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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요즘 대학생 씀씀이, 문제 있다?" 직접 물어보니...


“아빠 학교 다닐 때는 번정통에서 집까지 걸어 다녔어, 그게 뭐 멀다고 택시를 타고 다니니.”

걷자면 빨라도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택시를 타고 왔다며 또 한소리를 하신다. 26살. 적지 않은 나이에 1년을 휴학하고 졸업반을 준비하다 보니 후배들 밥 사주랴 친구들 만나랴 돈 쓸 일은 많고 들어오는 구석은 없다. 학비를 받아내는 것도 염치불구한데 용돈이 웬말인가 싶어 밥값과 차비 겨우 되는 돈을 집에서 받아쓰기도 쉽지 않다. 워낙 절약이 몸에 베인 아버지 세대와 쓰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네 세대 사이에는 택시를 타느냐 마느냐 하는 소소한 문제로도 종종 마찰이 생긴다.

그래도 아껴 쓴다고 아껴 쓰는데 "사치스럽다"느니, "철 좀 들라"느니 하시는 소리를 들으면 하루 종일 꽁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오늘도 꽁해진 기분을 풀자고 시내로 가는 택시를 잡아타는데 주말이라 붐비는 사람들을 보고 택시기사님 하시는 소리가

“ 쯧쯧 저것들 부모님이 뼈 빠지게 벌어다주는 돈 쓰느라 바쁘네, 요즘은 이 밤에 대학생들 없으면 택시기사도 못해먹어” 라신다.

이상하다. 아버지 때 백 원 하던 자장면 한 그릇이 사천 원에 팔린다. 그런데도 아버지세대분들 한결같이 하시는 소리가 "요즘 대학생들 쓸 줄만 안다"며 혀를 차시니 참 이상하다. 대학생 소비문화, 정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대학생들, 돈 어떻게 벌어 어디에 쓰십니까?

위와 같은 내용은 비단 제 주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만은 아닐 것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의 소비문화, 정말 '문제 있는' 것일까요?  아버지 세대와 저희 세대 사이의 오랜 시간 격차, 이 시간 차이가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왜 달라졌을까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보기 위해 직접 나서보았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청주지역에 거주지를 두고 통학하는 2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별인터뷰한 내용을 발췌했습니다.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Q1. 한 달 생활비 얼마나 쓰십니까?
Q2. 생활비 어디에 쓰십니까?
Q3. 생활비 어떻게 마련하십니까?
Q4. 생활비 절약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Q) 한 달 생활비 얼마나 쓰십니까?

A)

“ 모자라면 더 받아쓰다 보니 얼마나 쓰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60만원 정도 쓰는 것 같아요.(26, 정근형)”

“ 30만원 씁니다. 아르바이트 수입이 30만원 이거든요. 이 돈이면 밥 먹고 살기도 버겁죠.(24, 김연수)”

“ 제가 버는 돈이 40만원인데, 이 돈으로는 밥 먹고 교통비 쓰고 하죠. 옷이나 화장품, 휴대폰요금은 엄마찬스 아빠찬스를 써요.(23, 김혜지)”

“ 점심만 학교에서 먹고 다니니 40만원 정도 쓰는 것 같네요. 차를 끌고 다녀서 교통비는 들지 않습니다. 유류비는 집에서 해결하구요.(25, 정시현)”

                              <과외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는 김혜지(23) 학생과의 인터뷰>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비, 피복구입비, 문화생활비, 통신비, 교통비, 유흥비를 모두 본인이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응답자들은 통상 50만원 내외 수준의 금액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하루 몇 끼의 식사를 해결해야 하느냐 하는 생활패턴의 차이에서부터 교재를 사는 등 기타 잡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도 생활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자취나 하숙생활을 하는 학생의 경우는 정말 돈 셀 곳 투성이죠. 밥값, 전기세, 수업보조재를 사는 것도 돈이고, 라면 하나 사먹는 것도 다 돈입니다. 본 설문은 자가통학을 하는 20명의 학생에 한하였고 따라서 타지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보다 많은 생활비를 지출한다고 봐야 합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대학시절 목욕하고 자장면 한 그릇 먹으면 돈 천 원"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이렇게 하면 돈 만 원, 용돈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하시니 굳이 과거 10년간의 시장금리로 할인하는 번거로운 수고는 덜었지만, 목욕하고 자장면 먹는 게 월례 행사였던 과거 생활을 감안하면 오늘날 대학생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금액을 생활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네요.




Q) 생활비 어디에 쓰십니까?

A)

“대학생활이 사회생활의 축소판이라자나요. 사람 대하는 일이 많다보니 모임도 많고 술자리도 많고 생일이다 뭐다 챙길 것도 많아요. 밥이야 좀 덜 먹으면 되는데 이런 데는 빠지기도 쉽지 않아요. (25, 주소라)”

“연애를 하면서 정말 돈을 많이 씁니다. 여자들은 좀 덜하겠지만 특히 남자들은 아무래도 데이트비용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게 으레 당연한 것이 되다보니 밥 한 번 먹어도 두 사람 돈이 나가고 영화 한 번을 봐도 2만원 입니다. 어디 영화만 보나요? 기다리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팝콘도 먹고 하면 돈 3만원은 우습죠.(27, 손성민) ”

“아무래도 식비가 제일 커요. 점심은 물론이고 공부하기 위해 저녁식사로 빵에 우유라도 하나 먹으려면 5천원씩 들죠. 학내식당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요즘은 학내식당도 2700원씩입니다. 5000원 짜리 고급 메뉴만 따로 파는 학내식당도 생겼어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굶을 수는 없잖아요.(23, 최홍원)”

                        <학내식당 음식가격이 올라 걱정이라는 최홍원(23) 학생과의 인터뷰>


설문 결과 대체로 식비, 치장비, 유흥비, 문화생활비, 통신비, 교통비 순의 응답이 많았습니다.

이성교제 중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이성교제 중인 학생의 경우는 식비지출과 치장비, 문화생활비가 가장 크게 나타났고, 이성교제를 하지 않는 학생의 경우는 식비지출과 유흥비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식비와 치장비가 크게 나타났고 통신비와 교통비가 그 다음 순이었습니다.

특히 소비행태는 개인의 소비성향에 따라 크게 달랐는데 매달 생활비의 절반 이상을 치장 하느라 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일 년에 한 두 번 연례행사로 옷을 사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큰 문제는 '끼니는 거르면서 유흥에 돈을 소진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창시절 급식비와 우유 값으로 나이스 운동화를 사고 한 달 꼬박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은 애교스럽죠. 한 번 술값에 삼 만 원만 잡아도 일 주일에 한 번, 한 달에 네 번이면 십이만 원입니다. 거기에 술 먹고 오가는 차비며, 잡비를 생각하면 한 번 술자리에 사만 원 가까운 큰 돈을 쓰고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에서 이 나이면 으레 당연하게 기대하는 적금이나 투자성 있는 지출은 의외로 6명의 학생만이 실시하고 있었고 그 금액도 크지 않았습니다. 수입을 한 달 생활비로 쓰기도 바쁘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모을까 하는 생각보다는 어디에 쓸지 지출계획을 세우는 학생들이 더 많은 걸 보면 과거와 비교해 저축보다는 소비하는 것에 더 익숙해 진 듯 합니다.




Q) 생활비 어떻게 마련하십니까?

참 다행이랄 것은 이런 변화하는 소비문화에 맞춰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생활비를 마련해가고 있는 건강한 학생을 발견한 점이었습니다. 과거 용돈이나 과외, 아르바이트는 물론 아웃캠퍼스 활동과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용돈벌이를 위한 다양한 '신종채널'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A)

“ 과외를 두 개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같은 또래 친구라 두 명을 같이 하기도 했었는데 시간은 반감되고 과외비는 두 배로 나오니 좋더라구요.(23, 김혜지)”

“ 파트타임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요. 주말에는 호프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요. 피곤하기는 한데 일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돈 쓸 일도 줄다 보니까 돈 걱정은 안하고 생활하게 됩니다.(21, 김성경)”

“ 학교 과사도우미를 하고 있어요. 근로 장학생이라고 하는데 과사 도우미 말고도 도서관사 업무나 환경정화활동을 통해 장학금을 받는 친구들도 많아요.(24, 김형호)”

“ 축구교실 코치 일을 보고 있습니다. 졸업 후에 경력으로도 인정 되니까 시간 허비 하지 않고 좋더라구요.(27, 김광민)”

“요즘엔 홍보대사다 기자단이다 해서 아웃캠퍼스 활동이 많잖아요. 취업준비생들은 학과수업 외에 대외활동을 통해 경력을 쌓는 것은 물론이고 소정의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돈도 조금 주는데 그게 꽤 되더라구요.(24, 김민정)”

“TALK장학생이라고 초등학교에서 외국어강사를 도와 수업을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2일 활동하면서 생활비 절반씩을 충당합니다.(27, 손성민)”

“군 제대 이후 주식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전공이 경제학이고 하다보니 시장공부도 할 겸해서 시작했는데 관심만 있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구요. 또 아무리 돈 냄새 맡는 건 타고 난데도 이론적인 게 없이 무작정 덤벼드는 건 아니니깐 학업에도 정진하게 되더라고요.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할 때도 시장 커리큘럼을 알다 보니까 쉽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군 복무간 모은 20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수익률이 좋아서 크게 돈을 벌기도 하고 그 덕에 차도 장만했죠. (26, 정근형)”

“학교 홍보대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18만원 씩 활동비가 들어오는데 사실 교내에서 하는 활동이다 보니 돈 들 일도 없고 수업시간에 장해없이 활동이 가능하니까 이보다 좋은 게 없더라고요. (25, 김우정)”

              <특기를 살린 축구코치 아르바이트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는 김광민(27) 학생과의 인터뷰>

                <교내 행사지원 업무를 맡아 용돈벌이를 하고 있던 이상효(25) 학생과의 인터뷰>


여전히 과거와 같이 아르바이트나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본인의 특기나 전공을 살려 생활비를 충당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다양한 대외활동을 통해 지급받는 활동비를 생활비로 충당하는 학생들의 등장입니다. 아웃캠퍼스 활동은 최근 기업에서 각광받는 '적극적인 인재' 이미지에도 부합해 이력관리 차원에서 붐이 일었는데, 최근에는 참여형 대외활동 외에도 공모전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용돈벌이에 나서는 학생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대적인 분위기에 편승한 것인지 재테크, 이를테면 주식이나 펀드운용을 통해 목돈을 마련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Q) 생활비 절약을 위해 실천하는 일이 있나요?

A)

“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해요. 교통비야 자전거로 통학하면 되니까 한 달에 6만원 적지 않은 돈을 아끼게 되더라고요. 말이 6만원이지 지각할까봐 택시타고 하던 걸 생각하면 꽤 많은 돈을 아끼게 되죠. (27, 윤종호)”

“ 절약하는 일에 돈을 버는 방법도 있겠지만, 돈을 안쓰는 방법도 있잖아요. 저는 한달에 두 번 씩 헌혈을 하는데 그 때 주는 영화관람권으로 문화생활을 즐깁니다. 님도 보고 뽕도 따는거죠. (25, 이상효)”

“ 하루 한 갑의 담배 값이 정말 크더라고요. 처음에는 친구들 담배 한 두 개비 빌려 피다가 이제는 금연 중입니다. 농담 아닌 농담으로 비싸서 못피겠어요. 돈 없으면 끊어야죠. (25, 정민수)”

“ 교재비는 인터넷 구매를 이용하면 20% 이상 아낄 수 있고요. 필기구 같은 것도 학내문구점을 이용한다거나 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인터넷으로 대량 구매 해놓으면 절약이 되더라고요. (21, 김성경)”

“ 시험원서 접수비 같은 게 꽤 크거든요. 할인혜택 있는 카드를 꼭 확인하고 토익같이 기한이 경과하면 초과응시료를 내는 경우에는 꼭 마감일을 지키죠.(27, 손성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용돈벌이에 나선 학생들의 소식만큼이나 인상적인 부분은 절약을 실천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제약된 예산 안에서 효율적인 생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노하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안 쓰고 안 사고 덜 먹고 높은 예금금리를 기대하며 더 모으는 게 정석 이었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아버지네의 생활은 물론이고 헌혈이나 카드사 할인혜택, CMA통장을 이용하는 것 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절약하는 생활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 '정말' 문제 있나요?
과거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할 일도 많아졌습니다. 컴퓨터다, DSLR 카메라다, 휴대폰이다 하는 다채로운 문명의 이기를 누리려면 과거에 만원 쓰던 돈을 두 배 세 배 써야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때문에 단순히 금액을 할인하고 비교하는 일은 어폐가 있습니다.

그러나 쓰고 즐기고 노는 문화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의 모습은 분명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주말이면 길바닥에 물 붓듯 돈을 쓰는 게 청년실업 운운하는 대학생의 이면입니다. 근검, 절약이라는 아버지 세대의 지혜가 '궁상맞고 지질한 것'으로 여겨지고, 대신 쓰고 꾸미는 것이 미덕이 돼 가는 것 같습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거에 살았던 분들의 지혜를 더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항상 "너는 논어를 읽으면 공자님 평생의 지혜를 얻은 사람이 된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아버지세대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과거를 반추해 근검과 절약의 올곧은 정신을 배운다면 우리 대학생들, 우려와 걱정보다는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 않을까요?

* 본 설문은 20명이라는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실제와 크게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금전적인 부분을 수치화 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금액산출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소비성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개인차가 커 정확한 응답을 도출해 내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문지 보다는 다양한 응답을 발췌하는데 비중을 두고 인터뷰 형식을 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