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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블루칩 경제정책 이야기

이력서 30통 냈는데 일자리 구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제가 아는 20대 후반의 제 또래들 중 많은 수는 지금도 '취업준비중'입니다.
그 중에는 저와 군생활을 함께한 친구가 한명 있는데, 지방국립대의 건축학과를 나와서
군대에서 시설특기로 그 누구보다 전문적인 군생활을 했고, 그래서 그 친구를 볼때마다
"와, 저 친구는 제대후에 뭘 해도 하겠다"고 내심 우러러 보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벌써 1년 동안 '취업준비중'입니다.

취업에 대한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의 이력서 30통을 빛나게 해 준 건설회사는 아직 없어 보입니다.

누구보다 훌륭하고 재능있는 그가
취업한파를 맞아 마냥 취업준비중이라는 사실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내가 사장이라면 너부터 뽑겠다"고 말해보지만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꿈을 이야기하던 1년전 그의 모습이 아련해
더 마음이 안타깝고 무겁습니다.

'일자리'는 단순 '돈'을 위해서뿐 아니라
젊음이 가질 수 있는 '자기정체성'을 단단히 지켜준다는 점에서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추경예산안에는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참 많은 예산이 책정되었습니다.
약 3조 5천억원 정도가 고용유지 및 취업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쓰인다고 하니까요.

정말 일자리 때문에 속앓이했던 제 친구들과 많은 실직자들에게
앞으로는 활짝 웃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소주 한잔 하자"는 친구놈의 전화도 기대되구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3677억원이 대졸 취업층에게 취업의 기회를 확대하는데 쓰인다고 하네요.
여러가지 사업에 이 돈이 쓰이게 된다는데 실감할 수 있는 변화들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거 같아요.

대학교 등에서는 조교를 채용한다는 공고문이 이전보다 많아질 거에요. 323억원 정도가 학내 채용에
쓰일 테니까요. 7000명 정도에게 조교 채용의 기회가 주어지겠네요.

인턴 채용에 대한 공고도 많이 접할텐데요. 구체적으로 2만 5천명 정도의 학습보조 인턴교사의 수요가
늘어나구요. 중소기업, 지자체 등에서 인턴 수요가 늘어날 겁니다. 여기에 1304억원 정도가 쓰입니다.

이밖에도 사회서비스사업 등에서 지방대학의 졸업생 채용을 위해 375억원이 쓰이구요. 더불어서
지방기업들도 고용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170억 정도가 쓰인답니다.

취업교육이나 직장체험 프로젝트 등 취업준비생에게 부담이 되어왔던 교육훈련 쪽에도 514억원이 투입됩니다.

이렇게 직접고용 효과를 가지는 6만8천명 등 총 18만 1천여명의 청년 실업층이 이번 추경의 혜택을
받게 된다고 분석되었답니다. 1년째 취업준비중인 제 군대동기에게도 이 혜택이 돌아가겠지요.
물론 취업성공의 기회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램, 그 누구보다 간절합니다.

공대 나와서 연구소 들어가겠다던 제 동네 친구에게도 알려줄 소식이 있는데,
이번 추경을 통해 R&D, IT/SW 등 신성장동력이나 녹색뉴딜, 교육선진화 등 미래대비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2조 5천억원 정도가 쓰인다고 해요.
똑똑한 공대 출신의 그 친구가 박사과정을 마치고 취업에 안착할 수 있을 가능성이 더 커질 거 같네요.

추경 예산을 통해 많은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너무 단기적 일자리(인턴 등)에만 집중된 거 아니냐"고 하실 분들도 많을 거 같아요.

다음 기획재정부 장관의 브리핑 내용 중 한마디를 옮겨봅니다.

"현재는 고용의 질 못지않게 양을 중시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이다"
"기업의 투자 증대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때까지, 준비하고 기회를 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좋은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맘편히 미래를 구상하는 일자리는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많은 취업인구가 그런 일자리를 가져야 합니다.

바로 그러기 위해 오늘의 일자리가 소중합니다.

최근 책 중에서 아르바이트로 3억 5천의 빚을 갚고
지금도 아르바이트로 5000만원 연봉을 누리며 '노동'의 가치를 말씀한 어느 분의 자서전을 보았어요.

누구나 내일의 희망을 꿈꾸지만 오늘 하루의 희망을 누리는 이는 적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오늘의 희망을 누릴 줄 아는 자가 내일의 희망을 쟁취한다는 거죠.

무릎팍 도사에 나온 배우 황정민씨의 말대로 우리 인생엔 한방이 있다고 믿습니다.
무명배우로 수십번 오디션을 보던 만년 조연의 황정민 씨처럼,
끝임없이 현재의 가치를 차곡차곡 쌓다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온다고 확신합니다.
비록 한시적 일자리일지라도 반드시 제 것으로 쟁취해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다면,
분명 기회는 옵니다. 꿈에 더 가까워 집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여러분, 오늘 하루도 건승하세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