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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통신비를 날씬하게! 알뜰폰(MVNO)이 뭐지?

우리가 눈을 뜨자마자 찾는 이것. 하루 종일 가지고 다니는 이것.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허전한 이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쉽게 답을 추측하셨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정답은 바로 휴대폰입니다. 







요즘엔 누구나 휴대폰, 그것도 고성능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S사에서 컬러 LCD를 탑재한 휴대폰(SHG-T100)을 출시했던 시기가 불과 11년 전인 2002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휴대폰의 급격한 보급과 더불어 가계 통신비 지출도 꾸준히 늘었는데요, 2003년 12만 5,500원에 불과하던 통신비가 2012년에는 15만 2,400원으로 약 21.4%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 평균 가구원 수가 3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1인당 5만원이 넘는 통신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통신비가 이렇게 비싼 이유는 3세대, LTE 요금제가 비싼 탓도 있겠지만 스마트폰 단말기값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요즘 출고가가 내렸다고는 해도 여전히 80만원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이것저것 할인을 받아도 24개월 할부로 구매한다고 했을 때 매월 2~3만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지난 4월 3일 기획재정부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을 위한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통신 분야의 과점 해소, 경쟁 촉진을 통해 가격 안정 유도를 위한 정책 중 한 가지로 ‘알뜰폰 활성화’를 제시했습니다. 아직 알뜰폰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분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알뜰폰이란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점점 늘어만 가는 가계 통신비 부담에 도움을 줄지 한 번 알아볼까요? 



알뜰폰, 넌 누구니?







‘알뜰폰’이란 작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서비스 또는 이동통신재판매서비스(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의 애칭입니다. 기존 이동통신사업자(MNO, Mobile Network Operator)에게 사용료를 지불하고 통신망을 빌려 이용자에게 자체 브랜드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아직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오지 않나요?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파수를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그런데 주파수는 유한자원이라, 하나의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됩니다. 즉 높은 초기 투자비용(여기서는 주파수를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신규 사업자가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진입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어느 시장이든 그렇지만 통신시장도 지속적인 신규 사업자 진입이 있어야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데 진입장벽이 높은 통신시장에서는 자연히 경쟁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 또한 제한받게 됩니다. 


그런데 MVNO는 기존 통신망을 빌려 쓰고 주파수를 제외한 교환국, 마케팅, 단말기 판매, 유심카드만 자사에서 별도로 운영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파수의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 신규 사업자가 진입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미 MVNO 사업은 영국,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국가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알뜰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값싼 요금입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초기에 대량 투자를 할 필요가 없고, 소모적인 보조금 및 마케팅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3월에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다 알뜰폰으로 전환했거나 두 서비스를 동시 사용 중인 3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G스마트폰에서 알뜰폰으로 전환한 사용자는 통신비를 46.7%(5만1천226원→2만7천312원), 4G(LTE)폰에서 전환한 이용자는 52.1%(5만7천495원→2만7천528원)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고 통화 품질이 떨어지느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 이동통신사와 같은 통신망,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 품질은 동일합니다. 앞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94%가 기존 이동통신서비스의 품질과 동일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알뜰폰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우리나라의 통신시장은 이통3사의 점유율이 100%에 육박하는 과점 시장입니다. 과점 시장에서는 가격이 경직되어있고 한 기업의 행동이 다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과점 기업들은 서로의 행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때때로 과도한 비가격경쟁이나 담합으로 이어져 자원배분의 왜곡 및 사회 후생의 악화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보조금 경쟁입니다. 특정 기업이 먼저 보조금을 지급하면 나머지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보조금이 늘어나는 것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고,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조금 지급이 영구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보통 짧은 기간에 일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을 만들어 소비자 간 이득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데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과 같이 기업의 성장 동력 투자에 사용돼야 할 기업의 자원을 마케팅 등에 낭비시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알뜰폰으로 인해 기존 통신 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되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요금 절약으로 인한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입니다. 앞서 언급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를 통해 계산해보면 1인당 한 달에 대략 2만 5천~3만 원을 절약하는 셈이니 4인 가족이라면 월 10~12만 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 알뜰폰 서비스의 인지도와 보급률이 낮다보니 각 사업자들은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조금 경쟁과 마케팅에 주력하던 이통3사도 알뜰폰이라는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으로 인해 3만 원대로 망내 무료통화뿐만 아니라 무료문자까지 가능한 LTE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가시적으로 소비자 잉여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알뜰폰 


알뜰폰 가입자는 이미 올해 3월에 150만 명을 돌파했으며 업계는 연내 200만 명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알뜰폰으로 바로 옮기기엔 가입경로가 어렵고 단말기의 선택이 다양하지 못하며 무제한 요금제나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가 부족하다는 등의 단점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홈쇼핑을 중심이었던 기존 판매망을 벗어나 편의점 등 오프라인으로 판매창구가 다양화되고 있고, 단말기 제조사들과의 연계를 통해 최신형 단말기를 알뜰폰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무제한 요금제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알뜰폰은 계속 진화할 전망입니다. 


물론 과제도 많습니다. 기존 휴대폰에 비해 본인인증이 제한되는 등 불편한 사항이 있고, 아직 보편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이런 점은 점차 보완해 나가야할 점으로 보입니다. 


‘오르지 않는 건 남편 월급이랑 아이들 성적밖에 없다’는 웃지 못 할 농담이 유행할 정도로 각종 물가 상승으로 인해 살림살이가 팍팍한 요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알뜰폰이 조금이라도 가계부담을 덜어주는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