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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희망이 된 경제 이야기

‘서민 스타’ 폴 포츠, 희망을 노래하다


10월 19일 오후 2시 경기 의왕시 서울소년원 대강당. 한 남자가 무대에 오르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2007년 영국 ITV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lent)’에서 우승한 후 전 세계적으로 5백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오페라 가수 폴 포츠(40)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주옥같은 영화음악을 노래한 세 번째 음반 프로모션을 위해 내한한 그는 이날 소년원 학생들을 위한 희망 나눔 공연을 열고 ‘Se(시네마천국)’ ‘Parla piu piano (대부)’ 등을 열창했다. 인생의 역경을 딛고 꿈을 이뤄낸 긍정의 에너지도 학생들에게 전했다.

소년원 학교에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2011학년도 서울예술종합대학 실용음악과에 합격한 박모(19) 양은 “인터넷으로 폴 포츠의 모습을 보고 팬이 됐는데 직접 공연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앞으로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넘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학생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긴 그를 법무부 청소년선도 명예대사로 위촉했다. 이날 공연은 객석을 메운 4백여 명의 관객은 물론 폴 포츠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지난해에도 서울광장에서 공연을 하면서 한국인의 역동적인 모습, 열광적인 반응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3년 전만 해도 한국은 휴대전화기를 잘 만드는 나라로만 알았는데 직접 와서 보니 눈부시게 발전했더라고요.”

2008년과 2009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우리나라를 찾은 폴 포츠는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운을 떼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장소로는 “2008년 방문한 대구광역시의 한 고아원”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가장 배우고 싶은 건 한국말이에요. 불고기, 갈비, 김치 같은 한국음식을 좋아하는데 말을 배우면 주문도, 팬들과의 의사소통도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도 관심을 보이며 “이번 정상회의가 한국의 발전상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육중하지만 슈트가 잘 어울리는 듬직한 체구에 초롱초롱한 갈색 눈동자, 말끝마다 입가에 번지는 환한 미소. 그의 모습 어디에서도 그늘진 구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눌한 말투와 볼품없는 외모, 가난한 집안형편 등으로 어릴 적부터 숱한 따돌림과 놀림에 시달리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과거의 상처는 모두 치유된 듯했다.

그의 가장 큰 콤플렉스였던 일그러진 치열도 한 치과의사 팬의 도움으로 가지런해졌다. 그는 14세 때 학교에서 넘어져 앞니가 깨지고 치골이 크게 흔들렸지만 치료비가 없어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치아가 제멋대로 자라 학창시절 친구들로부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놀림까지 받았다. 외모에 한창 민감한 사춘기에 마음을 다친 그는 밤마다 베개를 눈물로 적셨고, 계단에서 굴러 자해하거나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못난 치아를 보여주기 싫어 자신의 결혼식에서조차 웃지 못하던 예전의 그가 아니다. 웃기면 치아가 다 드러나도록 큰 소리로 웃고, 아픈 과거도 스스럼없이 꺼내 보일 수 있을 만큼 의연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지난 3년여의 시간이 그에게 가져다준 선물이다. 그는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한 후 오랜 방황을 끝내고 나 자신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며 “가수에 도전하는 마지막 무대로 생각했던 그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이뤘기에 매일 매 순간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막연하게나마 그가 오페라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11세 때 클래식음악에 심취하면서부터다. 어린 시절 외롭고 지칠 때마다 음악과 노래를 통해 삶의 위안을 얻은 그는 교회와 학교의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재능과 꿈을 키워나갔다. 꿈을 향한 열망은 대학을 졸업하고 휴대전화기 판매원으로 일하면서도 이어져 2001년과 2002년 여름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레슨을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더욱 간절해진 그의 꿈은 교통사고와 종양수술로 위기를 맞는다. 당시 의사에게서 “영원히 노래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그는 ‘브리튼스 갓 탤런트’ 오디션 참가자 모집 공고를 보고서도 마음을 정하지 못해 동전 던지기에 운명을 건다. 그렇게 운명에 이끌려 오디션에 참가한 그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대표곡인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로 전 세계 시청자를 감동시키며 우승까지 거머쥔다.

그날 이후 그의 이름 앞에는 인생역전에 성공한 ‘서민 스타’ ‘꿈의 아이콘’이라는 애칭이 따라다닌다. 또한 ‘제2의 폴 포츠’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생겨났다.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한국에 머문 폴 포츠는 인터뷰를 마치며 그들을 위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꿈은 노력을 가능하게 하고, 노력은 꿈을 가능하게 합니다. 꿈을 얼마나 이뤘느냐보다는 어떻게 이뤄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초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국 시인 루드야드 키플링의 시 ‘If’의 한 구절처럼 ‘만일 당신이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둘을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매일 조금씩 꿈에 가까이 다가서게 될 겁니다.”

 자료 출처 : 위클리공감 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