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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가격 안 적혀있는 라면·과자, 어떻게 싸게 살까?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동네슈퍼나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아이스크림 50%할인 판매 문구를 더 이상은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기존에는 제조업자가 판매가격을 정해 명기하도록 하는 권장 소비자가격이 있었는데요. 이에 따라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50% 할인 돼 500원에 구매하는 것처럼 보였었죠.

하지만 7월 1일부터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시행되면서 아이스크림, 라면, 빙과, 의류 등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표기한 뒤 소비자에게 할인을 가장해 판매하는 폐단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권장 소비자가격제와는 달리 최종판매업자(소매업자)가 판매가를 표시하는 제도로, 소비자가격을 제조업체가 아닌 대리점 등 유통업체가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최종 판매업자간 가격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미 1997년 화장품과 일부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도입됐고, 이번 달부터 적용 대상이 확대된 것입니다.


<출처 : 지식경제부 홈페이지>

권장 소비자가격제와 오픈 프라이스제도가 가격을 어떻게 매기는지 알아볼까요?

소비자가격 1000원의 상품을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제품의 실제 원가는 130원입니다. 하지만 제조업자가 희망 소비자가격을 1000원으로 매긴 것이죠. 제조업자는 이 제품을 도매상에게 170원에 넘깁니다. 그러면 도매상은 소매상에게 230원에 상품을 넘기고, 최종 판매업자는 이를 350원에 소비자에게 파는 것이죠. 소비자는 1000원이라고 써 있는 상품을 350원에 구입하게 되니 '매우 싸게 샀다'는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권장 소비자가격이 없기 때문에 최종판매업자인 소매상의 재량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이 책정될 수 있습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어떤 가게가 제일 싼 지 가격 비교를 하게 되겠죠? 그런 후 가장 싼 곳에서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최종 판매업자는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팔면서 마진도 남길 수 있도록 다른 곳보다 더 싸게 제품을 파는 도매상을 찾게 되고, 도매상 역시 중간 유통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가격 형성의 주체가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가진 '점포선택권'을 통한 견제로 유통과정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수많은 가게들 중에서 소비자는 어떻게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할까요?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모든 가게를 일일이 찾아 다니며 가격 비교를 하길 권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이를 위해 한국 소비자원은 생필품 가격 정보(http://price.tgate.or.kr)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각 제품과 점포별 가격 비교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한국소비자원 가격비교 페이지>


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상품에 찍힌 QR코드를 읽어 주변 매장들의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여러 어플리케이션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godhopeful.tistory.com/92>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의 귀찮음과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오픈프라이스 제도에 대해 모르거나, 싼 것을 찾지 않고 무턱대고 구매하게 된다면, 오픈프라이스 제도로 발생하는 사회적 잉여는 모두 유통업자에게 돌아갑니다. 유통업자들의 단합으로 인한 제품의 가격 상승은 바로 현명한 소비자들만이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시행초기에는 제품마다 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아 불편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제품인데도 동네 슈퍼마켓마다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발품'을 팔아야하고, 이게 수고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들을 보면 오픈 프라이스제도는 현명한 소비와 제조업자와 유통업자의 건강한 경쟁을 자극하는 계기가 돼 왔습니다.

소비자들의 현명함으로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잘 정착돼 건강한 시장이 형성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