 기세가 제목 그대로 지붕을 뚫고나갈 것 같습니다.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과 다양한 캐릭터들의 맛깔나는 연기로 2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이지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요. 인기의 비결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지뚫하에는 시트콤적인 웃음 외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몰입도를 높이는 신파적 요소가 존재합니다.
출처 : MBC < 과외를 하는 황정음과 이순재 할아버지 집에서 식모 살이를 하는 신세경>
이 시트콤도 역시 여타 다른 시트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세대가 등장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서부터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까지. 이 부분은 기존의 시트콤의 등장인물 구조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기존 시트콤과 지뚫하는 ‘계층’이라는 구조로 그 차별성이 명확해집니다. 기존의 시트콤들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자기의 집과 직업을 갖춘 인물들이었다고 하면, 지뚫하의 등장인물들은 왠지 어딘가 부족해 보입니다.
학벌을 속이면서까지 과외를 구하여 자신의 명품가방 구매 카드빚을 값아 나가고 있는 황정음의 모습, 이순재 할아버지의 집에서 가사 일을 하며 식모살이를 하고 있는 신세경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은 자신 혹은 자기 주변의 인물들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극 중 신세경은 월급 5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이 부분이 방송으로 나오자 많은 시청자들은 ‘너무하지 않냐’, ‘신세경의 월급을 올려달라’며 인터넷 게시판에 시위를 하기도 하였는데요. 이는 신세경의 처지가 곧 자신의 일처럼 다가왔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저임금은 고용자가 피고용인을 저임금으로 부리는 착취를 막기 위해, 국가에서 정한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최소한의 임금을 말합니다.
표에서 나오듯, 사실 신세경이 받는 50만원이라는 월급은 최저임금 시간을 적용해보아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요. 요즘에는 소위 비정규직을 일컫는 ‘88만원 세대’보다 더 열악한 ‘44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는데, 이들은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 조차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지난해 전국 청소년 14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3%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올 수 있는 또 하나의 질문! ‘과연 최저임금을 받고 실제로 생활이 가능할 것인가?’
여기서 활용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최저생계비입니다. 최저생계비란 사람이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최저한도의 비용, 즉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말하지요. 보건복지부에서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매년 9월 1일까지 다음 연도의 최저생계비를 측정하여 공표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올해 최저생계비는 작년 대비 2.75% 인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과 최저생계비 사이에는 어느정도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2010년 최저생계비는 4인가족 기준 1,363,091원 입니다. 한편,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작년 3월~5월에 서울 시내 3천665가구(평균 가구원 3.09명)를 설문조사 한 결과 서울 시민들은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서 가구당 최소 생활비로 월 평균 344만 4천원 가량을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약 83%의 가구 소득은 여기에 미달하고 있다고 조사되었습니다. 게다가 08년도 4인 가구 기준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임금이 약 430만원인데 최저생계비는 이의 30%수준에 미친다는 상황으로 볼 때 저소득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극 중에서 신신애라는 어린 동생과 함께 2인 가구를 꾸려나가고 있는 신세경의 입장에서 최저 생계비로 따져보아도 적어도 월급이 85만원 가까이 되어야 하지만 50만원의 월급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게 되죠. 물론, 이순재 할아버지의 집에 얹혀 살고 있긴하지만 말이죠.
하이킥을 보면 우리 사회의 대중들, 그 중에서도 20대 청년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만년취업준비생이나 비정규직,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저소득자. 이 모든 것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고용불안정과 실업은 곧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사회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더 생산할 수 있는데도 생산하지 못하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오쿤이 말하기를 경기적 실업의 경우 1%의 실업 증가가 약 3% 정도의 실질 GDP의 감소를 가져온다는 ‘오쿤의 법칙’을 말하기도 하였는데요, 실업은 이처럼 단기적으로 보면 국민의 경제에 큰 손실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측면이 아니라 개인적 측면에서도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 큰 상처가 될 수 있겠지요. 따라서 국가, 정부에서는 실업문제,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의 최근 인터뷰에서는 ‘2010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일자리 창출이며 유연근로제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활성화해야 한다. 진정한 경기회복을 국민들이 실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고 하였습니다.
2010년 지붕뚫고 하이킥의 시즌 2가 나온다면, 독립하여 자신의 가계를 꿋꿋하게 꾸려나가는 신세경과 신신애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