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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무엇이 다르죠?

10월1일 동양시멘트는 춘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크웍스에 이은 5번째 법정리 신청이었습니다. 지난 2월 26일에는 쌍용건설도 채권단에 워크아웃 신청했었는데요. 쌍용건설은 건설사들의 공사실적, 경영능력, 기술력, 대외신인도 등을 종합한 순위인 시공능력평가에서 13위를 차지한, 건설사 중에서 제법 높은 자리에 있는 회사인데요. 이런 회사가 2004년 10월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8년여 만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해서 건설업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또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건설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기도 했죠.


그렇다면 워크아웃이라는 제도가 대체 무엇이기에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사람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걸까요? 또 건설업이 왜 위기를 맞고 있고, 그 위기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이번 글은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1.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우선 워크아웃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워크아웃은 기업이 부채를 갚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 때 채권단(주로 은행)이 주도로 기업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제도입니다. 기업이 부도가 나면 채권자들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어려우니 기업을 살리는 데 동참하는 것이죠.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이 살아나기 위해 채권자들은 부채상환을 늦춰주거나, 빚을 탕감해주고, 필요할 때에는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부담을 줄여주거나 신규자금을 투자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들은 당장은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만, 기업회생이 성공할 경우 대출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출자전환을 한 경우 주식을 처분하면서 이익을 얻기도 합니다.


유사한 제도로 법정관리라는 제도도 있는데요. 법정관리는 법원이 해당 기업을 심사해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모든 채무를 동결하고 법원이 지정한 제3자가 기업 활동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기존관리인유지제도(DIP)를 통해 기존 경영진이 경영을 계속 할 수도 있죠. 워크아웃처럼 기업을 회생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법원이 관여하는 만큼 워크아웃보다 제약이 많아 기업을 살리는 마지막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법정관리를 벗어나는 기간이 길어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6개월 만에 졸업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간이 짧고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정관리를 선호하는 기업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두 제도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 워크아웃,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의 사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 중 주요 사례를 살펴볼까요? 첫 번째로 다룰 기업은 금호건설로 잘 알려져 있는 금호산업입니다. 2010년 1월 6일 워크아웃을 시작한 기업인데, 금호산업은 무리한 M&A가 문제가 돼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경우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에는 대우건설을, 2008년에는 대한통운을 인수했는데, 두 회사를 인수할 때 풋백옵션을 넣은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풋백옵션은 일정 시점에 주식가격이 인수당시보다 떨어지면 인수당시가격으로 다시 사주겠다는 거래입니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요계열사인 금호산업을 워크아웃신청하고, 인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다시 매각해야했습니다.


다음으로 다뤄볼 기업은 극동건설입니다. 2012년 10월 11일 모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같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죠. 2007년 8월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하면서 웅진그룹에 편입되었는데, 인수 당시에는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사업 다각화라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로 인해 자금이 돌지 않는 유동성위기를 겪게 됩니다. 결국 모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쳐 2012년 9월 27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같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었죠. 이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것이 도덕적 해이 논란인데,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채권단과의 워크아웃 협의 없이 단독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았습니다.


3. 건설업이 위기에 빠진 이유


건설업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건설사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등록한 건설사만 7,081곳입니다. 등록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1만여 곳이 넘는다는군요. 세부적으로 토목, 토건, 건축, 산업설비 등으로 나누기는 합니다만 그것을 감안해도 굉장히 많은 수입니다. 이러다보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속 가격을 낮춰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죠.


게다가 건설을 해도 이익을 내기 힘든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났고, 공공사업이나 사회간접자본(SOC)건설에 최저가낙찰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줄어든 경우도 있고, 타당성조사가 잘못되거나 제대로 된 예측 없이 무분별하게 개발을 해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유동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경기가 좋지 않아 쉽게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개 기업 중 20여개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겪고 있습니다. 1만개 기업 중 상위 100위권이 이런데 하위권은 더 심하다고 보아야겠죠.


 <출처 : BOK 이슈노트 No.2012-6>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건설업의 위기는 건설사의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에 있는 표와 그래프는 2012년 8월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BOK 이슈노트 No.2012-6 : 국내 건설업의 구조적 발전단계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에 실린 것인데요. 이 표를 보면 대형건설사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중견건설사들은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양극화비율 역시 점점 커지고 있죠.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형건설사들은 국내 건설시장이 부진하더라도 해외 수주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중견건설사들은 대부분 내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건설사들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는 일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고, 경기불황에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매출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데 왜 언론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건설사들의 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는 걸까요? 이유는 건설업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우선 고용 면에서 보면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고용유발효과가 큰 산업입니다. 점점 기술이 발달하고,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과거에 비해 고용유발효과가 낮아지긴 했습니다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죠. 건설업이 얼마나 많은 고용을 일으키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취업유발계수가 있습니다. 취업유발계수는 매출이 10억 원 증가하면 취업자가 얼마나 더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2012년 5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0년 산업연관표(연장표) 작성 결과>를 보면 2010년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3.7입니다. 10억 원을 투자해서 13.7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의미로, 서비스업보다는 낮지만 제조업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출처 : 건설업조사보고서(2011년 기준)>


그런데 건설업에 위기가 다가오면서 점점 고용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통계청이 발표한 <건설업조사보고서(2011년 기준)>에 실린 그래프입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던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건설업 종사자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용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건설업 노동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일용직 노동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건설업의 위기는 서민층의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즉 건설업의 위기는 서민경제의 위기와 직결되는 것이죠.


두 번째로 다른 산업과의 관계 측면에서 건설업을 바라보면 건설업은 여러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건설 재료를 공급하는 시멘트, 철강 제조는 물론 그 재료를 옮기는 운송업, 건물을 중개, 매매하는 부동산중개업 등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건설업이 다른 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통계로는 생산유발계수가 있는데요. 생산유발계수는 최종수요를 1단위만큼 충족시키기 위해 해당산업과 다른 산업에서 얼마나 생산이 발생하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2010년 산업연관표(연장표) 작성 결과>를 보면 2010년 건설업의 생산유발계수는 2.104입니다. 건물 1단위를 짓기 위해 전체적으로 2.104만큼의 생산이 일어난다는 것이죠. 따라서 건설업에 위기가 오면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총생산이 크게 감소하고,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4. 대책은?


여러 건설사들이 처한 위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유동성 위기입니다. 건설사로 들어오는 돈이 부족하다보니 수주를 따내도 정작 자금이 없어 공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에서는 건설사들의 유동화증권(ABS) 발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ABS는 부동산, 외상매출 등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담보로 잡아 발행되는 채권입니다. 채권 형태로 발행해서 자금을 모으기 쉽고, 발행 과정에서 신용보강이 더해져 일반 회사채 발행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이 하는 일은 ABS에 대해 신용보증을 해주는 것입니다. 만일 건설사가 ABS 상환을 하지 못하면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상환을 해주는 것이죠. 신용보증기금에서는 위기에 처한 건설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해 발행금리를 낮추거나 신청조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 개선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유동성 지원을 해줘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있으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죠. 현재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정치권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같은 대출규제를 완화하거나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인하하는 것을 꼽을 수 있죠. 하지만 이 대책들은 각각 가계부채 문제 심화, 세수감소로 인한 정부지출 감소 등의 부작용이 많아 반대 목소리도 높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하우스 푸어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 시장 활성화대책이 정부 관련부처에서 나올 듯합니다.(이 부분은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면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건설사들 스스로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 역시 필요합니다. 다른 건설사들을 인수해 규모를 키운 뒤 대형건설사들이 주도하는 SOC 수주에 참여하거나, 해외에 진출해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는 건설부문에 진출해 내수부진문제를 극복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요즘 경제기사를 보면 위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환율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건설업 위기는 몇 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 위기를 건설사들이 잘 극복해내서 지금보다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해 한국경제성장에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