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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희망이 된 경제 이야기

대한민국 공부의 신, 여기 다 모였다

청년 실업자 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남과 다른 돌파구를 찾는 청년들이 있다. 돈을 벌면서 사회적 가치까지 추구하는 소셜 벤처(social venture)는 일종의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방송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공부 멘토링 동아리 ‘공부의 신(이하 ‘공신’)’도 소셜 벤처다. 2006년 서울대 동아리에서 시작한 공신은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한국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공신닷컴의 강성태 대표(28세)를 만났다.


- 후배들이 공부를 고되게 하지 말고 ‘신나게’ 하길 바랐다는 공신닷컴,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대학생 선배들이 중고생 후배들 혹은 학부모들에게 시행착오를 줄일 공부법을 전수해준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맞춰 공부해야 하는 이유, 문제 푸는 기술, 계획 짜는 법까지 생생한 노하우를 전달하는 창구다.


- 공신닷컴을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 수험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다가 서울로 전학을 왔는데 적응을 잘 못했다. 형도 없고, 과외할 형편도 아니고 어디 물어볼 데도 없어 답답했다. 대학에 입학해서 교육봉사 활동을 하다가 공신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동생과 함께 사이트를 열게 됐다. 교육불평등, 사교육 문제를 공신닷컴의 자기주도 학습법을 통해 풀고 싶다.


- 서울대 기숙사에서 동아리로 시작했는데 이젠 엄연히 기업의 대표가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회사가 되니 좋아진 점은?
(잠시 고민)사이트를 개편하게 됐고, 저소득층 학생 멘토링도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공신의 가능성과 우리의 꿈을 인정받게 된 게 가장 좋다.


- 현재는 몇몇의 공신들이 참여하고 있나?(편집자 주; 공신닷컴에서 활동하는 온라인 강사는 성생님 혹은 강사라고 칭하지 않는다. 누구누구 공신이라고 부른다.) 회원 수는 얼마나 되는지, 회사 규모에 대해 소개한다면?

공신멤버들은 100여명 정도다. 이 중 60여명이 일주일에 1회 이상 저소득층 학생들을 찾아가 멘토링을 해준다. 공신닷컴을 찾는 사이트 회원은 20만명이 다 돼간다. 정식 직원은 나를 포함해 5명이고 현재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센터에 입주해 있다.


- 회사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익이 꼭 필요하다. 공신닷컴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금은 배너광고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강연료 수입이 좀 있고 때때로 책을 써서 인세 받은 걸로 운영해왔다. 지난 8월부터는 동영상 강의가 유료화돼 강의 수익도 생기고 있다. 물론 여건이 안 좋은 학생들은 여전히 무료강의를 들을 수 있다.


- 유료로 전환할 때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반응은 어떤가?

솔직히 반발이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없어서 오히려 당황했다. 후훗(웃음). 사이트 유지와 저소득층 멘토링을 위해선 매출이 많이 생겨야 하는데 아직많이 부족하다. 더 이상 동아리가 아니니 공신들에게 대가를 주는 게 당연하다. 운영진에게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월급을 준다는 점도 달라진 점이다.


- 공신닷컴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힘들었던 건 다 말 못하겠다. 물론 세상에 쉬운 일이 없겠지만 항상 돈에 쪼들렸다. 일간지에 공신이 소개되고 나서 서버운영비가 천만원 넘게 나왔었다. 사이트를 닫을 수도 없고 기대는 높아지고, 사교육 업체들이 공신이라는 이름을 도용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다. 주변에서는 큰 돈을 번 줄 아는 데 그것도 스트레스였다. 그 때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알게 됐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게 사회적 기업이라는데 아직 우린 함량미달이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을 하자 했다.


- ‘청년 강성태’로서 취업이나 창업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학부 때 시작한 봉사가 어쩌다 보니 일이 돼버렸다. 왜 고민을 안 했겠나.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했고 그래서 공신을 선택했다.


- 기계공학과에 진학했을 때 꿈꾸던 진로는 무엇이었나? 교육공학으로 진로를 바꾼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물론 아쉬움이 많았다. 난 어렸을 때부터 기계가 돌아가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자동차를 좋아해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 공신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훨씬 크다. 아무리 그래도 기계가 사람만 할까? 하하.


- 청년실업이 왜 이렇게 많아진다고 생각하나. 진학률이 높아진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확고한 목표나 꿈이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게 취업이든 창업이든 할 수 있다. 정말 소중한 꿈이 있다면, 그래서 일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그게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성장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보면 공부하는 시간은 많지만 정작 이런 고민을 하는 시간은 거의 없더라.


- 취업난의 청년들에게 ‘소셜 벤처’라는 새로운 영역이 사회적 일자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소셜 벤처 혹은 사회적 기업을 떠올리면 적은 임금으로 희생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청년실업 문제에 소셜 벤처가 큰 도움이 되기란 어렵다고 본다. 우리도 함께 일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가짐의 문제다.


- 교육가가 아닌 사업가로서 바라는 공신닷컴의 모습은?

대한민국 학생들의 학습 첫 페이지,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훈련시켜 주는 것이 공신의 꿈이다. 많은 학생들이 매우 잘못된 방법으로 학원에만 길들여져 공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걸 공부라 하기도 힘든 경우도 많다.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이 공신을 통해 제대로 된, 살아 있는 공부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얻어진 수익으로는 소외된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다.

출처 : 나라경제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