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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경제학과 심리학의 인간연구, '행동경제학'

"경제를 구성하는 것은 가계와 기업이다. 하지만 경제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가계와 기업 심리를 움직여야 한다." <2002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경기 관련 심리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다. 소비자 심리는 10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중소기업 경기 전망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4로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작년5월 106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CSI는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 수가 더 많다는 의미다.” <한국경제매거진 제 905호(2013.4)>

 

신문이나 TV에 등장하는 경제 관련 기사들에서 ‘○○심리’라는 말, 정말로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흔히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하는데요. 경제 현상은 경제주체의 심리에 따라 일어나거나 그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나 관련 기관들은 경기 관련 심리 지표를 통해 경기를 해석하거나,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전망해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기도 하는 것이죠.

 

이쯤에서 똑똑한 여러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경제를 다루는 ‘경제학’과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두 분야 모두 인간의 의사결정을 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이죠. 최근엔 통섭이 강조되면서 경제학과 심리학간의 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학문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행동경제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경제학과 심리학이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다! '행동경제학'

 

 

사람들의 행동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진 않습니다. 인간의 행동을 단순히 '합리성'의 기준에서 해석하기엔 무리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행동은 조금 더 복잡하고 이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은 만나게 됩니다. 인간을 조금 더 현실과 가깝게 이해하려는 ‘심리학’의 관점을 ‘경제학’이 차용하는 것이죠.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만은 인간이 판단, 결정을 할 때 얼마나 비합리적일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하는지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 economics)’을 창시했습니다.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주요 이론과 활용분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한적 합리성 이론’이 있습니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려고 하나 인지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항상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제한이 있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24시 편의점에서 콜라를 사는 것이 할인점에서 사는 것보다 100원 정도 더 비싸도 콜라 하나를 사기 위해 할인점까지 가는 사람은 드물죠.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소비자라면 동일한 재화를 더 싼 가격에 구매하는 선택을 하겠지만 실제로는 편하게 사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또 금융 상품을 선택할 때도 ‘제한적 합리성’ 개념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가까운 은행지점에서 권유한 상품을 믿고 쉽게 선택하거나, 지인이 권유한 상품이 꼭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인지 따지지 않고 상품이 좋다고 하니 믿고 가입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반토막난 통장을 보며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되죠.

 

두 번째로 ‘전망이론’(1979년)이 있습니다. 전망 이론 덕분에 대니얼 카너먼은 2002년 심리학자로서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 이론의 요지는 '대다수의 인간은 큰 이익을 얻기 위해 도박적인 요소가 있는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손실의 크기에 상관없이 손실을 피하려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마케팅 기법에 활용한 예도 있습니다. 전략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한 이탈리아 통신회사 콜 센터는 서비스를 해지하려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유지하면 100회 무료 통화 보너스를 제공하겠습니다”라고 설득하다가 “이미 제공한 100회 무료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로 응대 방법을 바꿔 가입자 유지율을 더 높였다고 합니다. 비합리적인 인간 심리를 잘 활용하면 없던 돈도 있게 만들어 주는 사례이죠. 

 

그 밖에 ‘프레임 효과(Frame effect)’와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 역시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주요 개념 중하나입니다.

 

 

프레임 효과는 질문이나 문제의 제시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달라진다는 개념인데요. 프레임 효과의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보험을 권유할 때, 1년에 72만원을 납입하면 된다고 설명하는 경우와 하루에 이천원씩 아끼면 된다고 설명하는 경우 후자가 훨씬 덜 부담을 느끼고 흔쾌히 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액수는 같은데 1년이라는 틀을 적용했느냐 아니면 하루라는 틀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부담을 느끼는 정도가 크게 다른 것이죠. 

 

소유 효과는 어떤 물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그 물품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려는 반응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 실험에서 월급을 처음에 10% 올렸다가 다시 5%을 낮추어 버리자 집단반발감이 커지게 나타났는데요. 사실상 기존보다 5%을 올린 결과인데도 왜 반발감이 컸던 것일까요? 이유를 추론하다 보니, 조직구성원들이 10% 인상액을 이미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일단 한 번 주어진 사항에 대해 사람들은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철회할 때 반발과 불만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죠.

 

 

우리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행동 경제학

 

 

실제로 마케팅, 재무관리 등의 경영학 분야에서 행동경제학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주식 투자를 할 때 기업 이미지가 좋은 주식을 선호하는데, 그 결과 이미지가 좋은 회사 주식은 이미지가 나쁜 회사에 비해 오히려 투자 수익률이 낮은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 같은 개인, 기관의 비합리적인 재무 관련 투자 행동을 분석하고 그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행동적 재무(behavior finance)가 전통적인 경영학 재무 관리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정부 정책을 입안하거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는데도 행동경제학 연구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은 보스턴 지부에 행동경제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관련 분야 연구, 경제 정책 적용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결국 경제학과 심리학 모두 ‘인간의 의사결정’을 파악하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무한한 연구대상입니다. 인간의 행동을 둘러싸고 심리학과 경제학이 만난 것처럼, 앞으로 경제학은 더욱 다양한 학문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심리학과 학생이기도 한 저는, 이번 기사를 통해 정말로 유익한 지적 경험을 했는데요. 여러분 역시 저와 같은 ‘심리’이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