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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더욱 풍요로운 삶을 위해!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완만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소(KIEP)에 따르면 올해 미국과 일본은 각각 1.8%와 1.5%의 저조한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고 유로존의 경우에는 -0.6%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의 올해 목표 경제성장률은 2.7%이지만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1인당) 실질 GDP의 지속적 증가’를 의미니다. 그렇다면 실질 GDP란? 일정기간(보통 1년)동안 특정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 및 서비스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합계를 명목 GDP라고 하는데요, 거기서 물가상승분을 배제한 것을 실질 GDP라고 합니다. 즉, 경제성장이란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네요.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더 많이 생산 및 유통되고, 그 결과 국민들은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소비가 감소하고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겠지요. 이렇듯 경제성장은 매우 중요한데요, 무엇이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것일까요? 


솔로우 모형: 노동, 자본, 그리고 기술수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MIT 교수는 ‘솔로우 모형’에서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인으로 인구성장, 저축(투자), 그리고 기술진보를 제시하였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노동력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저축을 하면 투자가 늘고, 그렇게 자본이 축적되면 설비확대가 가능해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죠. 실제로 1980년부터 2004년까지의 각국의 평균 저축률과 1인당 소득 사이에는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가 관측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이 진보하면 같은 자본과 노동을 투입해도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증가합니다. 


그렇지만 인구증가는 중국이 (2012년 IMF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2위의 명목GDP를 자랑하지만 1인당 GDP는 88위에 불과한 예에서 볼 수 있듯 1인당 생산량을 감소시킵니다. 저축과 투자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회는 없어지고 낮은 수익을 주는 기회밖에 남지 않게 되죠. 즉, 자본이 추가로 1단위 늘어날 때 추가로 생산되는 양이 점점 줄어드는 ‘한계생산체감’이 발생합니다. 결국 노동인구의 증가나 자본축적 같은 물적 자본만으로는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유일한 성장의 원천은 기술 진보인데, 솔로우 모형에서는 기술 진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또한 한계생산이 체감한다면 모든 나라가 초기상태와 관계없이 결국에는 동일한 수준의 소득을 가지게 될 텐데 실제로는 국가 간 소득 격차가 지속적으로 목격되고, 정책의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현실에서 기업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개선하고,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아 이윤을 높이고자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합니다. 기술의 변화가 경제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경제내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죠. 따라서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모형들이 등장했습니다. 


R&D 모형


R&D(Research and Development)는 ‘연구 개발’을 뜻하며 폴 로머(Paul Romer)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가 제시한 R&D모형은 지식자본(knowledge capital)의 축적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임을 강조합니다. 어떤 나라의 기술진보 속도는 얼마나 많은 노동과 자본이 연구 개발 부문에 투입되는지와, 현재의 지식자본이 새로운 지식자본의 생산을 위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죠. R&D에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면 단기적으로는 실물 생산이 감소해 이윤이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이윤이 증가합니다. R&D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감세나 보조금, 특허 등을 통한 이윤 보장 정책이나 제도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R&D 투자에 대한 지출이 많을수록 1인당 실질 GDP의 성장률이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http://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227321).


그렇지만 소프트웨어 같은 지식자본은 일정기간 동안은 배제가능성을 지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배제가 불가능해집니다. 특히 요즘처럼 국가 간 무역이 활발한 환경에서는 한 나라의 지식자본이 다른 나라에 의해 모방되고 습득될 가능성이 증가하죠. 따라서 개방적이고 자유무역을 하는 나라일수록 내부지향적인 나라들보다 외부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많아지기에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식자본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성장률 격차도 줄어들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국가 간 지속적 성장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인적자본 모형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 것이나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의 광고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시카고대학교 교수는 한 나라의 국민들이 교육기간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며, 교육제도의 효율성이 높을수록 더 빠른 1인당 소득 성장률을 보인다는 인적 자본모형을 주장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면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노동 시간과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일정 시점 이후에는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전의 생산 및 소득 수준을 능가하게 됩니다. 


아무리 효율적이고 획기적인 지식이라도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겠죠? 인적 자본이 제대로 축적되어야만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적자본은 기존지식을 응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고, 새로운 지식은 성장을 촉진시킵니다.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높은 보수를 받고, 정규 교육 외에도 각종 직무 교육 및 평생 교육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식자본에 비해 인적자본은 상당히 강한 배제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의 경우 복사하는데 드는 비용이 거의 없지만, 한 사람이 서로 다른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인적자본에서 찾는다면 국가 간 성장 격차가 지속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도 이론도 ‘성장’해야


어떤 분들은 ‘왜 꼭 경제가 성장해야 하지? 모든 사람들이 먹고살만해지면 그냥 그 상태를 유지하면 안 되나?’하는 의문을 제기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실업자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설령 실업자가 없어 ‘모든 사람이 먹고살만해지는 상태’에 도달한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을 경제활동의 목표로 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경제활동도 그에 맞춰 이루어집니다. 


이론이나 모형이 흔히 그렇듯 앞서 소개한 경제성장 모형들이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현실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줍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요소가 잘 축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는데요, 정부에서는 창업·신생기업에 대한 R&D재정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창조경제의 추진동력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시행하여 2017년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더불어 경제성장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루어져 더욱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